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린 자꾸만 공짜를 바란다.
식탁에 앉아서 뒷마당을 보며 성경이나 책 읽기를 참 좋아하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마당의 과실수들이 한눈에 보인다.
3월 들어서니 나무들이 열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뾰루지들이 오돌토돌 돋아나고,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몸살을 한다.
매일 한 차례식 봄비가 열을 내려주고 헝가리 평야의 바람이 열을 식혀주며
달래 주지만 참 많이 힘들어한다.
내 눈에는......
가끔 나가서 내가 시원스레 긁어 주고 싶어질 정도로.....
토요일 아침에 사무실에 갈 일이 있다며 남편이 아이들을 한글학교에 데리고 갔다.
오랜만에 혼자 있다가 나무를 보니 어느새 연한 연두 잎이 나왔다.
드디어 열병이 끝났다.
한 달여의 몸살이 끝난 것이다.
이제 연두잎이 초록잎이 되고 꽃이 필 것이다.
그리고 열매가 맺히겠지.
이러니 마당의 과실수 열매를 어찌 공짜라 할 수 있을 까?
자연의 이 순리를 보면서도 나는 열병을 건너뛰고 싶다.
매년 나무가 열병을 치르며열매를 맺듯이, 우리도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계속 열병을 치르며 몸살을 앓아야 하는데...
난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이렇게 꼭 열병을 치르면서 깨달아 가는
나 자신이 한심해 진다.
남들은 어쩌다 한 번인 것 같은데......
수두처럼 딱 한 번에 끝날수는 없는지.....
정말 잔꾀 부려 안 하고 싶다.
그런데 열매는 너무 맛있다.
어쩜 과실수마다 그리 특색 있게 맛있는지........
이러니 정말 욕심쟁이다.
맛있는 열매.
성숙은 간절히 원하지만 고난은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다.
나는..........
체리 나무다.
4월 말이면 꽃이 활짝 피고 5월 말이면 맛있는 체리가 주렁주렁.
그런데 내 눈에는 제일 열병이 심했던 과실수가 바로 이 체리나무였다.
그래서 그런지 체리꽃이 바람에 날릴 때는 예술이다.
꽃비가 우리 집 마당 한가득 내린다.
그 꽃비를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나곤 한다.
사과나무다.
내 눈에는 사과 꽃이 참 예쁘다.
어쩜 그리 고운 하얀 꽃인지.....
우리 집 사과는 못난이다.
그런데 맛은 최고다.
가끔 내가 저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양은 못난이인데 막상 먹어보니 감동을 주는,
시원한 단물나는 우리집 사과 같은......
벌써 꽃이 지고 있는 성질 급한 살구.
열매도 익자마자 성질 급하게 떨어져 따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떨어진 살구를 상태 봐가며 주어다 씻어 먹었었다.
올해는 어떨는지......
그 성질 어딜 갈까........
올 해도 주워 먹게 되겠지.
그렇게 고생해서 주황색 예쁜 살구를 맺어서는 그리 성질 급하게 떨어뜨리는지.....
자두나무다.
참 달고 큰 자두가 열리는데 작년에는 많지가 않았었다.
올해는 잘 열렸으면 좋겠다.
이 집 저 집 나누어 주게......
윗 사진의 자두나무는 한국 자두 모양인데,
이 실버(자두)는 헝가리식 자두이다.
모양이 길쭉하고 맛은 좀 뜸뜨름하고.....
진분홍 꽃이 좀 화려하다.
배나무다.
첫 해는 배 3개뿐이었는데 매년 해마다 열매가 늘어 난다.
재작년부터는 옆에 지렛대를 받쳐 줄 정도로 엄청나게 열렸다.
왜 이리 이쁜지..... 그런데 사실 그 많은 배를 다 먹지를 못했다.
많이 떨어져 새 밥이 되었다.
배나무는 달랑 하나인데 어쩜 그리 배가 많이 열리는지......
무화과는 가지 끝마다 작은 봉우리가 열렸다.
매 년 정말 열매가 열릴까?
궁금하게 만드는 과실수다.
나뭇잎만 무성한 것 같아서.....
작년에는 제법 열려서 이 집 저 집 나누어 먹었다.
앞마당 한 그루, 뒷마당 한 그루 이렇게 두 그루의 무화과가 있다.
봄 되고 정말 오랜만에 뒷마당 나가 과실수 사진 찍고,
모델되어 준 나무들에게 겨울나기 잘했다고, 장하다고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고,
돌아서다가 체리나무 밑의 튤립을 보았다.
얼라.....?
언제 여기에 튤립이 있었나?
그럼...........
어떻게 여기에 튤립이 피었지?
주변에 있나 살펴보니 눈에 안 띈다.
참으로 신기하다.
체리나무에 딱 달라붙어 있는 튤립이......
넌, 도대체 어디서 왔냐?
무슨 색 꽃이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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