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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슬로바키아 도노발리로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0. 12. 29.

엄마들끼리만 아이들을 데리고 슬로바키아에 있는 도노발리 스키장엘 다녀왔다.

예배 끝나고 커피 마시면서 아빠들이 바쁘고 출장 중이니 우리끼리 아이들 데리고

갔다 올까? 한것이 당일이 아닌 2박 3일이 되고 호텔이 아닌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아파트로 바꾸어서 아침 일찍 영웅광장에서 만나 출발을 했다.

내차에 5명, 하준이네 차에 7명.

내차는 내가 운전을 했지만 하준이네 차는 두 분이 서로 교대로 운전을 하기로 했는데

결국 그나마 쬐끔 겁이 들 많은 유리 엄마가 그 눈길을 다 운전했다.

우린 그렇게 8명의 아가들을 태우고 용감하게 눈 오는 날 눈 쌓인 산길을

헤치며 200여km를 3시간 달려 드디어 도착.

 7시 30분에 출발을 해서 도노 발리에 10시 35분에 도착을 했다.

짐을 풀고 간단히 현진엄마가 싸 온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하고는 바로

스키를 빌리고 레슨받을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가들.

 첫날은 하은이와 하빈이는 레슨을 받지 않았다.

선생님 두명이 6명의 아이들을 2시간 레슨을 했는데

준비 운동 조금 하는 것 같더니 바로 저리 줄을 세워서는 내려간다.

그리고 바로 리프트를 태운다.

진짜 신기하다.

그런데 우리 아가들 진짜 잘 탄다.

아무래도 타고난 것 같다.

제일 어린 현중이만 선생님이 뒤에서 조금 도와주시고...

역시 우리 혜린이는 최고다.

저 공포의 리프트를 저리 잡지도 않고

나를 보더니 V를 그린다.

7살 현중이는 이틀은 선생님과 함께 올라갔지만

마지막 날은 현중이도 잘 탔다. 

너무 신기했다.

2시간 레슨 받고는 혼자서 들 이리저리 피해 가며 내려가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밤에는 저리들 앉아서 컴퓨터에 담아 온

오락프로와 다큐 프로그램을 보았다.

처음에는 전기 플러그가 헝가리랑 달라 많이 걱정했는데

전기밥솥만 안되고 드라이기,

전화기, 컴퓨터 다 사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샤프란 아파트먼트 호텔이다.

시설을 깨끗하고 그만하면 좋았는데 영어가 잘 안 통하고

그나마 주차장 아저씨가 헝가리 말을 해서

은근히 아저씨 얼굴 보이길 기다렸었다.

여기는 다들 열흘에서 2주의 휴가를 스키장에서 들 보내니

우리처럼 2박 3일 손님에게는

방을 안 주려고 해 방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최소 3박을 해야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단다.

새로 시작한 호텔인지 많이 미숙했다.

수영장도, 사우나도 주차장도.....

그래도 나중에 시동이 안 걸린 하준이네 차를

30분이 넘게 함께 눈 속에서 충전시켜주고

팁도 안 받고 돌아서는 직원의 친절에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아파트먼트 호텔이지.

아침에 눈을 뜨니 작은 녀석 먼저 깨서는 내가 일어나길 기다렸나 보다.

"엄마, 이리 와보세요. 저기 아래 정말 이상한 것이 있어요.

공룡알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무지

이상한 것이 있어요." 한다.

창문을 통해 보니 진짜 이상하다. 저게 뭐지.......

 그래서 아침 먹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 봤다.

HABAKUKI?

가만히 보니 여름에 놀 수 있는 물놀이 공원인가 보다. 

 녀석들 안이 궁금한지 여기저기 두드려 보고 열어 보려 한다.

 둘째 날은 하은이랑 하빈이도 레슨을 받기로 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기온은 영하 11도지만 하늘이 파랗고 해가 나서 참 좋았다.

덕분에 눈이 부셔 계속 울어야 했다.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아플 정도.

뒤에 붙어 타고 가는 아저씨 재밌겠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진짜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온다.

개랑 함께 스노 보드를 타고,

개를 잡고 눈썰매도 탄다.

간혹 보이는 눈 위의 노란색은 아마도

개 오줌이 아닐까......

 한참을 서서 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2살 조금 넘은듯한 아들을 아빠가 스키를 가르치고 계셨다.

어찌나 귀엽던지.

주변을 보면 엄마나 아빠가 3,4살 아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제는 분명히 괜찮다 했고 잘 탔는데 부츠가

너무 아프다며 울며 온 하은이.

부츠를 다시 바꾸고는 점심 먹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많이 참았던 모양. 엄마를 보더니 훌쩍훌쩍 운다.

그런데 왜 에미는 웃음이 나는지.

큰딸, 거기 좀 앉아 있어.

이제 점심 피자 주문할 건데 우리 식구가 많으니까

하은이 거기 앉고 엄마 여기 앉아야 해.

슬슬 손님들이 들어온다.

작년에 보니 제일 가까운 레스토랑이다 보니 주문이 밀려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자리도 쉽지 않아

11시 30분에 미리 가서 피자 8판을 주문했다.

샐러드랑.

그런데 좀 많이 했나?

두 판이 남아서 하나는 스키 선생님께 드리고 하나는

싸가지고 가서 아이들 저녁에 덥혀 줬다.

피자 한판에 4유로니까 괜찮지 싶다. 다음날은 그래서 6판만 주문을 했다.

 일단 폼은 국가대표급이다.

사실 스키 안타는 엄마들은 할 일이 없다.

쫓아다니며 사진 찍고 이글루같이 생긴 임시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래도 혹시 시간 나면 읽을 까 하고 책 한 권을 배낭에 넣어서

들고 다녔는데 몸이 너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고 아이들

상황 살피다 보니 책을 꺼내지도 못했다.

이 카페 총각들이 친절에서 페치카는 아예 우리 차지가 되었다.

아이들도 스키 타다가 목이 마르거나 엄마가 필요하면 이곳부터 찾는다.

우리 막내는 4시간의 스키가 힘들어 한차례 페치카 앞에서

살짝 눈을 감아 주시고,

그래도 좀 컸다는 형아, 누나들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과자도 빵도 음료수도 준비해 갔는데 반이상을 다시 싸가지고 왔다.

그래도 신통하다.

아침 먹고 2시간 타고, 40여분 잠시 쉬면서 피자 먹고는

다시 2-3시간을 쉬지 않고 타니 참 대단하다.

아이들이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저 어딘가에 있는데

멀어서 보이 지를 않는다.

다음에는 눈에 확 띄는 무언가를 몸에 붙여 주어야겠다. 

 삼일째 되는 날에는 진짜 눈이 많이 왔다.

온도는 어제보다 낮은 영하 9 도지마 눈보라가 몰아 치니

아이들 머리, 목도리들이 다 얼었다.

그런데 어제보다 사람은 더 많은 것이 신기하다.

그래도 엄마들은 그 멀리에서도 새끼를 찾는다.

하준이, 하빈이, 혜린이, 현진이, 유리, 하은이, 그리고 또 하은이.

어라? 현중이는?     아! 위에 발만 찍혔다. 선생님이랑.

 하은이 머리의 하얀색은 눈이 아니라 얼음이다.

머리가 저렇게 다 얼어서는 얼음이 머리에 붙었다.

마지막 날 개썰매를 태워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원래 4유로인데 8명 모두 3유로에 타기로 했다.

개만 보면 좋아 입이 벌어지는 하은이 뽀뽀하고 장난 아니다.

 하은이랑 하준이가 함께 썰매를 탔다.

우리끼리 무거운 녀석과 나름 가벼운 녀석끼리 조를 짰다.

그리고 하빈이랑 이하은이 함께 썰매를 탔는데 유리는

썰매를 타고 내리더니 개들한테 미안하단다.

그래도 이 눈보라에 쉬는 것보다 저렇게 뛰면서 영업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기쁨이 참 크다.

스키 신고 걸음마 걷는 것도 이쁘고, 넘어져도 이쁘고 저리

높은 곳에서 잘 타고 내려오니

또 감동이다. 그래서 삼일 내내 새끼 보면서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2박 3일 엄마 4명과 아이들 8명이 안 다치고 재미있게 잘 지내다

온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내년에는 아빠도 함께 폴란드 자코파네로 가면 참 좋겠다.

제법 스키를 잘 타니 내년에는 스노보드를 해보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