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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딸이랑 달래 캐던 기쁜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3. 28.

태어나 처음으로 달래를 캤다.

에미인 나도 딸인 하빈이도.....

내가 나물이라고 캐본 것은 쑥이 전부였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잘 손질된 달래를 시장에서만 보았었다.

그것도 자주 본 것이 아니기에 어렴풋해서 잘 기억도 안 난다.

그런데 얼마 전 유리 할머님께서 피토랜드 뒤 산책길에서 달래를 보았다기에

드디어 오늘 스승님(유리 할머님)을 모시고 달래를 캐러 갔다.

일단 달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캐든지 말든지 하기에.....

 

지난주는 큰 아이 학교가 봄방학이었었다.

큰 아이는 영어를 할 줄 알아서 학교에 데리고 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라 했었는데,

이번 주는 작은 아이 학교가 봄방학이다.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하다. 

작은 아이는 영어를 아직 말할 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이번 주는

휴가 아닌 휴가가 되었다.

마침 대 심방 기간이라서 잘 되었다 싶어 이번 주에 우리 구역 심방을

하기로 하고 이렇게 저렇게 어렵게 짜 맞추어 시간을 만들었다.

월요일은 땔끼로, 어젠 부다페스트로, 오늘은 이르드,

바로 우리 집과 이웃사촌인 나 집사님 댁 심방이었다.

심방을 마치고 바로 유리네 집으로 가서 유리 할머님을 모시고

피토랜드 뒤 산책길로 갔다.

 차를 주차하고 가려는데 노란 꽃 한 송이가 내 발걸음을 잡는다.

정말 봄이구나......

 안으로 들어서니 그림 안내판이 있다. 전에도 있었었나....?

놀이터가 있었었나....?   못 봤던 것 같은데.....

 날씨가 정말 좋다. 어제도 눈발이 날렸었는데....

 눈썰미 좋으신 나 집사님께서 쑥을 발견하셨다. 정말 쑥이다.

그런데 향이 별로 없다.  그래도 쑥이다.

하빈이에게 쑥이라고 말해주니

쑥...?  쑥이 뭔데?

이런 이런.... 전에 먹었던 초록색 떡. 그 떡 이름이 쑥개떡이잖아.

이 쑥을 넣어서 만든 거야.

아~~~~ 그 초록 색 떡. 그게 이거야....

오늘 나오길 정말 잘했다.

하빈이는 태어나 쑥을 오늘 처음 보았다.

정성껏 담았다.  하은이도 보여주어야겠기에......

 드디어 달래 발견.

유리 할머님의 설명을 들어가면서 한 손에 견본 달래를 들고

열심히 비교하면서 같은 모양 찾기를 한 결과 드디어 달래를 발견했다.

 일회용 칼을 준비해 갔는데 하빈이도 해 보겠다 더니 정말 열심히 캔다.

무지 재미있나 보다.

그런데 자기가 캔 것과 엄마가 캔 것을 섞지 말란다.

자기 것은 따로 봉지에 담아서 집에 가서 세어 본다나....

그러시든가~~~~ 

시간이 좀 지나니 달래를 금방 알아본다.

흙이 부드러워서 뿌리까지 잘 깨진다.

 하빈이가 자기가 캔 달래를 직접 찍었다.

제법 사진도 잘 찍었다.

 나 집사님과 유리 할머님도 열심히 달래를 캐시고.....

오늘 저녁은 모두들 달래 국을 상에 올릴 것 같다.

 부목사님 사모님과 의진이도 달래를 캔다.

24개월 의진이도 일회용 칼을 들고 나서기는 했는데

의진이가 달래를 캐는지 달래가 의진이를 달래는지...

 좀 지나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의진이.

시간이 지나자 좀 지루했나 보다.

열심히 걷고 노래(?)도 부르고 혼자 신이 나서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하빈이 가 찍은 사진이다. 

자기가 보기에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이란다.

열심히 달래 캐던 하빈이가 이젠 사진을 찍겠다더니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었다.

한 30여 장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찍었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보니 산책 나온 젊은 부부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나 보다.

우리를 보고 자꾸만 짖으니까 "앉아!" 하니 정말로 신기하게 앉는다.

"짖지 마!" 하니 정말로 안 짖는다.

와아~~~ 진짜 똑똑하다.

우리에게 무엇을 하냐고 묻는다.

달래를 보여주며 샐러드 만들어 먹는다 하니 정말이냐며 신기해서 본다.

그네들 눈에는 그저 풀이니 신기할 밖에....

1시간 달래를 캐는 동안 보니 생각보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인데도 말이다.

다음에는 나도 신랑이랑 하은이도 함께 와야겠다.

                                          ( 이 사진도 하빈이가 찍었다. 덕분에 엄마 얼굴도 나오고...)

경사진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더니 다리가 아팠는지 안 걸으려는 의진이. 

비행기 태워주니 좋아 웃는다.

그래도 저 정도면 양반이다.

우리 하빈이는 신발 신고 에미에게 붙어만 있었지 신발에 흙이 안 묻었었다.

언제나 발만 커지고 신발은 언제나 새신이었는데....

오늘 달래 캐는 하빈이를 보니 그저 신기하다.

의진이만 하던 녀석이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

 엄마가 캔 달래와 쑥은 사실 집사님께서 해주신 것이다.

내 눈에는 잘 안 보이던데 집사님은 정말 잘 찾는다.

어쩜 그리 쑥이 듬성듬성 조금밖에 없는지....

그래도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다.

 하빈이가 캔 달래다.

하빈이가 캔 달래는 내일 저녁 달래 국을 끓이기로 했다.

엄마가 캔 달래는 집사님 거랑 함께 내일 구역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

많지 않으니 그저 한 끼 국 끓여 먹으라고..... 봄이니까. 

 오늘 심방 때 여 전도회에서 선물로 주신 화분.

이번에는 물도 좀 잘 주고 햇빛도 잘 쬐어 주면서 잘 키워 봐야겠다.

이쁘다.

흰색이라서 그런가 집안이 환해진다.

 

딸하고 달래를 캐니 너무나 기분이 좋다.

예전에 딸하고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었는데

그중에 이런 것도 들어 있었다.

함께 나물 캐기.

갑자기 기억이 났다.  뭐가 또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