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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방학 마지막 날 우리는.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1. 7.

하은이 손을 깁스하는 바람에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더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큰 녀석 어디든 가자고 은근히 졸라댄다.

어딜?

아무데나요. 백화점 같은데요.

살 것도 없는데.....

그래도 가고 싶어요.

그래서,

우린 결정을 했다.

한글학교 2시간만 수업하고 조퇴한 뒤에 비엔나 아웃렛을 드라이브 겸 가기로.

딸들 한글학교 2시간만 한다니 좋아서 입 벌어지고,

또 비엔나 아웃렛을 간다 하니 또 입 벌어진다.

정말 특별히 살 것은 없는데 그냥 딸들하고 곧 개학이라 마지막 날을 그렇게

바람 쐬러 갔다 왔다.

하빈이가 짚단 말아 놓은 것을 보더니 순대 같단다.

멀리서 보니까 정말 비슷하다.

바람개비가 거의 안 돌아간다.

바람이 없나 보다.

국경 가까이 왔다.

여기저기 바람개비가 보이는 것이.

 아차!

깜박했다.

오늘은 내가 고속도로 티켓을 샀는데 비엔나 고속도로 티겟을 못샀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국경 건너면서 생각이 나서 주유소로 바로 들어갔다.

티켓을 사러.

하은이가 날 부른다. 하늘에 하트 구름이 있다면서.

정말 하트네~~~~

오늘 기분이 무지 좋다.

어라~~~?

길가에 차가 무지많이 주차해 있다. 사람이 많은가 보다.

괜찮다. 그냥 구경삼아 온 것이니까.

오늘은 주인 따라온 강아지만 찍기로 했다.

하은이의 소원이 이런 곳에 스누피 데리고 오는 것인데 하은이 자신도 잘 안다.

절대로 데리고 오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 스누피는 저렇게 얌전히 안겨 있지도 않고 조용히 하지도 않아서.

저렇게 큰 개도 정말 무지 얌전하다.

그런데 우리 스누피는 어째 그리 방정맞은지.....

날씨가 추워져서 강아지들 먹으라는 물이 얼었다.

에게......?

저리 쪼끄만 개가 사나운가 보다.

입을 막아 놓은 것을 보면.

아님 이것저것 물어뜯어서 그런가?

나중에 우리도 저 빵 사 먹었는데 정말이지 무지무지 맛이 없었다.

절대로 다시는 사 먹지 말아야겠다.

주인이랑 똑 닮은 개. 얌전하고 의젓하고 신사다.

좀 촐랑 맞아 보이는 개.

그래도 우리 스누피보다야 얌전하지만......

학교 티나 선생님 개랑 똑같은 개.

아빠랑 딸들이랑 개에게 가서는 만져보고 이야기하고 좋단다.

난 절대로 만지고 싶지 않다.

침을 질질 흘려서..........

나름 패션에 신경 쓰고 나온 강아지.

 저기서 덥힌 와인을 마시기로 하고서는 나중에 그냥 서둘러 왔다.

항상 생각하지만 어묵 국물이 그리워진다.

저런 곳에서 덥힌 와인이 아니라 따뜻한 국수나 어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 4시가 되니 이리 캄캄하다.

하은이 옷 사고 아빠 와이셔츠, 넥타이 사고, 하빈이 반바지 하나 사고.

그렇게 딸들하고 매장마다 들어가 사람 구경하고 강아지 구경하고

물건도 이것저것 뒤적이며 구경하다 왔다.

정말 일 년에 한두 번 이렇게 바람 쐬러 오는 것도 괜찮긴 한데

우린 다음에는 그냥 헝가리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물론 지나는 길이면 들리겠지만.

어쨌든 딸들 콧구멍에 바람 좀 넣어주고 드라이브도 하고.

이젠 방학이 끝났다.

짧은 2주의 방학이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