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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번개는 가고, 하빈이는 오고, 폴리는 남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6. 16.

여름이면 아니 방학이 시작되면 여기저기 움직임이 바쁘다.

여행을 떠나고 고국을 방문하고.....

번개는 가족이 여행을 가있는 동안 우리 집으로 왔고,

폴리는 엄마가 미국을 가 있는 동안 역시 우리 집으로 왔고,

하빈이는 친구 가족과 함께 그리스에 가고....

유리 집으로 입양 온 번개는 두 달이 조금 넘은 독일 셰퍼트다.

이가 간지러운가 보다. 이것저것 안 물어뜯는 것이 없다. 하은이 손을 껌처럼 씹는 번개.

미스 티나의 친구, 폴리.

작년 크리스마스 때 우리 집에 일주일 있을 때 너무 얌전해서 흔쾌히 "Yes" 했는데.....

평상시에는 저렇게 자기 매트리스 위에서 얌전히 있는다.

우리가 외출해도 말썽 없이 언제나 저 자세로 얌전히 있는다.

그런데.......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폴리한테서.....

식사 시간에는 동그란 눈을 뜨고는 아빠 무릎에 저렇게 턱을 얹고는 애처롭게 쳐다본다.

고기 좀 줘요~~~~~~

나도 고기 좋아해요~~~~

결국 맘 약한 아빠가 고기 몇 점 입에 넣어주면 다시 저렇게 무릎 위에 턱을 얹고는 아빠 팔을 툭툭 건드린다.

나 좀 봐줘요~~~~

하은이 큰 기대를 하고 두 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가겠단다.

그런데 어째 번개는 시큰둥하다.

안 나가려는 번개. 아직 겁이 나는지 문밖을 안 나가려고 버티는 번개.

결국 하은이 5분도 안되어 돌아왔다.

폴리가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는 땅을 파기 시작하더니 저렇게 입과 코가 더러워졌다.

물론 앞발도......

결국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다.

땅 더 파고 한참 놀다가 싫증 나면 그때 들어와. 알았어?

눈 동그랗게 뜨고는

왜 못 들어가게 하지....?

자기가 더러운 줄은 모르고 의아해하는 폴리.

땅 파고 온 두 녀석 무지 더럽다.

야!

너네 진짜 더럽거든?

못 들어와! 알았어?

에휴~~~~~

난 폴리는 깨끗하고 얌전한 줄 알았다.

저리 땅 파고 더러울 줄이야.....

내가 자꾸 소리 지르니까 하은이 옆에서 안 움직이는 폴리.

하은이 움직이는 데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폴리.

 

6일간의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하빈이가 왔다.

하빈이는 오고 번개는 드디어 집으로 가고....

지난주 수요일 밤 11시에 에다가 전화를 했다.

나랑 그리스 갈래?

하빈이 자니까 내일 전화하자......

그리고 목요일 오후 다시 전화가 왔다.

바로 목요일 그날 밤 11시 비행기로 그리스에 가자고.....

3주 전에 그리스에 가기로 했다가  에다 오빠의 수술로 취소되었었다.

그때 비행기표는 취소하지 않고 연기를 했었나 보다. 난 다 취소한 줄 알았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여권 챙기고 여행가방 챙겨서 밤 8시에 에다 집에 내려주었다.

여행 경비를 물어보니 하빈이 생일선물로 해주고 싶다며

아무 걱정 말라고, 잘 데리고 갔다 오겠다며 에다 엄마가 안심을 시킨다.

생일 초대장도 당일날 아침에 학교에서 주어서 모두를 정신없게 만드는

에다이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작은 녀석은 당일날 짐을 챙겨서는 그리스로 떠났었다.

사진 많이 찍어서 엄마 보여줘~~~~

알았다며 씩씩하게 갔던 녀석이 이것저것 선물을 꺼내 놓는데

"엄마, 사진 보고 싶어, 사진기 어딨 어?"

"없어, 잃어버렸어. 누가 가방에서 가져갔어."

뭐시라........

새로 산 사진기를 누가 가져갔다고.....?

그런데 너무나 당당한 작은 녀석.

에휴~~~~~

언니 목걸이와 장식용 걸이를 사 가지고 와서는 언니에게 준다. 그래도 예쁜 종이 가방에

넣어가지고 왔다.

요건 엄마 거란다.

올리브 비누와 연두색 팔찌. 그리고 냉장고에 붙여 놓으라며 자석이다.

 

아빠 선물은 컵이다. 저 거북이는 뭐지?

요건 자기 것이란다.

그런데 새총이다.

그리고는 체리씨앗이나 지우개를 넣고는 여기저기 총을 쏘는 작은 녀석.

가끔 난 이 작은 녀석이 신기하다. 말이 없어 예측이 안되어 더 그런가 보다.

그리스 해변가에서 발견했다는 신기한 돌이란다.

4곳의 다른 해변을 갔다는데 사진이 없어 너무 아쉽다.

아테네 신전도 그리스 시내도 구경했다는데......

에다 오빠에게 사진을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어쨌든 즐겁게 여행하고 건강하게 와서 너무나 감사하다.

에다 엄마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

 

마미 소리만 나오면 귀가 쫑긋해지는 우리 폴리만 앞으로 6주 동안 마미를 기다리며

우리랑 함께 있으며 여름을 보내야 한다.

폴리,

티나 마미 대신 하은 마미가 잘 돌봐줄 거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제발 땅 좀 파지 마세요.

너무 더러워요.

앞으로 계속 땅 파면 악역 맡은 이 아줌마가 너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할 거야.

알았어?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 것인지.....

눈만 말똥말똥하다.

한국어, 영어 다 했으니까 난 경고한 거야~~~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