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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엄마, 흑백 만화가 떠 올라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8. 12. 30.

 

 위 사진의 CD는 3년 전에 구역을 함께 했던 자매가 선물로 준 것인데,

너무나 자주 들어 이제는 딸들도 다 외운다.

CD라 다행이지 테이프였다면 벌써 늘어졌을 것이다.

아침에는 항상 들어서.

아침에는 이렇게 조용한 찬양이나 클래식을 들으면서 학교에 간다.

딸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 시간은 참 재미가 있다.

딸들의 표현이 신선하고 내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을 한다.

그리고 또 두 딸들이 서로 표현하는 것을 들으면서 가는 시간은 참 즐겁다.

얼마 전 장을 청소하다가 딸들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CD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12월부터 간간히 들었는데 어느날 작은 녀석이 말한다.

"엄마, 이 음악을 들으면요 색이 없는 흰색과 검정색만 있는 만화가 자꾸

생각이 나요. 그런 거 있잖아요. 갑자기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움직이고 여기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면서 움직이는 거요." 한다.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을 들으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자기도 피아노로 치고 싶다고 한다.

하은이는 발트토이펠의 " 스케이트 왈츠"를 듣더니 정말 스케이트 타는 장면을

잘 표현했다며  "엄마, 여기는 정말 스케이트를 타고 쭉 미끄러지는 것 같아요.

여기는 스케이트를 타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것 같아요....." 한다.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면서는

"엄마, 난 봄이 아니라 여름 같아요."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다 어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들을 CD를 7개 장바구니에 넣었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용재 오닐의 CD랑 바흐의 CD도.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차마 욕심껏 넣지 못하고 겨우 7개만 골랐다.

딸들이 커가고 있다.

예전에는 바비 인형과 공주책을 좋아하고 핑크색을 좋아했는데

이젠 이렇게 음악도 함께 듣고

엄마는 어떤 작곡가가 좋아요?

라는 질문도 듣고.

딸들 커가면서 내 생활도 조금씩 변한다.

아기염소가 들어 있던 동요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조수미 CD를 주문하고,

짧은 어린이 클래식을 들었었는데 이젠 작곡가 위주의 전악장 CD를 주문하고,

아빠는 요즘 유행하는 가수의 노래를 CD에 구워 준다.

빅뱅, 비, 김종국,.....

이렇게 변하는 것이구나.

아이들이 커가니 그에 따라 부모도 함께 듣는 음악도, 자주 가는 장소도,

보는 영화나 드라마도....

그리고

엄마가 예전에 이 가수의 노래를 좋아했단다.

엄마가 예전에 이 책을 읽었었지.

엄마는 여기가 좋았는데.....

이런 이야기도 함께 하니 참 좋다.

딸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어느 날 같이 놀자고 하는 에미에게 친구랑 노는 것이 더 좋다며

엄마는 아빠랑 같이 놀라 하고 나가는 날이 오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된다.

그전에 딸들에게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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