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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하은이의 아름다운 성품.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6. 15.

내 딸 하은이는 참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다.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워낙 순하고 착한 아이지만 다른 아이가 갖고 있지 않은

그리고 훈련에 의해서 가능한 성품을 하은이는 가지고 태어났다.

지난주는 하은이 반의 까띠야 생일이 있는 날이었다.

원래는 방학중이라서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 방학하기 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전부터 어떻게 까띠야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풍선을 사고 뿌~~ 뿌~~ 부는 것도 사고,

당일 아침 일찍 학교에 서둘러 갔다.

워낙 나 때문에 일찍 가기는 하지만 그날은 좀 더 신경 써서 갔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교실을 이쁘게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가만히 올라가 보니 벌써 풍선 부느라 바쁘다.

 이 날은 마르치가 함께 도와주었단다.

 하은이 입 아프도록 열심히 풍선 불어 교실을 꾸미고.....

그날 까띠야는 너무나 행복했었단다.

생각지 못한 깜짝 파티에......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학기 중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하은이는

일찍 학교에 가서는 교실을 이쁘게 꾸몄다.

며칠 전부터 까띠야랑 몰래몰래 통화를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그리고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 달랬었다.

한 번은 물어보았었다.

"하은아, 넌 친구들에게 이렇게 해주는데 친구들은 안 해주면 섭섭해?"

"아니! 난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하니까. 그리고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또 좋아. 난 정말 나한테 안 해줘도 괜찮아."

"맞다. 그게 정답이다. 받으려고 하면 나중에 친구들이 잊고 못해주면

너무나 섭섭하고 또 그래서 친구랑 관계가 편치 않으니까

그때그때 해주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지."

정말 하은이는 이렇게 열심히 했지만 친구들이 깜짝 파티를 해준 적은 없었다.

그래도 하은이는 기억했다가 왜 나한테는 안 해줘.... 하며 서운해한 적이 없다.

기억하지도 않고 기대도 당연히 안 하고 그러니 서운하지도 않다.

만약 한 번이라도 그랬다면 난 친구를 위해서 해준다는 이런 준비들을 못하게

했을 것이다.

나중에 저 녀석이 난 왜 안 해줘... 하며 서운해하는 꼴을 내가 못 보니까.

수빈이가 한국에 갈 때도, 까띠야 생일 파티 때도

하은이는 너무나 만족해하며 행복해 했다.

또 가끔씩 나와 남편에게도 이쁘게 그리고 꾸민 편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게 자식 키우는 기쁨인가 보다.

하은이와 하빈이는 작년까지는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올해 엄마 따라서

 GGIS로 옮겼다. 그러니 올해가 첫해인 것이다. 

딸들에게는.

하은이는 학교 전 직원들이 추천해서 주는 상을 받았다.

크리스천 캐릭터 상.

남편은 성적이 우수해서 받은 상보다 너무나 귀하다며 아주 기뻐했다. 나도.

전에 다니던 ICSB에서도 모든 선생님들이 추천해서 주는

존경받는 아이 상을 받았었다.

그때도 어찌나 기뻤던지....

ICSB에서 받은 상과 GGIS에서 받은 상을 잘 보관했다가 하은이

방이 생기면 액자에 넣어 걸어 주어야겠다.

가끔은 언제나 손해 보는 것 같고 남 챙기다가 자기 것도

잘 못 챙기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었다.

하은이 3학년 때 수학 시험지를 가지고 왔는데 아주 쉬운 곱셉 문제가

100문제 있는데 반 정도밖에 못 풀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시간을 재고 그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정확히

푸는가를 보는 시험이었단다.

그런데 시험 보는 중간에 친구가 연필이 부러져 연필 빌려주고

지우게 가 떨어진 친구 지우게 빌려 주고 그러다가 시간 다 지났단다.

어찌나 속상하던지......

다음에는 친구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 하고 시험 중에는 빌려 주지 마!

했더니만,

친구들도 미리 준비했는데 시험 중에 연필이 부러지고 지우게가 떨어지고

그러면 시험을 못 보니까 빌려 달라 하면 빌려 줘야 해.

다른 친구도 있잖아?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하고 또 안 된다 하니까

나중에 다시 나에게 부탁해.

그러니까 빌려 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친구가 시험을 못 보니까........

생각해 보니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속상했었다.

그래도 왜 항상 하은이가 그러냐고요~~~~~ 너도 시험을 잘 봐야지.......

그럴 때면 남편은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성적도다 성품이 더 중요해. 괜찮아. 잘했어.

에미인 나야 둘 다 잘해주면 더 좋겠는데 나도 안다. 욕심인 거.

한정된 시간에 아직 어린 하은이가 두 가지를 모두 다 잘할 수 있겠는가.....

또 영어 학교에, 한글학교에,

그러면서 헝가리 말 잊을 까 봐 가끔 헝가리 책 읽어 달라 하는 엄마의 부탁.

모르지 않다. 나도 안다.

조금씩만, 한문도 조금만, 역사도 조금만,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헝가리 말도 잘하고....

이러면 아이를 잡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다 쥐고 버리지 못하면 아이를 죽인다는 것을.

참 어렵다. 내 안의 욕심을 누르기가.

올해 받은 이 상은 하은이를 격려하고

나에게는 욕심부리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매일매일 에미인 난 내 안의 욕심과 싸운다.

 

잘했어요. 하은. 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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