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였던 피부과 예약을 오후 2시로 바꾸고, 엄마랑 일산에 있는 의선교회를 향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참 귀한 교회이다.
의료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되고 그 길을 꾸준히 가는 아름다운 교회.
처음 의선 교회를 사진으로 볼 때 이 종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한참을 종탑만 봤었다. 그리고 이날 이 종탑 밑에 내가 서있었다.
친정엄마가 전도사 시절이었던 1970년 후반에는 어느 교회나 종을 쳤었다. 예배 전에.
엄마는 언제나 종을 쳤었다.
새벽예배, 오전 예배, 저녁예배.........
그래서 난 종탑만 보면 달려가 만져보고 싶어 진다.
종탑을 기준으로 술래잡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놀았었다.
저곳에 앉아 커피 마시며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교회의 넓은 공간이 과실수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기념으로 심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교인들이 심어놓은 나무들이 많았다.
펌프다.
딸들,
엄마 초등학교 때 마당에 이런
펌프가 있었어.
이 안에 물을 한 바가지 넣어야만 물을 끌어올릴 수가 있단다.
신기하지.
예배 끝나고 다들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쉬겠구나.....
이런 공간이 참 귀하다.
종탑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웃는 예수님이었다.
난 정말 그때 처음 보았다. 웃는 예수님을.
언제나 가시관을 쓰고 고통 중에 있는 예수님만 보았던
나에게 이렇게 호탕하게 웃으시는
예수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이렇게 나를 보고, 우리를 보고
웃어주실 예수님 생각에 힘이 났었다.
엄마는 작고 소박한 예배당이 너무나 맘에 드신다 하셨다.
사실 여름 성경학교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 하루를 내지 못해 그냥 교회만 구경을 했다.
달빛천사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엄마랑 교회를 돌아보았다.
성경학교 식사 봉사로 많이 바쁘신 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딸들과 봉선화 꽃을 땄다.
허락을 받고서.
많이 많이 따가라며 봉지를 주셔서 아이들과 함께 잎과 꽃을
따서 담았다.
손톱에 물들이려고.
땅에 떨어진 꽃이 아까운 엄마는 꽃을 주워서는 아이들에게 주신다.
방아깨비다. 살며시 다가가도 도망갈까 봐 멀리서
줌으로 잡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불렀다. 아주 작은 소리로.
"얘들아, 이리 와 봐, 쉬잇~~~ 저 방아깨비 좀 봐....."
파란 의자가 나보고 앉았다
가라 부르는 것만 같다.
나중에 시골로 내려가 살면
이런 의자 하나쯤 밖에 놓아도
좋겠다.
엄마, 엄마 여기 앉아서 다리 여기 위에 올려놓고 책 읽다가
졸아도 좋겠다.
나중에 혹시 원일이가 목회할 때 밖으로 나가서 하면 이런
의자 놓고 쉬면 좋겠다.
다리 아프신 엄마가 앉아서 무엇을 생각하시나.......
차 타고 오면서 엄마랑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우리도 꿈을 꾸자.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를 말이야.
나중에 원일 목사 안수받고 엄마 은퇴하면
언니 장애인 시설이랑 함께 좀 외곽으로 나가서
아담하고 소박한 교회 짓고 옆에 장애인 시설과 놀이터도 만들고
사택도 짓고 그리고 넓은 텃밭에 야채도 심고 이렇게 기념 과실수도
심어 가꾸면서 그렇게 살자.
그러면 난 울타리 밖에 작은 집을 짓고 자주 교회 마당에 들러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그러지 뭐....... 그러면 좋겠다.
달빛천사 권사님께서 교회 달력과 함께
귀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하은이가 너무나 기뻐했다.
나에게 두 딸에게 귀한 선물이었다.
고맙고 감사하고.
빈손으로 갑자기 방문했는데 반갑게 맞아 주시고 이렇게 귀한
책도 선물해 주셔서 정말 미안하고 감사했다.
바쁜 시간인데도.
아이들과 함께 신이 나서
봉선화 꽃을 빻았다.
조카 진휘가 퇴근길에
약국에 가서 백반을 사다
주어 드디어 봉숭아 물들이기를 시작한 것이다.
조카 민이는 발가락에 물을 들였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좋단다.
하은이는 손톱과 발톱 하나를.
그리고 하빈이는 발톱만.
난 아기 손가락만 물들였다.
올케도, 조카 진현이도 함께 우린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흥분되고 신나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딸들은 태어나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정말 내일 아침 손톱에 물이 들까 궁금한가 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손톱과 발톱은 본
아이들.
무지 신기하단다.
정말 꽃물이 들었다.
너무나 곱다.
어디 매니큐어에 비할까.
우리 딸들,
한국에 와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된 딸들.
태어나 처음 물들인 꽃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7월 3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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