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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야노쉬 병원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3. 19.

오늘은 좀 늦게 10시에 출근을 하겠다 전화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그냥 검진을 받으러.....

어제 같은 병원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재현씨도 볼 겸 겸사겸사.

부다페스트 제 2구역에 위치한 성 요한 병원

(헝가리 말로 하면 센트 야노쉬 코르하즈)에서 하은,하빈

두 아이를 출산했다.

딸의 출생지는 헝가리 국 부다페스트시 제2구역 야노쉬 꼬르하즈로

되어있다.

야노쉬 병원은 부다페스트에서 꽤 오래된 병원중 하나이며, 종합병원이고,

부다페스트시 병원이다.

임신을 하고 병원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잘 아는 헝가리분이

산부인과 의사를 소개해 주셨는데  그 분이 이 병원에서 근무하셨다.

벌써 12년전이다.

처음 받은 인상은 그냥 부상병만 눕혀 놓으면

바로 제1,2차 세계대전을 찍어도 무방하겠다는 그런 곳이었다.

그만큼 분위기도 건물도. 의사나 간호사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그런 병원이다.

지금은 시설도 바꾸고 내부도 새롭게 바꾸었지만 건물 자체의 구조는

변하지 않아서 아직도 좀 그렇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지금은 그 분위기가 중후하니 좋다.

정문이다. 정문은 차가 통과할 수 없다.

밖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가야 하기에 정문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옆문으로 들어가서 병원 안에 주차를 한다.

이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면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매점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각 병동이 시작된다.

야노쉬 병원은 문이 8개이다.

우린 항상 8번 문으로 들어간다.

산부인과 병동이 이 문에서 제일 가깝기 때문이다.

오늘도 산부인과 병동을 가기에 8번 문으로 들어갔다.

소아과나 밤에 응급실로 갈 경우에는 다른 문을 이용한다.

8번 문으로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나오니 새로운 간판이 눈에 띈다.

전에는 이런 안내문이 없어서 항상 물어물어 가야 했는데

각 병동의 위치를 표시해 놓아서 편리해졌다.

그런데 여전히 영어 표기는 없다.

코는 Orr. 귀는 Ful. 소아과는 Gyermek.......

외국인이 알 수 있으려나...?

난 이런 벽돌 건물을 좋아한다. 현대적인 건물보다

더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그런데 안의 시설은 좀 현대적이면 좋겠다.

산부인과 병동은 11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두 아이를 출산을 했다.

우리식 2층이다(헝가리는 1층).

이곳에서 검사를 하고 출산을 하고 입원을 한다.

우리식 3층은 수술실이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실이 있다.

문이 열린 저 방이 진료실이다.

오늘도 저 방에서 진료를 받았다.

결과는 2주 뒤에 전화로 알려 준단다. 

2주? 좀 긴 것 같은데......

이곳이 출산하는 곳이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소리 지르는 산모가 없다.

너무나 조용하다가 아이 울음소리가 나고 산모는 웃으며

침대에 누워서 나온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소리 지르며 우는 산모를 못 봤다.

그리고 그 옆에서 남편이 손을 잡고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가만히 들어 보면 별 이야기를 다한다.

나보다 늦게 들어와서는 먼저 아이를 낳고 나가는 산모가

내 손을 꼭 잡고는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격려해 주고 나가기도 했었다.

분위기가 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느낀 것이 소리 질러 봤자, 울어 봤자 기운만 빠지고

아이만 힘들다는 것이었다.

큰 아이는 이러다 죽나 보다 했었고,

작은 아이는 아이의 움직임을 느끼며 출산을 했었다.

오늘 아침도 산실은 무지 조용하다.

해마다 태어나는 쌍둥이들을 찍어 놓은 사진.

2000년에 태어난 쌍둥이들이 란다.

안쪽으로 계속 이런 사진이 걸려 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부부가 출산 준비물을 챙겨 들고는

입원실로 간다.

아마도 오늘 출산을 하려나 보다.

뒷모습을 봐서는 여행객처럼 보인다.

참 신기하다. 아이 낳고 퇴원할 때도 난 기운 하나 없고 걷기도

힘든데 함께 아이 낳은 헝가리 산모는 계단을 뛰어오른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아침에 아이 낳고 바로 샤워하고 오후에는 복도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한다.

오후에 아이 낳고 그다음 날이 되어도 제대로 앉지 걷지도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 그네들이 이상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복도에 있는 사진을 보다가 합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참 예쁘다.

옆의 글은 저리 써놓으니 더 읽기가 힘들다.

좋은 뜻이겠지......

어제 둘째 공주님을 출산한 재현씨 병실에 갔다.

첫째가 왕자님이라 공주님을 기대했는데

공주님이라 부부가 너무 좋아한다.

봄방학이라서 함께 간 하은이는 너무 이쁘다며 눈을 떼지를 못한다.

 

헝가리 병원에서 첫아이를 낳을 때 제일 큰 걱정이

행여나 같은 날 중국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어쩌나였었다.

동양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헝가리 간호사가

혹시나 실수하여 아이가 바뀔 까 봐서....

그런데 하은이 낳고 태원 할 때까지 나 이외의 동양인은

없어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요즘은 현대식 건물과 시설을 갖춘 좋은 병원이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야노쉬 병원에 간다.

씨클레이  의사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보니 참 많이 늙으셨다.

벌써 12년이나 지났으니.....

하은이를 보더니 참 많이 반가워하신다.

씨클레이 의사 선생님이 처음 받아본 동양 아기가

하은이였으니까....

 

4년 전에 검진받고 오늘 다시 와보니 새삼스럽다.

 

10시에 서둘러 교실로 들어가니 M이 반가워 껴안는다.

나중에 온 것을 안 J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다가 수줍게 웃으며

"내가 너 많이 기다렸어. 언제 오나 계속 기다렸어." 한다.

갑자기 울컥 감동이 밀려온다.

워낙 말이 없고,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었는데 기다렸구나......

그러더니 M은 계속 묻는다.

내일도 병원에 갈 거냐고.

안 간다고 대답을 해도 계속 반복해서 묻는다.

난 확인을 해주기 위해 계속 같은 답을 해준다.

내일은 병원에 안 간다고.....

내일은 아침부터 교실에 있을 거라고.....

 

내일 아침은 더 서둘러 가야겠다.

행여나 길 막혀 늦으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