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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아침에 까치가 울었나?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4. 5.

아침 9시.

서둘러 청소기를 돌린다.

되도록 아침에 청소를 끝내야만 하루가 개운하니까.

청소기 열심히 돌리다 우연히 밖을 보니 우리 집 대문 앞에

초록색 밴이 서있다.

그렇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바로 우체국 차다.

우리 집에 소포가 온 것이다.

왜 벨이 안 울렸지? 청소기를 내팽개치듯 던지고 서둘러 열쇠 찾아

대문부터 열면서 신발 대강 걸치며 뛰어 나갔다.

" 잠깐만, 기다려요. 나 여기 있어요~~~~"

문 밖으로 뛰어 나가니 사람이 없는 줄 알고 시동 켜고 출발하려는

차를 유리창 두드리며 붙잡았다.

아저씨가 날 보고는 웃으시며 다시 차를 세우고는 벨을 누르고도

인기척이 없어서 빵빵빵 여러 번 경적도 울리 셨단다.

에구~~~ 미안해라.

우리 집 벨이 자주 고장이 난다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우체통에 넣었던 종이를 꺼내어서는 나중에 혹시나 자기를 못 만나

이런 쪽지가 있을 때는 우체국에 가지 말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주면

집에 있는 시간에 다시 오시겠다고 친절히 말씀해 주신다.

 그럼 정말 감사할 일이다.

보통은 이렇게 시간이 엇갈리면 이 종이를 가지고 이르드 센터 우체국에

가서 줄 서고 기다렸다가 소포 받아 차 주차한 곳까지 들고 또 걸어야

하기에 알았다고,  너무나 감사하다고, 친절한 분이라고 인사를 하고 또 했다.

소포를 들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열어 보니 책 5권에 외할아버지께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선물이 들어 있다.

책이 제일 반갑다.

일단 서둘러 청소부터 끝내 놓고......

 서점에 가셔서는 좋은 책이려니 싶은 책을 일단 사서

비행기로 부치셨단다.

배로 부치셨다는 책은 아직 도착을 안 했는데.

책을 보다가 무엇을 보나 고민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우찌무라 간조 회심 기를 읽을까,

아니면 과학자였던 손기철 님의 기도 책을 읽을까....

아니면 ... 시계를 보니 구역예배까지 20여분이 남았다.

그래서 빠른 속도를 읽을 수 있는

세상에 눈멀고 사랑엔 눈뜨고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음~~~~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속도가 빨라서 20여분이지만 그런대로 읽어 나갔다.

 외할아버지께서 작은 녀석의 사진을 보시더니 힐러리 여사랑

비슷했던지 이런 엽서를 만들어 보내주셨다.

아니, 비슷한 것이 아니라 힐러리처럼당당하게

자기 꿈을 이루어 나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셨겠지.

 앞, 뒤로 사진을 붙이셔서는 카드를 만들어 보내셨다.

잘되었다.

딸들하고 이야기 좀 해야겠다.

카드를 보더니 요즘 학교에서 이런 먹이사슬을 배우고 있다고 하니

마침 잘 되었다.

소포 상자를 들고 들어 오는데 무슨 부스러기가 떨어졌는데

열어 보니 과자 중 한 봉지가 뜯겨서는 과자가 부스러져서는

흘러나온 것이었다.

우리 딸들이 건빵을 알던가? 모르지 싶다.

오늘은 건빵을 보여주고 이름도 알려 주어야지.

그리고 예전에는 군인 아저씨들이 먹었던 간식이었다는 것도 알려주고.....

책 속으로 들어간 부스러기들을 일일이 행주로 닦아 내면서도

짜증이 안 난다.

행여나 책이 구겨지거나 잘못될까 봐 조심스럽다.

이렇게 책을 받으면 부자가 된 것 같다.

배로 부치셨다는 책까지 다음 주에 도착을 하면 아마도 두 달은

행복할 것 같다.

어떤 책은 빨리 읽을 것이고 어떤 책은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멈추고, 하며 되새김질을 하며 읽게 되겠지.

책에 이름을 쓰고 받은 일자를 쓰면서 손으로 쓰다 듣고

또 쓰다 듬고.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다.

멀리 시내까지 나가서 책을 고르고  무겁게 들고서 버스 타고

오셔서는 우체국에 가서 비싼 돈 들여 빨리 받아 읽어 보라고

비행기로 부치셨을  정성에 미안해진다.

여유 생기면 용돈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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