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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하은이의 걱정.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8. 5.

주일학교 담당하시는 선교사님께서 주일 아침

하은이의 걱정을 말씀해 주셨다.

주일 어린이 예배 때 누구누구가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하니까

하은이가 그랬단다.

"선교사님, 이러다가 우리와 선교사님 댁만 남으면 어떡해요?"

우리 하은이가 많은 이별을 겪으면서 힘들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은이 26개월 부터 왕래하며 가까이 지냈으니

갈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일 오후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서운함에, 그 동안 함께한 10년 하고도 2개월의 시간이 짧지 않아

생각보다 오래 그 빈자리가 클 것 같아서.......

대부분 2년에서 길게는 6년을 함께 부다페스트에서 생활했는데

이번에 귀국하는 집은 꼭 10년을 함께 했으니

하은이가 걱정할만 하다.

그리고 하은이도 이젠 외로움을 아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몸도 마음도 무거워 전화를 했다.

예약되었던 영어 레슨을 취소하기 위해서.

그리고 스누피 예방 접종하려 막 나가려는데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컨테이너 패킹해야 하기에 오늘 냉장고, 냉동고 정리한다고.

나와 선교사님에게 먼저 드리고 싶다고.

그 마음이 고맙다.

 

대부분 귀국하기 전에 냉장고와 냉동고, 그리고 부식부터 정리를 한다.

떠나시는 분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옷과 그릇 등 여러 가지를 미국 사람들처럼 가라지 세일을

하지 않고 한국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신다.

그러면 나는 차를 가지고 가서 트렁크에 가득 싣고는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대부분은 선교사님과 좀 어려운 분들에게.

그리고 우리도 도움을 받고.

 

그래서 스누피 예방 접종하고 차를 돌려 그 집으로 갔다.

갑자기 결정된 귀국이라서 아직 다 실감이 안 난다.

공항에서의 이별도 힘들지만 짐 쌀 때도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전화만 하려 했는데 또 이렇게 오고 말았다.

 

미역, 당면, 간장, 액젓, 된장, 고춧가루, 나물, 멸치,........

정성껏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멸치 액젓 떨어졌는데 마침 잘됐다. 고맙게 잘 쓸게요."

"애들이 호떡 좋아하는데 당장 만들어 주어야겠다. 고마워요."..

헝가리에서 살면 유효기간은 무의미하다.

된장도, 액젓도, 당면도 무엇이든 유효기간 1년 이상 지난 것도

여기서는 다 사용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부목사님은 혹시 몰라 전화로

여쭤보고 따로 정리를 했다.

어느새 트렁크 가득 차고 하은이 옷까지 챙겨주신다.

그 마음이 고마워 차에 실으면서 아려오기 시작한다.

정말 가는구나.......

6년이 지나면서는 안 가기를 바랐고, 7년, 8년이 지나면서는

안 가기를 바라면서도 너무 오래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 반 했었는데.....

9년을 넘기고 10년이 지나니 정말로 간단다.

 

선교사님 댁과 우리 집, 그리고 다음 주에 우리 집에 오실

동유럽 선교사님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트렁크에 가득 실고 오는데

마음이 또 울적해진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짐 정리를 할 수 있을까?

내 손으로 일일이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버릴 것 버리고, 꼼꼼히 체크해 가며

정리하게 될까?

그때 나도 이것저것 잘 챙겨서 남아 계시는 분들과 선교사님들께

나누어 드리고 가야겠다....... 생각만 하는데도 눈물이 핑 돈다.

 

집에 와서 이렇게 저렇게 짐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젤을 한쪽에 놓았다.

하은이에게 선물로 주시고 가셨다.

하은이가 지난주부터 이젤을 갖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또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하은이에게 이젤이 왔다.

뒤에 그분 이름이 적혀 있다.

하은이 여기에서 그림 그릴 때마다 생각하겠지.

그리고 나도 볼 때마다 그림 전공했다는 그 엄마를 보고파하겠지.

 

유난히 눈물이 많고 아이 때문에 참 많이 울었던 엄마.

순해서 누구나 와 잘 어울렸고, 웃음 많아 큰소리로 잘 웃었던,

정이 많아 여기저기 마당발로 다녔었던, 누구나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주머니 열고 도와주기를 기꺼이 했던, 하나님을 모르고 왔다가 세례 받고,

집사 되고, 여전도 회장까지 지내고, 구역장으로 섬기다가 가시는 분.

나도 자주 내 속 이야기 잘 터놓았던 그 사람이 간다.

 

다음에는 짐 싸기 전에 부식창고 정리한다고, 냉장고, 냉동고

비운다고 오라 해도 안 가련다.

선교사님들께 전달해 달라 해도 난 안 가련다.정말 안 갈란다.

이제는...... 돌아서 올 때마다 눈물 훔치며 어떤 때는 한쪽에 차 세우고

울며 오는 이 길을 이젠 안 하련다.

그냥 교회에서, 모임에서 인사하고 조용히 집에 있으련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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