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배를 탔다.
말 그대로 두나 강에 배 띄우고 야밤에 야경을 보면서 하는
뱃놀이를 했다.
헝가리에 살면서 두나강에서 배를 빌려 뱃놀이야 여러 번 했었다.
교회분들의 아기 돌이라고, 생일이라고, 성가대에서 등등등.
이번에는 가까이 지내시는 분이 친정어머님을 위해서
배를 빌리고 이웃지기 두집이 함께 총 12명이 타는 것이라
마음이 일단 가벼웠다.
대부분은 마음이 좀 무겁(?)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라 편안한 마음은 아니었었다.
딸들이 어찌나 즐거워 하던지....
사실 갑자기 전화받고 나가면서 나도 즐거웠었다.
옷도, 주변 사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날 편안하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남의 집 친정어머님이 헝가리를 방문하면
이상하게 집에 와서 잘 울었었다.
주일 예배후 교인의 친정어머님이 오셨다고 인사를 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집에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훌쩍훌쩍 울었고, 가까이 지내는 분의 친정어머님이 오셔서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해도 나중에 설거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울고는 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은 어이없어하고,
머리 쓰다듬으며 전화 자주 하면서 울기는 왜 우냐?
하곤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벌써 14년이 되어가니 이젠 울지는 않는다.
그냥 마음 한편 써늘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젠 괜찮다.
이날 저녁은 참 즐거웠었다.
지인의 친정어머님과 와인도 마시고, 샴페인도 마시면서
강바람 맞으며 유쾌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중에 나도 친정부모님이, 시어머님이 만약 오시면
이날 저녁처럼 두나 강에 배 띄워야겠다.
많은 사람 북적거리지 않고 그냥 우리 식구만 타고 노는
뱃놀이를 말이다.
배가 출발할 때 2층으로 올라가 보니 헝가리 국기가 펄럭인다.
그렇지..... 그렇지.....
여긴 한강이 아니라 두나 강이니까.....
야경이 아름다운 부다 성.
밤 9시가 되면 경관 조명이 켜지면서 란츠 다리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간다는 부다 공과 대학이다.
오래된 호텔 중 하나인 겔레르트 호텔.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겔레리트 호텔의 수영장을 많이 찾았었다.
비가도 공연장. 한국 국악 공연을 했을 때 가봤었던 곳이다.
우리식으로 예술의 전당이라 할 극장이다.
밤이 되니 조명이 켜져 더 아름답다.
100여 명이 탈 배를 우리 12명이 타서는 눈치 안 보고
신나게 떠들고 뛰어다니고.... 그랬었다.
아이들 보고 조용히 해라, 예의를 지켜라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 좋았다.
추웠는지 아니면 무서웠는지 달달 떨고 있는 스누피.
결국 하은이가 안고 있다가 실내로 데리고 들어 갔다.
한 곡씩 뽑았으니 이번에는 스누피도 한곡 부르시고.....
안에 들어오니 신이 난 스누피.
그 넓은 홀을 이리저리 어찌나 정신없이 뛰어다니는지....
샴페인에 또까이 와인까지 한잔 마시고 기분 좋게 배에서 내렸다.
아니다....
빨링까 때문에 알딸딸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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