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죽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작은 녀석이 심상치 않다.

얼굴이 벌게져서는  열이 39도가 넘는다.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도시락 싸고 출근준비를 마쳤는데 옷다 입고

조금만 눕겠다던 녀석이 못일어 난다.

그래서 작은녀석에게 집에 혼자 있으라 하고 출근을 했다.

식탁위에 도시락과 약을 올려 놓고는.......

학교에 가서 전화를 하니 밥은 안먹었고 약은 먹었단다.

다시 전화를 하니 안받아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잠자는 것 보고 나왔으니

아마도 잠들어서 안받았을 것이라고.

점심시간에 다시 전화를 하니 또 밥은 안먹었고 약은 먹으라는 데로 다 먹었단다.

알았다고.

엄마가 끝나는 데로 바로 가겠다고.

하필이면 이날 도시락이 유부초밥이었다. 작은 녀석이 별로 안좋아하는.

그래도 먹겠다고 해서 함께 유부초밥을 쌌었는데 저리 아프니 입맛도 없고

그러니 안먹고 그냥 약만 먹었을 것이다.(나중에 하빈이 도시락은 그냥 버렸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내가 몸이 으슬으슬 추운것이 심상치가 않다.

안되는데....... 시간을 끌면 안되고 초장에 잡아야 하는데.....

점점더 몸이 춥고 뼈마디가 쑤시면서 어질어질 하는 것이 아무래도 자리를 잡으려는 것 같다.

빨리 약부터 먹어 자리 못 잡게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수업 끝나자 마자 큰 녀석 태우고는 바로 퇴근을 했다.

머릿속이 어찌나 복잡하던지.

그때 서울에서 보았던 죽집이 갑자기 생각이 나면서 헝가리에도 죽집이 있으면 좋겠다,

정말 죽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포장해서 가지고 가서 작은 녀석도 먹이고

저녁 준비 안하고 다 죽먹고 자면 되는데.........

없는 죽집 생각만 하면서 제일 먼저 장을 보았다.

내일 아이들 간식과 스누피 패드가 떨어져서.

그리고 약국을 갔다. 일단 헝가리에서 파는 나름 독한 종합 감기약을 사고

비타민 C도 1,000mg으로 한통을 샀다.

점점 뼈마디가 쑤시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운전도 힘들다.

어찌나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리던지 그렇게 온몸을 떨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냉동고에 넣어 두었던 불린 미역과 쇠고기를 꺼내서 미역국 부터 끓였다.

무엇이든 해서 아이들을 먹여야 하기에.

정말 정신없이 미친듯이 밥도 올려 놓고. 내일 도시락 준비도 해 놓고.

빨래 까지 세탁기에 돌려 놓고는 전기 장판을 틀고

한국에서 가져온 약과 아까 약국에서 산 약 모두 꺼내서 한번에 다 먹었다.

그리고 비타민 C도 먹고.

딸들에게 엄마 지금부터 잘테니까 깨우지 말라고 말하고 들어 누웠다.

초저녁 6시에 말이다.

아빠 오시면 아빠랑 함께 저녁 먹으라 말하고는.

비몽사몽 몇번을 깼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다가 목이 아파 물걸레를 적시러

나가 보니 남편이 빨래를 널어 놓고 말린 빨래를 그 새벽에 다리고 있다.

나중에 내가 할테니 놔두라 말은 했지만  일단 다림질 해주니 좋기는 좋다.

못일어 나면 어쩔수 없이 결근이다 했는데 그래도 아침이 되니 눈이 떠지고

두 딸들도 일어나 학교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작은 녀석이 하는말이 가관이다.

"엄마, 나 어제 아파서 집에 있어 보니까 무지 심심했어요.

이젠 아무리 아파도 학교에 갈꺼에요. 집에 안있을 꺼에요." 한다.

내참~~~~ 누가 있으라 했나?  웃어야 하는 것인지.....

학교 가는 차안에서 무지 말이 많다. 작은 녀석이.

하루 아파서 집에서 혼자 쉬어 보니 정말 심심했었나 보다.

학교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무지 좋단다. 어찌나 신나하는지......

그래도 아직 기침도 하고 목도 아프고 해서 수영은 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아침까지만 해도 식은땀이 나고 뼈마디가 쑤시더니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보자 괜찮아 졌다.

그리고 오후 수업이 마치면 또 뼈마디가 쑤시고,

그렇게 삼일을 하더니 오늘은 좀 괜찮아 졌다.

이렇게 올 겨울도 몸살한번 치루고 지나가나 보다.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죽집이 이렇게 그립고 아쉬울 때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참 편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전화만 하면 다 되니 말이다.

이번에 아프면서 정말 많이 걱정을 했었다.

결근을 하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또 나야 아프면 결근할 수도 있지만 딸들이 결석을 해야 하기에 말이다.

그러고 보니 유치원 교사 시절 한번도 결근을 한적이 없었다.

결근이라는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각반이 40명이 넘는데 어떻게 결근을 할 수 있겠는가......

합반을 할수도 없고, 보조 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독감 예방 접종하고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독한 약을 미리미리

많이 먹어 가면서 그리들 버텼었다.

나도 그랬었다.

약기운에 심하게 몸살을 할 정도로 그리 약을 먹으면서 출근을 했었다.

그렇게 8년을 지냈었다.

단 하루도 아프다는 소리 못하고 지각,조퇴, 결근 없이 말이다.

환경이 그러하니 다들 또 그렇게들 잘 해냈었다.

우리가 서로를 위해서 해 줄수 있는 일은 유치원 차를 대신 타주거나

순서를 바꾸어 주고, 오후에 좀 일찍 보내주면서 일을 대신 해주는 거였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이 40명이 넘으니 출근도 7시 30분이면 하고

퇴근은 언제나 9시가 넘고, 행사가 있으면 10시를 훌쩍 넘기는 것이 보통이었었다.

토요일도 언제나 오후 3시 퇴근이었다.

모두들 유치원 교사는 중노동에 시달리며 노처녀로 늙어 간다고들 한숨을 쉬곤 했었다.

게다가 월급은 어찌나 적은지.......

대학나와 그리 월급이 적은 직장도 정말 드물것이다.

그래도 다들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들하고 지내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거 하나로 만족하며 그렇게들 지냈었다.

 

오늘도 헝가리 약과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함께 먹었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 몰라서......

일단 이번주 까지만 잘 버티면 주말에 좀 쉬면 나아지겠지......

그래도 어제 보다 오늘은 좀 더 몸상태가 훨씬 좋아지고

내일은 또 훨씬 가벼워 질 것이고.

딸들이 또 건강하게 씩씩하게 에미랑 함께 학교에 가주니 또 좋고,

아픈 작은 녀석도 아파도 집에 안있고 학교에 가겠다 하니 그것도 고맙고,

열심히 코풀면서도 씩씩하게 자기 일 잘하는 큰녀석도 고맙고,

새벽에 다림질해주고 밥도 해 놓는 남편도 고맙고,

그저 오늘도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