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한글 학교 졸업하는 하은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2. 21.

 

 꽃집을 들렀다.

그런데.... 꽃이 많이 시들었다.

다시 다른 꽃집을 가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작은 꽃다발을 만들었다.

하은이가 한글학교 졸업을 하는 날이라서 그냥 가기도 그렇고

또 어렵게 힘들게 다닌 학교라서 축하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한때는 친구가 없어 쉬는 시간이면 여기저기 방황하던

하은이는 한글학교가 기를 너무나 싫어하고 힘들어했었다.

예비반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하은이 혼자만 헝가리 학교를 다녔고,

2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또 하은이 혼자만 디오쉬드에 있는 국제학교를 다녔기에

부다페스트에 있는 다른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어려서는 그래도 괜찮은 듯싶었는데 좀 크더니 많이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힘드니 가지 말아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억지고 데리고 가고, 엄마의 권위로 협박도 하고, 어르고 달래면서

그리 7년 중 2년을 힘들게 다녔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의 시간이 지났다.

7살 되던 3월, 예비반에 들어가 떠듬떠듬 한글 읽던 하은이가 오늘 한글학교 졸업을 했다.

기특하고 이쁜 딸.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무거운 가방 들고 한글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에미 맘이 좋았겠나.

끝나는 시간 기다렸다가 딸들이 그리 가고 싶어 하는 한국식품점에 가서 과자나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려 애썼다고, 고생했다고 다독이며 온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났고 어느 날부터 하은이가 한글학교가 싫다는 이유가 단순히

공부가 좀 어려워서라고,  친구들하고는 잘 지낸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되었다. 공부는 괜찮다. 좀 못해도.

시험이 신경 쓰인다고 할 때는 시험 안 봐도 된다고 했었다.

시험지 받아다가 집에서 엄마랑 하자고....

괜찮다고. 그냥 한글학교만 가면 된다고..... 그러면 좀 생각을 하다가 학교에 가서

시험 보겠다며 그리 가곤 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도 어렵고

매주 토요일 한글학교에 가느라 친구 집에 놀러

못 간다며 불평도 많았지만 어쨌든 드디어 오늘

졸업을 한다.

" 큰딸! 축하해!

졸업하니 좋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졸업을 하니

엄마가 너무 기쁘다. 그리고 고맙다.

축하해."

창밖을 보니 웬 까마귀들.....

무지 많다.

먹을 것이 많나?

학교 마당에 먹을 것이 뭐가 있을라고

저리 까마귀가 많지?

우리 집 마당이야 호두 주어 먹으러들 온다지만....

헝가리에서 태어난 우리 딸들이 한글학교

라도 다니니 저리 국기에 대한 맹세도 하고

애국가도 불러 본다.

졸업식 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불러 보고....

그러고 보니 애국가 1절만 불러서 2,3,4절은

모르는 것다.

언제 프린트해서 읽어 보라 해야겠다.

다들 애썼다.

언제들 저리 컸는지.....

이젠 에미키와 비슷하다.

하빈이도 개근상을 받았다.

하은이도 개근상을 받고,

교민이 없는 헝가리라서 한글학교 6년을 다니는 아이들이 아주 드물다.

그래서 한글학교 6년을 졸업하면 대사관에서 대사님이 격려하는 의미의 상을 주신다.

올해는 하은이와 이름이 같은 이하은이

이렇게 두 명의 하은이가 받았다.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송사가 뭐야? 답사는?

얼마 전 작은 녀석이 물어봤었다.

8명이 졸업을 했다.

이중 3명을 예비반 때 내가 가르쳤었다.

혜리와 성문이는 예비반 때 나와 함께 공부를

하다가 아빠가 발령을 받아 한국으로 귀국을

했는데 얼마 전 다시 헝가리 발령을 받아

다시 온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게도 하은이, 성문이, 혜리는

한인학교에서 예비반과 졸업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졸업이라고 사진 한 장 함께 찍었다.

그런데 작은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그나저나 졸업식날은 중국집 가셔서서

자장면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

그렇다고 스파게티로 대신할 수도 없고.

쩝쩝쩝......

 하은아!

졸업하니까 좋지?

그때 포기하지 않고 다니길 잘했지?

그런 거야. 앞으로도 그래야 돼.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무언가를 쓰다가 말을 맺지 못하는 것과 같고,

그림을 그리다 중간에 마무리를 못하는 것과 같아.

하은이는 한인학교 졸업으로 마침표를 찍은 거야.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 것이지.

그리도 다시 또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거야.

중학생 이야기를.

그리고 그림을 더 멋진 다른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거지.

하은이 졸업하는 날 엄마가 무지 기분이 좋았단다.

이쁘다 내 딸.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