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버스카드부터 사기로 했다.
그냥 사면되는 줄 알았는데 버스카드를 주더니 사이트에 들어가서 등록을 하란다.
어? 나 그런거 어려워하는데......
직원이 10일안에만 하면 된단다. 일단 사고 누구에게든지 도와달라 하지 뭐...
그런데 우리만 어리바리한 것이 아니었다. 경찰대 학생인지,
아니면 군인인지 모르겠지만 5명의 젊은 경찰 학생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친정엄마가 충전하는 것을 몰라 이리저리 하고 있으니
역 직원이 와서는 친절히 도와주셨다.
그렇게 버스카드 사는 것을 무사히(?)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밤새 열나던 작은 녀석 해열제 먹고 좀 나은지 물어보니 괜찮단다.
할머니께 인사 가기 전에 머리부터 손보기로
했다. 헝가리에서 내가 변기에 앉혀 놓고
식 가위로 듬성듬성 잘라서는 언제나
묶고 다니던 머리라서 스트레이트 파마를
두녀석다 하기로 한 것이다.
머리 해주시는 언니들도 친절하고
미장원도 크고 깨끗해서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미장원 언니가 와서는 묻는다.
"원래 말이 저렇게 없어요? 정말 말이 없어요."
작은 녀석은 묻는 말에 대답도 단답형이지만
그 단답형의 대답조차도 시간이 걸린다.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책만 보는 것이 신기했는지 물어보신다.
반면 큰 녀석은 아니다.
벌써 머리 다 끝낸 큰녀석은 저리 미장원의 언니와
무슨 이야기를 저리 재미있게 하는지.....
두 녀석이 달라도 어찌나 다른지.
미장원에서 머리 이쁘게 하고 나온 딸들의
눈에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하나씩 골라서는 점심 대신 먹으면서 지하철을 탔다.
할머니 집으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이 무지 깨끗하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탄 지하철은 너무나
시끄럽고 덥고 힘들었었는데 정말 너무나
많이 변했다.
딸들에게 "엄마가 중학교 때는 지하철 타고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
항상 저 위에 체육복이나 도시락 가방을 올려 놓았다가 자주 잊고 내리고는 했었다.
그러면 종점까지 가서는 다시 찾아와야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다고....
지금은 아무도 짐을 저 위에 안 올려놓는다. 그때는 정말 빈 공간이 없었는데..."
엄마의 실수로 4호선을 갈아타야 하는데
1호선을 갈아타서 한번 더 환승을 해야 했지만 이젠 딸들이 많이 커서
힘들지 않았다.
3년 전만 해도 지하철 갈아탈 때면 많이 걸어야 해서 힘들어했는데......
이젠 지하철 갈아탈 때 걸으면서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아서
그런지 재미있단다.
오래 기다리신 할머니,
손녀들 보시니 많이 기쁘신지 바로 데리고 나가서는 운동화 신고 다니기
불편하다며 신기 편한 슬리퍼를 하나씩 사주셨다.
미역국도 맛있게 끓여 놓으셔서 딸들 저녁도 먹고 기다렸다 작은 아빠랑
미국에서 막 도착한 성빈 오빠도 보고, 영빈이도 보고
멋쟁이 작은 엄마도 만났다.
그날은 오후에 다시 열이 오른 하빈이 때문에 엄마가 마음이
분주해 사진을 못 찍었다.
금요일 저녁에 다시 만나면 사촌오빠들이랑 사진을 찍어야지.
할머니 하고도.
하루 종일 피곤하셨을 텐데 작은 아빠가 하빈이가 아프다고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에고~~~ 죄송해라.
성빈이에게도 미안.
미국에서 막 도착을 했는데 큰엄마 때문에 바로 집으로도 못 가고.
이래저래 민폐만 끼치고 다닌다.
내일은 좀 더 괜찮겠지?
제발 좀 아프지 마라. 딸들아.
일 년 내내 기다리고 기다려서 온 서울이잖니.....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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