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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체리와 메지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6. 19.

방학이라서 오전에 아이들 레슨을 받게 되었다.

여유 있게 출발하고, 여유 있게 아이들 들여보내고 나니

내 눈에 메지가 보인다.

분명 지난주에도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길거리에 메지 나무가 참 많다.

 메지는 설탕에 재워두었다가 빵 만들 때 사용한다.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빵이 된다. 난 아직도 메지가 친해지질 않는다.

처음에 난 체리와 메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따먹다가 낭패를 많이

보았었다.

체리는 정말 맛있는데 메지는 무지 시다.

뜻 보기에는 빨간 것이 똑같은데 맛은 천지 차이가 난다.

나중에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구분하는 법을 알려 주셔서 보니

정말 달랐다.

메지는 가지가 힘없이 버들가지처럼 아래로 축축 늘어져 있고,

체리는 힘있게 위로 가지가 올라가 있다.

메지는 너무 셔서 그런지 개미도, 벌레도, 그리고 벌레가 없으니 새도 없다.

게다가 이리 길거리에 많이 있고 열매가 저리 주렁주렁 열렸어도

따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고 보면 참 외로운 나무다.

체리는 길거리에는 거의 없다.  집집마다 담장안에 있지.

만약 있다면 지나는 이들이 다 따가서 심지어 나무를 상하게 하니

없는 것이 당연하다.

체리 나무에는 개미도 많고, 체리나무 벌레라고 하는 벌레도 많다.

또 우리 집처럼 약을 안 뿌리면 체리 열매 안에 작은 벌레가 있어서

그 벌레를잡아 먹으려는 새들이 참 많이 방문을 한다.

어쩜 저리 귀신처럼 아는지....

지금처럼 체리가 너무 익으면 말캉말캉해지고,

안의 벌레도 커져서 새들이 체리를 쪼아서 벌레를 잡아먹는다.

나무를 보면 새에게 쪼인 체리가 참 많다.

이쯤 되면 난 체리가 먹기 싫어진다.

안의 벌레를 없애며 먹기가 싫어서......

 

 

 딴 체리를 모두 엎은 하빈이. 열심히 줍는다....

 키가 조금만 컸어도... 그래도 열심히 많이 땄다.

작년에 비하면. 작년에는 그저 구경만 하더니만.

엄마처럼.  올해는 딸들이 딴 체리를 먹었다.

 초봄에 서울에서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다.

체리가 익으면 따서 설탕에 재웠다가 그 물을 따라서 보내 달라고.

어떤 분이 체리 물을 마시면 기침에 좋다고 하셨단다.

딸들이 할머니 드린다고 열심히 딴 체리를 씻어서 설탕에 재웠다.

벌써  10여 일이 지나니 벌써 설탕이 저리 녹고 물이 생겼다.

나중에 남편 출장 갈 때 물 따로, 체리 따로 잘 넣어서 보내드려야겠다.

드시고 기침이 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일 년 열두 달 기침 때문에 고생이 많으신 어머님이시다.

체리는 끝났고 이젠 자두가 익어갈 테고,

올해는 무화과가 많이 열렸던데 빨리 무화과가 익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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