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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밀알 활동

장애인 이처씨의 소원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9. 7. 25.

우리 밀알에서는 몇몇 장애인 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처음 밀알을 시작할 때 우린 우리 나름의 원칙을 세웠었다.

첫째, 한번 연결된 가정은 그분들의 뜻이 아니라면 끝까지 후원한다는

원칙과

둘째, 재정을 비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예를 들어

그분들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린 밀알 재정을 다 털어서라도

그분들을 도우며 그분들에게 한고비 넘길 시간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었다.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진행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이처씨가 탈장이 되어

장이 썩어 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처는 수술을 간절히 원하지만 워낙 위험한 수술이다 보니

부다페스트에서는 수술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으로 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이처씨는 수술 중에 죽더라도 이렇게 고통 속에서 죽느니 수술이라도 받고

싶다고 한다.

또 부부가 장애인인데 나라에서 생활도우미 비용을 보조해 주던 것이

작년부터 예산 삭감으로  끊겼다.

그래서 작년에 4개월간 밀알에서 매달 후원하는 것 이외에 별도로 4개월간

이처씨 부부를 도와줄 생활 도우미 비용을 후원했었는데,

다시 생활 도우미 비용이 당장 다음 달부터 필요하다며 요청을 해 왔다.

너무 몸이 아파 움직이기도 힘든 분이 생활 도우미까지 없다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들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린 이분을 돕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여러모로 방법을 찾으려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이 사진은 2005년 12월 9일 송년 모임에 오셔서 본인의 삶과

그림을 소개하던 사진이다.

이때만 해도 성경공부도 인도하고 매일매일 성경을 묵상하면서

어려운 형편에 볼펜과 화이트로 성경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었다.

그분의 그림을 사기를 원하시는 분이 계셨지만 이처씨는 자식과 같다며

팔기를 원하지 않았었다.

사실 그림을 간직하고 있다가 전시회를 하고 싶으 셨었나 보다.

지난주에 선교사님이 방문을 하시니 그분의 간절한 소망을 말씀하셨단다.

수술하다가 죽어도 좋으니 수술한번 받고 싶다고......

가지고 있는 그림을 살아 있을 때 전시회 한 번만 하고 싶다고........

해드리고 싶다.

정말 수술도 해드려서 시간을 더 드리고, 그 시간에 전시회도 열어 드리고 싶다.

 

난 화려한 이론과 논리로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들에 분노한다.

장애인들도 항상 받기만 하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그들도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말들, 말들......

그럴 수 있는 장애인이 있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이 있다.

만약 이처씨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스스로 고기를 잡게 하겠다고 한다면

이처씨는 낚시 바늘에 지렁이 끼우다가 굶어 죽을 것이다.

탈장과 진행성 장애로 인한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난 이런 이론과 말들로 탁상공론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들에 심하게 분노하고 있다.

 

진심은 언제나 통했었다.

우리가 3년을 후원했던 장애인 남편을 둔 여인은 어느 날 취직이 되었다면서

앞으로 자기는 괜찮으니 다른 장애인 가정을 찾아 후원을 해달라고 해서

그다음 달부터 다른 가정을 후원했었다.

장애인들이 언제나 도움받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너무나 쉽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교만한 생각이다.

그들도 스스로 하고 싶어서 너무나 열심히 노력을 한다.

그러다 정말 그래도 안될 때 절박한 심정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짜내고

너무나 비참하고 속상해서 손 벌리기 싫은 그 손을 내미는 것이다.

왜 그들의 귀한 자존심을 그리도 하찮게 취급을 하는 것인가.

 

장애인 후원은 수도 없이 예고 없이 찾아드는 응급상황에 그저 우린 뛰어가서

아픈 현실 속에서 같이 가슴 아파하고 그들의 필요를 최선을 다해

채워주려 노력하면 된다고 난 단순하게 그리 생각을 해왔고 지금도 그리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을 평생 책임질 수도 없고 그들의 아픔을 치료해 줄 수도 없으며

그들의 고통을 나눠질 수도 없다.

다만 우린 최선을 다해서 그들이 낙심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조금만 더 참자고, 이번 한 번만 더 고비를 넘겨 보자고,

그러다 보면 다음 달에는, 아니 어쩌면 다음 주에 무슨 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러우러도 입례도 일디꼬도...... 모두들 그렇게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씨또한  고아로 버려지고 성폭행을 당하고

혼자 어렵게 공부를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가장 귀한 만남.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을 알고 그분은 고통 속에서도 성경을 읽고 그 말씀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을 했다.

 

육신이 건강한 자들은 모른다. 장애로 받는 고통을.

물질이 풍요로운 자들은 모른다. 물질로 인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두고 매일매일 바쁘게 방문하며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모른다.

혼자서는 문밖 외출이 너무도 어렵고 힘든 그분들의 외로움을.

찾아갈 수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는 언제나 고립되어 있는 그 외로움을.

 

그래서 난 화가 나있다. 그 화로 새벽 1시가 넘은 이 시간 내 속을 이렇게 풀고 있다.

너무나 이기적인 가진 자들의 말들에 난 분노한다.

 

낙심 중에 있답니다. 이처씨가.

이렇게, 결국 이렇게 나의 삶이 끝나는 것이냐고.......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하고, 부모에게 버림받고,

진행성 장애로 육신의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았던 시간들.

그분에게 기적 같은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분의 자식 같은 그림들을 이쁜 액자에 잘 넣어서 조명이 있는 곳에

잘 걸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 소원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답니다.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