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

아침 풍경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4. 4.

아침에 문을 열고 나서는데 뒤에서 하은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저사람 누구야? 나쁜 사람 아니야?"

"누구? 아냐~~ 앞집 할아버지랑 함께 일하러 가시는 분일 거야."

앞집 할아버지 집 담장을 기웃거리는 총각을 발견하고는

하은이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또 묻는다.

"그래도,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해. 할아버지 큰일 나시잖아."

그러자 뒤에 앉은 하빈이도 한마디 한다.

"그래, 맞아.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해."

아닌 걸 알지만 할 수 없이 기다렸다.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는데 할아버지께서 나오시더니

밖의 총각과 인사를 하고는 우리 앞에 차 놓고 기다린 젊은이와도

인사를 하고는 그 차를 타고 일터로 가셨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또 묻는다.

"정말 좋은 사람이겠지? 괜찮겠지?"

에휴~~~~~ 

" 괜찮아요. 엄마는 여러 번 봤어요. 할아버지 새벽에 일가 신 거..."

"그런데 할아버지 나이도 많을 데 무슨 일을 해. 왜 일을 해?"

아침부터 웬 질문이 이리도 많은지....

" 할아버지도 일을 하셔야 돈을 버시지. 돈을 버셔야 가스값, 수도값,

전기값도 내고 빵도 사서 드시고, 쓰시고 싶은데 사용하시지.

그리고 일이 있는 것이 행복한 거야. 만약 할아버지가 돈이 필요하신데

아무도 나이가 많다고 고용을 안 하면 할아버지는 정말 슬프고

생활이 어려워 지시거든. 다행이다. 할아버지가 아직도 일을 하실 수 있으셔서."

"그럼 , 저분들은 좋은 분이네. 할아버지에게 일을 주시니까."

그제사 안심이 되는지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을 따라 부른다.

 참 좋은 이웃이다.

앞 집 할아버지는 우리가 이르드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할머니도 계셨었다.

할머니는 정말 친절하셨고 많이 어렸던 우리 아이들에게 참 잘해주셨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6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데 우리 쓰레기통을 한번 잃어버린

다음부터는 우리가 늦어서 쓰레기통을 못 들여놓을 때는

할아버지께서 우리 집 쓰레기통도 길 건너 까지 오셔서는

본인집에 보관을 해주셨다가 우리가 집에 오면 가지고 오신다.

계란도 한동안 할아버지에게서 사서 먹었었다.

눈이 오는 날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쓸다가 쓸다가 하늘만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께서 길 건너오셔서는 함께 쓸어 주시곤 하셨다.

가끔은 내가 외출을 하고 늦으면 우리 길까지 쓸어 주실 때도 있었다.

감사한 분이다.

새벽이면 저렇게 젊은 사람의 차를 함께 타고 공사장으로 가셔서는

일을 하시고 저녁 5-6시쯤이면 집에 혼자 들어가신다.

건강하셔야 할 텐데.....

할아버지,

우리 딸들이 할아버지 걱정이 이리도 하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할아버지가 우리 이웃이어서 좋답니다.

언제나 쓰레기통 들여놔 주시고, 눈도 함께 치워 주시고,

우리 아이들 예뻐해 주시며 친절히 해주셔서 감사했답니다.

그 동안 표현 못 한 거 이렇게라도 전합니다.

나중에 딸들이 제 대신 인사 드릴 겁니다. 고맙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에 걸릴 때나 차가 막혔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아침 풍경은 언제 봐도 좋다.

 아침 7시 20분인데 벌써 일을 시작하신 분들이 계셨다.

 멋쟁이 아가씨들.

그런데 한 아가씨는 아직도 가죽장갑과 롱부츠를 신었다.

 여기는 이분 영역이다.

합법적으로 구걸을 하시는 분.

오늘도 일찍부터 출근을 하셔서 영업 중이시다.

장 보러 가시나, 아니면 강아지 똥 뉘러 나오셨나....

 멋진 그레이 신사다. 다시 봐도 멋지시다.

 선글라스 낀 말총머리 아가씨.

헝가리는, 아니 유럽은 아침 햇살이 너무 강해서 선글라스는 필수다.

 모자랑 셔츠가 초록으로 잘 어울린다.

주변의 배경까지 하나가 된 것 같다.

여기까지 찍고 바로 신호 받고 학교로 올라갔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