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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하은이는 도넛을, 난 김치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6. 18.

아껴먹던 김치가 똑! 떨어졌다.

어제 그리 좋지는 않지만 아쉬운 데로 배추 15통을 샀다.

그리고 아침부터 욕조 씻어 배추를 절이는데

하은이가 도넛을 만들고 싶단다.

나야 땡큐지요~~~~

 

머릿속은 복잡하고 맘은 심란한데 하은이가 도넛을 만든다고 하니

그걸로 점심해결하면 될 것 같다.

인스턴트 가루를 설명서를 보며 반죽을 하더니 튀긴다. 

 제법 모양이 나온다.

그런데 튀김기가 아니라 불 조절이 서툴러 마지막 몇 개는 태웠다.

 설탕가루까지 입히니 모양이 그럴듯하다.

맛도 괜찮고..... 그런데 몇 개 탄 것은 안은 안 익어 반죽 그대로다.

그걸 모르고 하빈이는 먹었다며 억울해 발을 동동 구른다.

어째 안익은 것과 익은 것을 구분 못하나......?

아빠 것도 몇 개 남기고.....

 체리가 익었다.

시어머님이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남편은 아예 큰 가지 하나를 톱으로 잘라서

가지에 붙은 체리를 따먹었었다.

저렇게 익은 체리는 딱 일주일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벌레가 생기고 또 일주일 뒤에는 먹을 수가 없다. 그냥 새 밥이 된다.

언제나 약을 칠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이렇게 보기만 해도 좋은데 무슨 약까지 치면서 얼마나 먹겠다고.... 싶어.....

 올해는 체리가 많이 열렸는데 그만 시기를 놓쳐서 벌써 1/3이 벌레가 생겼다.

얼음물에 담갔다가 벌레가 나오면 그때 먹는데 이렇게 벌레가 생기면 체리 따가세요~~

소리를 하기가 민망하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파는 체리에서도 약을 안치니 벌레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 약을 쳐서 체리는 크고 색도 이쁘고 벌레는 없기 때문이다.

 호두도 벌써 굵어지고 배도, 살구도, 자두도 그리고 사과도 익어 간다.

제일 반가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도 많이 영글고 있다.

 친정엄마는 우리 집 체리를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우리 집 과일을 드셔 보시지 못했다.

언제고 한번 왔으면 좋겠다.

언제가 되려는지.......

그런 날이 오기는 오렸는지......

 

잔기침을 많이 하시는 시어머님께 보내려고 체리에 설탕을 붓고는 체리 물을

낸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이렇게 체리에 설탕을 붓고 기다렸다가

나오는 체리물을 마시면 기침에 좋다고 했단다.

남편 서울 출장 갈 때 보내드려야겠다.

배추 15통이 달랑 김치통 하나다.

배추통이 크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맛을 보니 좋다.

지금까지 친정엄마는 젓갈을 직접 담가서 배로 보내주신다.

시골에서 직접 말린 태양초 고춧가루도,

매실도 직접 담갔다가 꼭꼭 포장해서는 보내주신다.

친정엄마가 직접 담그신 젓갈에 매실을 넣고 마늘, 생강, 파만 넣었는데

참 맛있다.

눈물이 핑~~ 돈다.

그저 오래오래 멀리 있는 철없는 딸한테 계속 젓갈도 보내주시고

매실도 담아 보내주시고 해야 하는데......

 

새로 담은 김치에 밥을 먹으며

"하은아, 김치 맛있지?

외할머니가 직접 담가서 보내주신 젓갈에 매실을 넣어서 그래.

엄마는 파, 마늘, 생강밖에 안 넣었는데 진짜 맛있다, 그렇지?

나중에 나중에 엄마가 하은이, 하빈이에게도 젓갈 직접 담아서

보내줄게, 알았지?"

"엄마, 엄마 젓갈 담을 줄 알아? 외할머니처럼 담가야 이맛이지...?"

그건 그렇다.

배워야 하는데......

언제 배우나......

속이 답답하다.

머릿속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