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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엄마의 일/2009년

카일 길들이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2. 12.

얼마전에 새로운 녀석이 들어 왔다.

미국아가인데 러시아에서 살다가 왔다고 한다.

이녀석이 보통이 아니다.

인터뷰하던 날부터 우린 긴장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온 첫날 부터 진을 다 빼고 결국 오피스에 가서 짐목사님까지 만나고 돌아 갔었다.

그 카일이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잘 하느냐...?

그건 아니다.

많이 좋아 졌지만 아직도 기운이 펄펄 넘쳐서 막 잡아 올린 물고기 모양 팔딱팔딱 뛴다.

노에미랑 나는 하루종일 이녀석과 씨름하느라 오후가 되면 진이 다 빠지고 머리가 아프다.

안된다, 하지마라, 던지지 마라, 만지지 마라, 때리지 마라, 밀지 마라, 발로 차지 말아라.

왜이리 부정적인 말을 많아 하게 되는지......

지금까지 한번도 안한 협박까지도 이녀석에게는 한다.

먹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요즘은 오피스 가는 것을 싫어해서 협박하면 잠시는 조용해 진다.

"카일, 너 벌써 스트라이크 두개나 받았잖아. 하나 더 받으면 오피스 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좀 얌전히 있으면 좋겠다. 난 오늘 네가 예쁜 스티커 받으면 좋겠거든."

자기도 스티커 받고 싶단다.

그런데 그 마음이 오래 가질 못하고 계속 장난을 걸고 몸을 마구 움직이니 꼭 사고를 치고 만다.

자기 책가방 정리도 안되고 신발 갈아 신는 것도 장난치다가 안하고,

간식을 먹고 나면 주변이 엉망이고.

결국 노에미랑 카일 길들이기에 나섰다.

절대로 도와주지 않는다.

시간안에 안하면 혼자 교실에 남겨 둔다.

다 준비가 되면 그때 따로 움직인다.

- 오늘도 혼자 뱅글뱅글 돌면서 장난치다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준비를 다하고 줄을 섰는데도

혼자서만 준비를 못해서 카일만 남겨두기로 하고 마침 기도를 하는데

카일 그때서야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나를 부른다.

"미쓰 선미~~ 이것좀 넣어 줘요. 미쓰 선미, 나좀 봐."

모른척, 못들은 척 난 눈감고 기도했다.(부탁할때의 카일의 목소리는 무지 달콤하다.)

'카일, 너 혼자 잘 할수 있거든요? 특히 네 가방은 무지 커서 폴더가

무지 잘 들어 가걸랑요~~~?'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간다고 줄을 서서 나가니 무지 급했다. 카일.

정신 없이 신발 갈아 신고 가방에 파일 넣고 코트 입고.......

검지 손가락으로 가방 메는 것만 살짝 들어 올려서 도와주고

뛰지말고 걸어요. 뛰면 안돼!  ㅋㅋㅋㅋㅋㅋ

몸만 정신 없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어찌나 굴곡이 심한지

옆에서 보는 나는 너무 웃겨 화장실 가서 웃고 와야 한다.

 

 신나서 게임을 하는 카일.

그런데 맘이 급하니 언제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지면 저렇게 책상 밑에 들어가서는 대성통곡을 한다.

처음에는 놀랬었는데 가만 지켜보니 놀랠일도 아니었다.

딱 20여초니까...... 친구들이 계속 게임을 진행하니까 궁금해서 눈물 마르지도

않았는데 의자위로 올라 온다.

 

 ㅋㅋㅋㅋㅋㅋ 계속 불평을 하면서도 귀는 열려 있어서 다 듣고 있는 카일.

 

 그리고,

저렇게 앉아서 감놔라 대추놔라 온갖 간섭을 다 한다.

또 자기가 아는 것은 잘난척 하느라 미리 다 말해서는 몇번의 경고 끝에

오피스로 끌려 가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은 교실에서의 규칙을 끝까지 어기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착하게 지키지도 않지만 한두번 하다가 멈춘다.

이것도 무지 발전한 것이다.

 

 두번째 게임에서도 지고는 저리 눈물을 뚝뚝뚝!

그렇지만 또 20여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깔깔 웃고

장난치고 자기 순서가 아닌데도 답을 맞추어서 경고 먹고......

 

 오늘은 자유 놀이 시간에 하루끼랑 재미있게 놀더니

마티아스가 함께 놀자 하니 싫단다. 자기는 둘이서만 놀고 싶다고......

결국 함께 놀고 싶던 마티아스는 울고 말았고,

 

 그런데 마티아스가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며 깔깔깔 웃으니

무지 궁금한 카일.

마티아스에게 가서 함께 놀고 싶다고, ㅋㅋㅋㅋ

마티아스 싫단다. 바로 아까 거절당했던 마티아스니까 당연히 싫다고.

그런데 카일 그런다고 물러서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도 안쓰고 그냥 팬을 잡고는 열심히 참여하니

아이들도 다시 함께 어울려서는 신나게 그림을 그리며 논다.

진짜 카일. 넌 명물이다.

어쩜 그리 자기 주관적이고 언제나 에너지는 넘치고, 자신만만.

해서는 안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구분이 어찌 그리 안되는지....

 

 ㅋㅋㅋㅋㅋ

 

 패턴을 배우는 수업.

우와~~~~ 카일 무지 진지한데?

그런데......

저 진지함 뒤에 바로 장난을 쳐서는 결국 압수 당했다.

 

아이들이 패턴수업하는 것을 사진찍다가 예전 생각이 났다.

벌써 20여년전 내가 유치원 교사일때는 일일이 선생님들이

머리에 쥐가나게 패턴을 만들어가면서 그렸었다.

자로 재고 그리고 코팅하고,

또 견본은 색종이로 오려서 붙이고 또 코팅하고.

그렇게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퇴근이 늦을수 밖에 없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저리 다 프린트가 되어서 나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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