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을 빚기로 했다.
추석이라서.
그런데 방앗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쌀가루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중국 가게에서 파는 찹쌀가루와 맵쌀가루를
사다가 적당히 섞어서 찬물에 반죽을 했다.
그리고 속은 설탕에 통깨를 살짝 으깨어서 넣었다.
이렇게 송편도 아닌 송편을 빚게 된 것은,
작년에 사회시험 준비를 하다가 결심한 것이었다.
한 번도 서울에서 명절을 지낸 적이 없는 딸들은
도대체 사회 시험 준비를 하려면 전부 모르는 것이라서 참 힘들었다.
예를 들면 추석에 먹는 음식은? 설날에 하는 것이 아닌 것은?.....
전혀 모르는 딸들은 무조건 설명을 듣고 외워야 했다.
금요일 저녁 1차로 송편을 만들기로 했다.
혹시나 싶어 차 안에서 물어보았다.
두 딸에게.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먹는데 그럼 설날에는 무엇을 먹을까요~~~?"
"..............."'
어라? 모르나?
"뭐야? 몰라?"
하은 - "아는데 단어가,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요"
" 하빈, 하빈이는 뭔지 알아?"
"몰라!"
아주 당연한 듯이 말한다.
"떡국이 잖아요~~ 떡국!"
" 아~~~ 맞다. 알고 있었는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났어요"
"근데요~~ 엄마, 떡국이 뭔데요?"
"어~ 어? 떡 썰은 것 고기 넣고 끓여서 먹은 것. 하빈이 좋아하는 것."
"아~~ 알아요."
에휴~~~~ 사실 얼마 전에도 하빈이가 숙제를 하다가 물었었다.
엄마, 옥상이 뭐예요?
어? 옥상? 집 지붕 위가 옥상이지?
그런데 어떻게 지붕 위에 올라가고, 빨래를 널어요?
그러고 보니 헝가리는 옥상이 없다. 그러니 모를 수밖에.....
열심히 한국 드라마 떠올리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었다.
올림픽을 본 뒤 활 쏘는 이야기를 20여분 하다가
양궁선수들은...... 하니까 또 묻는다.
엄마, 양궁이 뭐예요?
지금 우리가 말한 활쏘기가 양궁이지요.
이러니 쌀가루 아니라 밀가루 반죽이라도 해서 시늉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밀가루로 장난처럼 콩 넣어 만들고는 버렸었는데,
올 해는 중국 쌀가루로 만들어 쪄서 직접 먹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들기 시작을 했는데.....
오우~~~ 저 심각한 표정. 작품을 만드는 중이군.
마침 그날 하은이랑 집에서 잠자고 한글학교에 가기로 한 친구도
함께 송편을 만들었다.
모양은 제법 그럴싸하다.
만두처럼 만들면 될 거야.... 하며 열심히 만들더니... 괜찮다.
막 쪄서 나온 송편을 먹더니 맛있단다.
좀 밀가루 냄새도 아니고 쌀가루 냄새도 아닌
정체불명의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그런데 남은 송편을 다음날 먹으려 하니 영~~~ 아니다.
역시 쌀가루가 좀.....
그리고 토요일 저녁 디오쉬드에 사는 4 집이 모여서
쓸쓸한 추석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한 집은 사정상 참석을 못하고 3 집이 음식을 만들어서 모였다.
이럴 때 한 번씩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도 함께 놀곤 한다.
즐겁게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모여 다시 송편을 만드는데
송편이라기보다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유리 할머님이 시범을 보여주시고.
오늘은 더 쌀가루가 말을 안 듣는다.
미리 반죽을 해서 비닐봉지에 넣어 가지고 와서 그러는지....
이럴 때마다 방앗간에서 빻아서 만든 송편이 그리워진다.
솔잎 깔아 솔잎 냄새 향긋하게 나는 송편 말이다.
하빈이가 만든 송편을 제일 먼저 쪘다.
색은 제법 그럴싸한데 안의 속 고물이 적어 먹으니 맛은 맹맹하다.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만들고 했으니 잊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또 하나 소망을 해본다.
설날에는 방앗간에서 막 뽑아온 가래떡을 적당히 말려서
아이들과 열심히 예쁘게 썰어 떡국을 끓여 먹고 싶다고.
얼마 전 하은이가 물었었다.
"엄마, 엄마랑 떡 썰기 한 사람이 누구지요?"
"한석봉?"
"네, 근데 무슨 떡을 왜 썰어요?"
"얼라? 어째 떡 썰은 것만 기억을 하누?"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는 생각을 했다.
가래떡을 모르는구나.......
떡볶이 떡도 요즘은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나오니
길게 길게 늘어져 나오는 가래떡을 본 적이 없구나.......
올 설날에는 떡 썰기 프로젝트를 해봐야겠다.
토요일 저녁 에피소드 하나.
식혜를 만들어 갔었다.
하은이와의 약속이었었다.
식혜를 좋아하는 하은이.
체중 조절 때문에 안 했었는데,
추석 때는 꼭 식혜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송편 다 빚고 아이들에게
"애들아~~~ 식혜 먹자!" 했더니
함께 송편 빚던 000씨 작은 아들이
"엄마, 뭘 시켜 먹어요?" 한다.
모두들 웃느라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 애들아 식혜 시켜 먹을 사람 오세요~~~~"
외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린 참 많이 웃는다.
웃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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