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로 돌아왔다.
11일 아침 짐 꾸려 공항에 가서 무게 초과로 실랑이하다가 12kg 떡과 고구마, 매실, 쫄면...
먹거리 다 빼고서 겨우 통과. 그리고 헝가리에 없는 던킨 도너츠 사서 뛰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9시간 비행 내내 위가 뒤틀리며 경련이 일어나 정말 식은땀 흘리고 먹은 것도 없는
속을 3번씩이나 토하면서 기진맥진해서는 헬싱키 공항으로 나오니 그나마 좀 나아졌고
헝가리 공항으로 나오니 또 좋아졌다. 그런데...... 왜..... 신랑은 안 오는 것이야.......
늦게 온 아빠 차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딸들은 쉬지 않고 재잘재잘 말도 많다.
이르드로 들어서자 작은 녀석,
"엄마, 난 이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응?" 아직도 한 번씩 뒤틀리는 위 때문에 손이 다 떨려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했다.
"엄마, 난 이르드의 이런 모습이 좋아요."
아~~~~
"나도 이런 분위기가 좋아요. 한국은 아파트가 너무 많아요" 하은이도 한마디 한다.
낯설다.
뭔가 낯설다.
아~~~~~ 도로 포장을 했구나. 그래서 깨끗해 보였구나.
맞아. 이르드는, 이곳은 이런 분위기였어.
살아 있지만 시간이 멈춘듯한 그런. 움직임이 아주 느린 이르드.
당나귀나 늙은 말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곳. 이것이 이르드다.
내 딸들이 이곳을 사랑하고 그리워했구나..........
아침에 서둘러 커피 한잔 들고 출근을 하는데 뒤차들이 신경질적으로 나를 추월해 간다.
아~~~~ 맞다. 여긴 헝가리야. 액셀레이터 꽉 밟으며 시속을 120까지 올린다.
두 달의 시간이 나도 모르게 시속 70-80으로 가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반갑게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맞다, 여기가 내가 서있는 자리야. 이제 시작이야.
한국에서 선물 받은 스타벅스 컵에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를 생각한다.
그래, 여긴 헝가리야. 명숙이랑 친구들은 한국에 있고.
나중에 다시 만나면 되지.......
전화가 울린다.
"엄마, 난 한국 과자 먹어도 돼요?"
"그럼. 언니랑 의논해서 같이 먹어."
그렇구나. 여긴 헝가리야. 내 딸이 한국 과자 먹어도 되나 전화로 물어보는.
한국에 있을 때 인터넷이 안된다 했는데 아직도 였다.
답답하면서 맞다, 헝가리니까.
아침부터 김밥을 말면서 생각한다.
헝가리구나......
한국에서 직접 말아 파는 김밥 참 맛있었는데.
두 곳에 김밥을 들고 가야 하기에 열심히 아침부터 김밥을
말고 썰고 담아서 출발한다.
시내가 텅텅 비었다.
주말인데...? 그렇구나. 헝가리니까.
이렇게 나도 아이들도 두 달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우리의 생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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