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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은이 이야기

깁스한 하은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2. 24.

양로원에서 나와서 점심 초대받은 집으로 가기 위해 꽃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게 화근이었다.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뒤에서 하은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평상시와 다른 대성통곡을 한다.

"아파요~~~ 엉 엉 엉~~~~

엄지 손가락을 넣고 모르고 문을 닫았어요~~~ 엉엉엉~~~"

어이가 없다.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재작년에도 아빠차에서 내리면서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넣은 채 문을 닫아서

2주 동안 깁스를 했었다. 뼈가 부러져서.....

그런데 또 라니....

"하은! 어떻게 손가락을 넣고 문을 닫아요? 조심 좀 하지?

아니? 남들은 평생 한 번도 안 하는 것을 어째 하은이는

벌써 두 번째냐고요~~~~?"

"엄마, 나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아파요~~~~ 엉엉엉~~~~"

"아프지! 그럼 안 아파? 손톱이 벌써 시커멓게 변했구먼?"

하은이 너무 아파서 엉엉 울고...

너무 속상해 말도 안 나오고 아파서 우는 딸을 안아주고 위로해 주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째 또 그러냐고 야단을 치고 말았다.

작은 화분을 사서는 초대받은 미스 노에미 집으로 좀 일찍 갔다.

하은이 손가락을 본 노에미 안쓰러워 냉동고에 얼음은 없고 냉동 야채가

있다며 냉동야채로 손이 부기를 가라앉히라 준다.

그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고,

정말 식사 중에는 하은이 손가락 아픈 것도 잠시 잊었는지 잘 웃고, 잘 먹고,

이야기도 정말 잘하고....

그리고 감사 인사를 하고 집에 와서 의료보험 카드 챙겨서 이르드 병원으로 갔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은이 앞에 17명이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가지고 간 성경책 읽다고 졸다가 다시 정신 차려 성경책 읽다가...

그렇게 오후 3시부터 외과 앞에서 기다렸다.

왜 이리 화장실 냄새는 지독한지.....

우리나라 병원은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나는데 이르드 병원은 화장실 냄새가 지독하다.

또 왜 이리 복도는 어두운지.....

난 어두운 것을 무지 싫어하는데 환하면 얼마나 좋을까..... 날도 어두워지는데 등도 어둡다.

2시간 5분이 지난 5시 5분이 되니 하은이를 부른다.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 보시더니 엑스레이를 찍어 오란다.

화가 난다. 정말 참았던 짜증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럼 진작 엑스레이를 찍고 싶다고 말할 때 먼저 찍어 오라 하지

접수할 때도 말하고 간호사에게도 말했건만,

2시간 넘게 기다리게 해 놓고는 이제야 사진 찍어 오라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집에서 혼자 놀면서 기다릴 하빈이 걱정에, 점점 어두워지고 집에 가 늦은 저녁 준비할

걱정에 혼자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 옆에서 하은이 괜히 미안한지

"엄마, 내가 알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나도 이럴 줄 몰랐거든요."

"엄마가 하은이한테 뭐라 하는 것이 아니고 간호사에게 불평하는 거야.

2시간 넘게 기다릴 동안에 우리가 한 이야기 귀담아듣고 미리 엑스레이 찍어 오라 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좋잖아."

이렇게 엑스레이 찍어서 가지고 다시 외과로 가니 뼈에 금이 갔단다.

그래서 일단 검게 변한 손톱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모두 빼야 한단다.

그래야 한다니 그러라 했는데 방법이 좀......

하은이 엄지 손가락에 알코올스프레이를 마구 뿌리더니 바늘을 라이터에 소독 겸

뜨겁게 해서는 그냥 손톱 한가운데를 찔러서 피를 뺀다.

너무 놀라고 아파서 아무 정신없는 하은이. 그래도 잘 참았다. 

그렇게 깁스를 했다.

바늘로 손톱을 찔러서 피를 뽑을 때는 너무나 아팠단다.

아팠겠지...... 에휴.... 고생이다. 큰딸.

그렇게 깁스를 하고 집에 오니 저녁 6시다.

3시간을 병원에 있다가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하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는데 작은 딸 언니 깁스한 손이 무지 신기한가 보다.

"하빈, 오늘부터는 하빈이가 언니 목욕시켜 줘.

지금까지는 언니가 너 목욕시켜 줬잖아.

그런데 언네가 깁스했으니까 오늘 부터는 니가 언니 머리도 감겨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알았지?"

"..........."

대답이 없다.

저녁에 하은이 손을 비닐로 꽁꽁 묶고 머리감기고 목욕을 시켜줬다.

작은 딸하고 함께.....

그래도 다행이다.

방학 동안이라서.

그리고 온천 가기로 한 우리의 계획은...... 취소되었다.

그냥 집에서 책 읽고 텔레비전 보기로 했다.

내일 아침 일찍 7시 30분에 병원에 오라 하니 내일 일찍 병원에 가야 한다.

외르보찬에서 바이올린 연주하기로 한 것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신 헝가리 시를 낭송하기로 했는데 어쩌려는지 모르겠다.

일단 왼손이라 다행이고, 방학이라 다행이고,

뼈가 부러진 것이 아니라 금이 간 것이라 다행이고

생각하니 감사하다. 이 정도라서..... 

하은이가 손짓으로 날 부른다.

가만히 가보니 스누피, 저 방자한 것.

감히 하빈이 엉덩이를 베개 삼아 자고 있다.

오늘  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저녁시간은 그래도 평화로웠다.

딸들도 텔레비전 보다가 곤히 잠이 들었다.

스누피랑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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