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구를 시작한 지 한 달 되었다.
처음 배구공이 어찌 생겼나 보았고, 도대체 배구경기는
어떤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지도
모르는 하은이가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처음에는 공이 날아오면 무서워 피하기만 했단다.
그러더니 어느 날 배구공을 사달라 해서 퇴근하는
길에 배구공도 하나 사주었는데
어째 그리 비가 계속 오는지 밖에 안 나가고 그저 방안에서만 한다.
그리고 드디어 시합을 나갔다.
아마도 계속 후보선수로 의자에 앉아 있을 것 같다더니......
aisb에 도착하니 벌써 시합이 한창이다.
1:1이란다.
그리고 하은이는 앞 시합에서
뛰었지만 지금은 앉아 있단다.
한 달 연습하고 시합에 나간 우리 학생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노도까만 예전에 배구를 했었다 하더니 정말 잘한다.
혼자서 상대팀과 싸우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를 한다.
그래서 겨우 점수를 따는 우리 아이들이다.
서브도 넣을 줄 몰라 그리 연습을 했지만 아직도 서브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몇 안 된다.
그나마도 자주 네트에 걸린다.
노도까의 서브 순서에 점수를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처음 강서브가 오자 다들 공을 피해서
미스 타라(배구 코치)가 너무 어이없어 그저 웃었다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하은이가 코트에 들어갔다.
저렇게 받은 공이 어이없이
상대편이 아닌 우리 선수 쪽이라 실점.
공이 좀 멀었나?
어째 우리 딸은 운동신경이 좀 부족한 것이 엄마를 닮았나 보다.
하은아!
공을 열심히 보다가 잘 거리를 맞추어서 받아야지.
엄마.
난 시합 내내 정말 열심히 공을 봤어요. 그런데 정말 공만 봤나 봐요.
세상에......
그냥 공만 보면 어쩝니까...?
몸이 같이 움직여야지.....
그래도 이쁘다.
겨우 한 달 하고 한 시합에서
다들 열심히 해주어서 말이다.
그저 지금처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면 돼.
꼭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가끔은 이겨도 기분은 좋겠지만 현실이 사실 그렇지 못하다.
실내 코트가 없는 우리는 날씨 좋은 날
야외 운동장에서 연습을 해야 하니 겨울에는 못할 것 같다.
같은 날 축구시합도 있었는데 먼저 끝나서
다들 함께 응원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공에 익숙해져서 좀 나아지겠지.
졌지만 잘했습니다. 첫 시합인데
그리고, 금요일은 디오쉬드에 있는 icsb와 시합을 했다.
이번 주 금요일은 12시에 수업이 끝나는 날이다.
난 담임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퇴근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김밥 20줄을 급히 밥을 지어 말았다.
배구 코트가 없는 우리 아이들은 시합을 하러 다른 학교로 가야만 한다.
그럴 때 위축도 될 것이고 긴장도 더 할 것 같아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싶어서다.
들어가니 첫 게임을 지고 있었다.
헝가리에서 가장 미국적인 학교가 icsb다.
학생수는 220여 명인데 미국 학생 비율이 제일 높고
그 학생들 대부분이 선교사 자녀다.
또 특징이 있다면 이렇게 모든 게임이나 학교 행사에
학보모의 참여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들
이렇게 많은 학생들과 학보모들이 지켜보는 것에 많이
긴장을 했나 보다.
첫 번째 경기보다 더 못한다.
점수도 많이 잃고......
역시나 이날도 다들 열심히 하지만 우리의 영웅 노도까
혼자 공을 따라 이리저리로
몸을 던져 받는데 연결이 안 되니 역부족이다.
보는 내내 어찌나 안타까운지.
에고~~~~~~
노도까 무릎 다 망가지겠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나 싶어
안타까운데 icsb선수들은 정말 잘한다.
aisb선수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게다가 선수가 점수 하나만 넣어도 어찌나 소리를 지르면서
격려를 하는지 자꾸만 우리 아이들이 안쓰러워진다.
부다페스트에서 제일 크다는
aisb와 시합할 때도 당당하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작은 학교와의 시합인데 우리 아이들
정말 많이 긴장하고 애쓴다.
이유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경기를 즐기는 학부모 때문인 것 같다.
유일하게 icsb만 항상 이렇다.
우리 학교에서 축구시합을 해도
의자에 과일에 소풍 오듯, 그리고 카메라 꼭 챙겨서는 다들 오셔서
축구장 둘레에 앉아서들 경기를 함께 즐긴다.
남편 왈
"다들 선교사라 시간이 많아서 그래. 시간이 여유롭잖아."
그런가?
그리고 우리 하은이 아주 잠깐
선수로 들어갔는데 정말 오늘도 공만 열심히 보고 또 보다가 나갔다.
저리 열심히 공을 보다 보면 언젠가는 노도까 언니처럼 공을 잘 다룰 수 있겠지.
첫 번째 경기 때보다 안정적으로 방어도 하고 공도 잘 받아 내고.
이쁘다. 다들.
경기가 끝나고 엄청난 점수차로 한 경기도 못 이겼지만
그래도 다들 잘했다.
열심히. 끝까지.
에고~~~~ 왜 이리 이날은 우리 아가들이 안쓰러운지.
응원하는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하는 경기가 나 혼자만 서러운가 보다.
준비해 간 김밥 한 줄씩 나누어 주고
다음에는 과자라도 사서 줄까 보다.... 혼자 생각한다.
aisb랑 시합할 때는 괜찮은데 icsb랑 시합할 때는
정말 초콜릿이라도 사서 시합 끝나면
잘했다고, 졌지만 잘한 거라고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고 우리 아이들도 우리 학교에서 시합하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icsb처럼 많은 학부모가 응원 오진 못할 것이다.
다들 회사에 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쯤 남편이 와서는 함께 경기를 보았다.
그리고 5명의 아이들을 나눠 태워서는 이르드에 있는 빵집으로 갔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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