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치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여의도행 지하철을 탔다.
국회의사당 역에서 아진 씨를 만나기로 했다.
한국 귀국을 한 뒤에도 생각날 때면
항상 " 집사님~~~" 하던 목소리가 생생한 사람이다.
만나기로 한 국회의사당 역에 내리니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 자꾸만 늦는다.
도통 거리가 짐작이 안되니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아도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거나
길을 모르니 물어물어 가다 보면 어느새 약속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아진 씨가 아이들에게 국회의사당을 보여주며 설명해 준다.
딸들,
저 국회의사당 안의 국회도서관 지하에서 외할머니가 한 달에 한번 국회 조찬 기도회를
인도하신단다. 나라일을 보는 국회의원들을 위한 기도 모임이거든.
그리고 엄마가 대학원 논문을 쓸 때 저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곤 했었어.
여의도에 서있으니 빌딩 숲이란 말이 과언이 아님을 알겠다.
특히 헝가리에는 높은 빌딩이 없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평일 오전인데도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보드나 배드민턴, 기구들을 대여해 주고 있었다.
딸들에게 빌려서 놀아 보라 하니 싫단다.
한강 공원 쪽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아까
빌딩 숲과는 대조를 이루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동호회와 마라톤 동호회가 많다는 것은 알았는데
정말 평일 오전인데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참에 자전거 못 타는 딸들도
자전거 빌려서 한번 시도해
보라 했다.
제발~~~~~ 한 번만 타봐 주세요~~~~~~~
하은이는 일반 자전거를,
하빈이는 일단 보조바퀴가
있는 것을 아진 씨가 빌려 주었다.
그런데 세상에~~~
하은이가 비틀비틀하더니 금세 자전거를 탄다.
어찌나 감동이던지......
이 장면을 아빠가 봐야 하는데. 장하다,
우리 딸!
에고 신중해라.
어째 저리 못하는 것이 없을꼬..
에미는 팔불출이다.
12시가 되니 죄송스럽게도 남편이 나오셨다. 일하느라 바쁠 텐데.....
아침에 전화로 물어보더니 여의도는 점심시간이면
그 빌딩에서 수많은 인파가 식당을 찾아 몰리기에 미리 예약을 했단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음식이 정말 가짓수가 많았고 간도
맛깔스러워 맛있었다.
정말 배가 빵빵할 때까지 맛있게 먹었다.
계속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이곳에서는 제법 유명한 식당인가 보다.
하은이, 하빈 아마도 처음 보는 반찬도 있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며 앞정을 서셨는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아이스크림이 텁텁해서 잘 안 먹는데 이
아이스크림은 요구르트라서 그런지 맛이 텁텁하지 않았고 깔끔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내 입에는 제일 잘 맞았다.
아진 씨 남편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시고 아진 씨는 우리랑 지하철을 타고
떡 박물관으로 갔다.
종로 3가에 있다는 떡박물관을 난 몰랐는데
아진 씨가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를 해줘서
덕분에 좋은 시간을 가졌다.
디딜방아야. 알아?
아진아줌마의 설명과 함께 디딜방아도 보고,
절구다.
나 어렸을 적 할머니가 저 절구에 여러 곡식을 빻고는 했는데.
색이 너무나 고왔다.
떡 좋아하는 딸들은 너무나 이쁜 떡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엄마가 해주는 찹쌀 부꾸미와
모양 안나는 시루떡만 보았으니
가히 예술인 저 떡들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떡판과 떡메도 보고,
와~~~
가마솥이다.
엄마 어릴 적 저 가마솥에서 밥을 하고
저 손풀무로 불을 키웠어.
그리고 밥을 다하고 나면 고구마나 감자를
저 아궁이에 던져 넣었다가 한밤중에
꺼내서 야식으로 먹곤 했단다.
호롱불,
딸들.
엄마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전기가 없었거든 그래서 방마다 저런 호롱불이 있었어.
밤에는 저 호롱불을 켰었단다.
너희들이 알런가 모르겠다.
당연히 모르겠지요~~~~
딸들, 빨리 와.
저게 제사상이야.
너희들 본 적 없지.
그냥 놓는 것이 아니야.
순서가 있고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단다.
하은이
우린 제사 안 지내잖아...
그래도 알아야 돼.
우리 문화니까.
나도 이렇게 큰 폐백음식은 처음 보았다.
왼쪽이 시아버지, 오른쪽이 시어머니
폐백음식이란다.
진짜 크다.
처음에 무식한 엄마는 딸들에게
밥상보인가 봐, 밥상 위에 덮는 거 말이야.
그런데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함에 넣어서 보내는 사주단자를
싸는 보자기란다.
딸들,
엄마가 틀렸다.
밥상보가 아니고 시집가기 전날 신랑집에서
보내는 함에 넣어 보내는 사주를 싸는 보자기란다. 알았지?
혼례식에 올려놓는 닭을 저렇게 오징어로 만들었다.
정말 이뻤다. 어쩜 저리 세밀하게 잘 만들었는지.
아래의 장식은 문어로 한 것이란다.
오징어와 문어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떡 박물관을 나와서는 아진씨의 도움을 받아 쌈지길로 갔다.
고맙다 인사를 하고,
정말 귀한 시간 내어 좋은 곳을 소개해 주어
너무나 고마웠다.
한 시간여를 인사동 구경을 했는데
딸들이 제일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한 꿀타래이다.
아저씨들의 설명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끊어지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가닥도 신기하고.
그리고 결국 타래 6 상자를 샀다.
한국에 와서 작은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저 바나나맛 우유이다.
하루에 2-3개를 마신다.
우유 안 먹는 녀석이 저 바나나맛 우유가
좋은지 가게만 보이면 사달란다.
저걸 헝가리에 가져갈 수도 없고 그저
한국에 있을 때 많이 드세요.
헤어질 때 아진씨가 준 책.
단편소설이 실렸다 해서 밤에 읽었는데 아주 잘 썼다.
고마워요, 정말.
많이 지치고 힘들고 외로웠던 내 마음이
정말 많이 위로받았답니다.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하은이가 오는 길에 그랬어요.
아저씨가 너무나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감사하고 좋았대요.
정말 감사해요.
책도 너무 고마워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6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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