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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생일 축하해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3. 9.

11년 전 3월에 첫아이를 낳았다.

예정일이 지나 조기 파수하고 촉진제 맞고 14간 만에  하늘이 노래지고

죽을 것 같을 때 드디어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그 아이가 이제 한국나이로 12살이 되었다.

곧 사춘기도 되겠지..... 그리고 숙녀가 되겠지....

 

아이랑 생일을 어떻게 할까 의논을 했다.

아이는 두 가지가 꼭 하고 싶단다.

첫째는 한번도 볼링을 쳐본 적이 없는데 생일날 친구들과

볼링을 해보고 싶단다.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들까봐 걱정이란다. 별걱정을 다하셔요~~~~       

그런 것은 부모가 하는 것이걸랑요......

둘째는 집에서 sleep over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밤에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싶단다.      

사실 이것은 재작년부터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한글학교 교사를

하다보니 해줄 수가 없었다.

올해부터 잠시 쉬기로 했기에 그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남편과 의논을 하고 일단 볼링을 하기로 했다.

비용을 모르기에  생일 케이크 등 생일파티 비용을 줄여야 한다.

 

먼저 목요일 밤에 학교로 보낼 머핀과 쿠키를 굽고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다.

 생일 초대는 여자아이들만 했기에 미안한 마음에 학교로 머핀과 쿠키를

구워서금요일 아침에 들려 보냈다.

 케이크를 사면 너무 비싸서 올해는 집에서 만들기로 했다.

하은이는 브라우닝 케이크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머핀 굽고 케이크 구으니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긴다.

이럴 때는 인스턴트 케이크 가루가 고맙다.

사다 놓은 브라우닝 케이크 가루에 물과 기름, 계란을 넣고

반죽하여 구우면 끝이다.

다 굽고 누우니 벌써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이럴 때면 새끼가 뭔지......

힘든 줄 모르고 이리 열심히 하니 말이다.

 하은이가 좋아하는 곰돌이 틀에 부어서 구웠다.

의외로 딸들의 반응이 좋다.

좀 밋밋한 것 같아서 옆에 새알 초콜릿을 놓았더니 색이 좀 난다.

 일단 생일 케이크는 완성을 했고 하빈이가 곰돌이 위에 눈과 목에

나름 장식을 한다.

음~~~  보다가 그냥 놔뒀다.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맘모트 백화점

내의 볼링장으로이동을 하는데 갈 때는 오드리 엄마가 도와주었다.

집으로 되돌아올 때가 걱정이었다.

차가 그 안에 수리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길어져

금요일까지 안 나온 것이다.

걱정을 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흔쾌히 도와주어 돌아오는

차편도 해결되고 참으로 즐겁고 고마운 날이었다.

처음 간 볼링장.

하은이는 너무나 신이 난다.

볼링화로 갈아 신고 볼링공을 잡아 던지는데 돌을 던지듯 한다.

그래도 좋단다. 

금요일 오후라 한가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참 많다.

의외였다. 예약도 안 하고 무작정 가려했으니......

 각자 자기 점수들 확인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하빈이는 공을 들어 보려 시도하더니 그만 포기하고 만다.

너무 무겁다나.... 1시간 30분을 치고 계산을 하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월-금 평일은 학생의 경우 무조건 1시간에 2,200 포린트(11.000원)이란다.

그래서 1시간 30분을 사용했으니 3,300 포린트만 내면 된다고 한다.

혼자 15,000 포린트(75,000원) 정도 예상을 했는데

3,300 포린트(17.000원)만 냈으니 갑자기 횡재를 한 것 같고

그래서 학생들이 꽉 찼구나.

그제사 이해가 되었다. 어쨌든 너무나 비용이 적게 들었다.

게다가 함께 간 집사님께서 생일이라고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하은이는 복도 많다.

에미는 비용 절약하느라 무엇을 뺄까 하는데 여기저기 도와주시고

사주시고 하시니 다 지복이지 싶다.

 집에 도착하여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고 보니 이불이 많다.

우리네는 그저 칫솔만 들려서 보내는데 아이 이불과 베개까지,

그리고 안고 잘 인형까지 들고들 왔다.

 아가씨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굴에 화장부터 한다.

 클레이어를 기다리다가 먼저 생일 초부터 껐다.

노래도 부르고 케이크도 먹고 선물도 받고.....

그 사이 아빠가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셨다.

좀 쌀쌀한 날씨인데도 다들 나가서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다.

아무래도 오늘 밤 체중이 좀 올라갈 것 같다. 

드디어 클레이어가 오고 영화를 보았다.

현대판 백설공주란다. 시드니 화이트라는 영화다.

 전화로 주문한 피자가 오고......

집사님께서 사주신 아이스크림과 함께 맛있게 먹고...

밤 11시쯤 대강 치우고 작은 녀석 데리고 들어가 난 먼저 잤다.

아가씨들 숨 넘어 가게 웃는 소리에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30분이다.

아니~~~

이 시간까지 안 자고들 아직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보니 다들 꿈나라로 갔다.

 각자 자기가 가지고 온 이불과 베개를 베고 인형을 안고들 잔다.

참 이쁘다.

 딸그락딸그락 아침 준비하는 소리에 일어나더니 씻자마자

다들 모여서 다시 화장(분장)을 한다.

확실히 사춘기 아가씨들이다.

그리고는 핸드폰에서 음악을 틀더니 춤도 추고 어제 본 영화도

다시 틀어서 한 번 더 본다.

아침 식탁이 준비되자 배고팠던지 토스트기에서 토스트가

나오기 바쁘게 먹는다.

9시가 되자 집 앞에서 클레이어 엄마가 전화를 한다.

시간은 정말 정확히 지켜서 참 고맙다.

클레이어가 나가면서 다들 집에 갈 준비를 하고 하은이도 한글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  생일파티가 끝났다.

올 해는 하은이가 원하는 것을 두 가지 다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자주 재워야겠다.

더운 여름이 되면 마당에 텐트도 치고 캠핑 온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하은 건강하게 착하게 자라주어 고맙다.

속 깊은 우리 딸. 아빠 힘들 까 봐.

엄마 걱정할 까 봐.

언제나 괜찮아요 하는 우리 딸.

지금처럼만 자라면 엄마는 너무나 감사.

사실 과분한 딸이지.

엄마보다 마음 넓은 우리 딸.

생일 축하해요.

하은이를 엄마에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많이 많이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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