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장을 하면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모임을 가졌었다.
다들 바쁜 분들이라 시간 맞추기 힘들어 언제나 한, 두 분 꼭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린 모여서 함께하며 즐거웠었다.
어제도 그랬다.
한 달 전 아들을 출산한 구역 식구가 함께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작년에는 이 자리에서 체리를 따서 먹었었는데.
올 해는 아직 이른가 보다.
그래도 좀 빨갛다 싶은 것을 따서 먹었다.
손님들 오시기 전에 하은이가 아빠를 도와서 의자를 닦고,
시댁이 폴란드인 자매가 시댁 다녀오는 길에
오늘을 위해서 미리 폴란드에서 사 온 소시지.
다들 먹으며 맛있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지.
오늘을 위해 사온 정성도, 또 맛있게 먹는 마음도.
아이들 벌써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이젠 눈 마주치면 웃어 주는 슬우.
처음 함께 구역예배를 드릴 때는 느리거나 곡조가 슬픈 찬송가를 부르면
삐죽거리다 울어서, 언제나 찬양을 고를 때면
신나고 빠른 곡을 골라야 했었다.
그리고는 슬우 눈치를 보며 웃어주면 통과고 표정이 심각하면
빨리 곡을 바꾸었었다.
이젠 어떤 찬양을 해도 괜찮다.
슬우도 진정한 구역원이 된 것이다.
다 모였다.
우리를 포함해 6 가정이 모였다.
1월에 제비뽑기로 구역을 정할 때 정말 이상하다 했었다.
국적 다른 부부가 4 가정이나 우리 구역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 뜻을 알겠다.
언제나 모이면 재미있고 가끔 티격태격하는 것 같아도 바로 웃게 되는,
성격이 너무나 분명한 그래서 더 색이 분명한 구역이다.
간단히 하나씩 준비를 해서 모였기에 부담도 없고 준비도 편했다.
미리 정한 딸기와 케이크 그리고 사전에는 없었던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며 이야기가 즐겁다.
모닥불 피워 놓고 점잖은 꼬마들.
덥지 않느냐는 삼촌 물음에
"지금은 추워"라고 답을 한다.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줄리안 처음에는 조심조심하더니 재미를 붙였다.
구워서 할아버지 드리고 무섭다는 동생에게 구워주고.
날이 좀 어두워져 작년에 쓰고 남은 튀지야틱을 꺼냈다.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놀고 싶어서. ㅋㅋㅋㅋ
하빈이 양손에 들고 춤을 춘다.
불놀이야~~~~~불놀이야~~~~~
3 가정이 먼저 돌아가시고 두 가정이 남았는데
바로 그때 고슴도치가 인사하러 나왔다.
우리 마당 구석 어딘가에 이 고슴도치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다.
언제나 밤 11시쯤이면 나타난다.
그리고 무엇을 찾는지 마당을 가로질러 다닌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일찍 마실을 나오셨다가 내 눈에 띄어
아직 남은 두 가정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 신기해서 보고, 사진 찍는 엄마에게 플래시 터트리지 말고
찍으라고 작은 녀석 잔소리가 많다.
행여나 고슴도치 눈 아플까 봐서.
그리고는 빨리 가족에게 돌려보내주자고 성화다.
아빠가 살짝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으니 장작 쌓아 놓은 곳으로 간다.
저기가 집인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밤이 깊어갔다.
올해 구역을 시작할 때 부담도 되었고 긴장도 되었었는데
벌써 다음 주 연합예배로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이리 빨리 시간이 가다니.
올해는 특히 시간이 빨리 지난 것 같다.
구역원 하나하나를 놓고 기도하면 그 마음이 느껴져 애틋함이 생기고,
더 마음이 쓰이고 관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이리 시간이 지나고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게 되어
정말 사소한 일에는 오해가 생기지 않게 된다.
그래서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구역이 좋구나 느끼게 된다.
대부분 정말 서로를 몰라서 오해가 생긴다.
그런데 구역예배를 함께 드리면 각자의 성장과정도, 지금의 생활도,
기쁜 일이나, 힘든 일도 서로 나누며 기도하게 되니
웬만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덮어주고 기다려 주게 된다.
또 혼자는 하기 힘든 성경 읽기나 중보 기도를 함께 하니 참 좋다.
가끔 어렵거나 모르는 부분도 물어볼 수 있으니 좋고.
이렇게 좋은 구역 예배를 9월 첫 주까지 방학을 하게 된다.
방학 동안 우리 구역 식구들 모두들 건강하기를.
영적으로 너무 풀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6개월 함께 하는 시간들 고마웠습니다.
하나님!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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