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큰 녀석이 예전 학교에서 하는 중학교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한다.
나야 내일 한글학교 숙제도 있고 또 한글학교 시험도 있으니 집에 가서
준비를 했으면 싶어 가지 않으면 좋겠다 하니
이 녀석 자꾸 조르지는 못하고 가고 싶다고, 숙제 별로 없고
연극 보고 와서 바로 시험공부하겠단다.
처음에는 큰 녀석만 보내고 작은 녀석은 집에 있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남편이 늦어지니 혼자 집에 있기 무서운지 작은 녀석도 가고 싶단다.
그래서 서둘러 두 녀석 먼저 I.C.S.B. 학교로 들여보내고 난 인터스파로
정신없이 갔다.
함께 공부하며 친하게 지냈던 딸 친구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러.
그런데 도대체 몇 명이 출연을 하는 거야?
알 수 없어 대충 9개를 샀다.
이미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났지만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뒤꿈치 들고
들어갔다. 표도 못 사고......
연극을 보면서 오는 차 안에서 큰 녀석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엄마, 내가 학교 안 옮겼으면 오늘 나도 연극을 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큰 녀석 친구들이 여기저기 무대 위에서 많이 보인다.
어라? 초콜릿이 모자라면 어쩌지?
연극 끝나고 친구들에게 갔던 하은이 말이 딱 9명이란다.
어찌나 다행인지...... 그래도 더 많이 살 것을.....
출연하지 않은 친구들도 주면 좋았을 것을.
하은이 4학년 담임이었던 미스 오르를 만나 무지 반가운 우리 하은이.
보고 싶다던 5학년 담임은 안 보인다. 오늘 안 오셨나 보다.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전화번호를 서로 주고받고 주말에 시간 내어 만나기로 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우리 하은이는 복 있는 아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제나 감사한 미스 오르.
친구들 만나 너무 좋아하는 하은이.
그런데 언제 저리 키들이 컸을까.....
세상에 우리 하은이가 제일 작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하은이가 말한다.
"엄마, 고맙습니다.
오늘 친구들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난 사실 하은이가 울까 봐서 걱정을 했었다.
눈가가 촉촉해지긴 했지만 안 울으려고 노력하는 하은이.
에고...... 뭐가 이리 어려운지.
딸아. 인생은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거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오늘처럼 반갑고
기분 좋은 것이란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 언제고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이렇게
시간을 뛰어넘어 반갑고 애틋한 것이란다.
오늘 연극 보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