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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헝가리어 선덕여왕 책을 샀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0. 29.

얼마전 대사관으로 부터 메일을 받았다.

선덕여왕이 헝가리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소식.

3년전이었던가.....?  작가 박완서님의 작품이 헝가리어로 번역되어 출간된다며

초대장을 받았지만 시간상 가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덕여왕이 헝가리어로 출판이 되었다 하기에

벼르고 벼르던 서점을 들렀다.

작은 녀석까지 하이스쿨이 되니 하비스트 파티를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도우미로 함께 하게 되어

남편에게 아이들 퇴근하면서 데려오라 하고 일찍 퇴근을 했기에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간 맘모트안의 서점.

딸들이 좋아하는 서점. 간혹 엄마가 친구를 만날때면 딸들은 이곳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오늘은 나 혼자다.

 

이리저리 찾아 보아도 선덕여왕이 없다........  아직 안 갖다 놨나....?

직원에게 물어 보니 여기저기 살피다가 책한권을 준다.

헝가리어로 된 선덕여왕이다.

참 기분이 .....정말.....묘하다.......

난 소리내어 읽을수는 있지만 뜻을 모른다. 헝가리말을 잘 못하기에......

그래도 사고 싶었다.  아니 꼭 사야할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책이 헝가리어로 나왔다 하니 직접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박완서님의 책도 구입해야지..... 혼자 생각해 본다.

읽어도 모르면서......

그래도 딸들은 읽을수 있으니까......  그럼 됐지 뭐!!!

헝가리 TV에서 방영되었단다.

딸들 읽어보라 해야겠다.

전에 미실을 읽었었는데 내용이 비슷한가......?

에고~~~ 괜시리 궁금해지네.......

사진을 보니 드라마랑 같은가보다.

백화점에서 나오니 10월23일 혁명일을 기념해서 갖다 놓은 국기들과 화환이 눈에 띈다.

그러네...... 17년전.

처음 헝가리에서 맞은 23일 혁명일에 스킨헤드족들이 외국인들을 겨냥해서 폭력을 사용할거라는

뉴스에 페스트에 살던 한국사람들이 모두 부다로 이동하고 한집에들 모여서 보내는데

신랑은 한국출장중이고 어찌할줄 몰라 나혼자 달랑 페스트에서 얼마나 불안했던지.....

나중에 전화를 하신 집사님께서 밤 11시가 다된 시간에 날 태우러 오셔서는 그 집사님댁에서

하루 신세를 졌었다. 요즘이야 괜찮지만 그때는 이유없이 외국인이라 해서 지하철에서 맞았다는

학생들도 가끔 있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어찌나 빤히 쳐다보는지 정말 시선둘 곳이 없어

바닥만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23일이 지나갔구나.......

11월 1일은 헝가리 망자의 날이다. 그런데 보통 마지막주 토요일부터 무덤을 찾아

죽은 자를 기억하고 무덤에 초를 켜놓는 의식을 행한다.

우린 이 연휴에 오랜만에 국경넘어 어딘가로 가자고 계획을 세웠기에 장을 보러 왔는데

엄청난 초의 양에  얼마나 많은 헝가리 사람들이 무덤을 찾을지 가늠이 된다.

또 내일은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사고로 죽었을 경우 사고난 장소로 가족들이 찾아가서 초를 켜놓기 때문이다.

가끔 고속도로의 경우 경찰의 호위속에서 가족들이 초를 켜고 꽃을 놓고 십자가를 다시

세우는 모습을 보곤 한다.

카톨릭 국가인 헝가리는 평생 두번 성당에 간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은 카톨린 신자라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무덤에 들고갈 꽃들을 고르시는 손길이 아리게 다가온다.

헝가리 분들은 참 자주 무덤을 찾는다.

죽은 이의 생일날, 이름 생일날, 죽은날, 이렇게 죽은 자를 기억하는 날, 또 여러 기념일날......

헝가리가 유럽이기에 각 마을의 중앙에 무덤이 있다.

그런데 난 이것이 참 좋다.

언제나 쉽게 찾아 갈수 있고,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가끔 욕심이, 분노가 나를 지배하려 할때

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고,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먼저간 이의 무덤에서 꽃을 놓고 초를 켤때면 숙연해지면서

참 부질없는 것에 내 맘이 많이 갔구나..... 돌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일까..... 형제일까.....

가만히 보니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더 많은 초를 사신다.

어쩌면 젊은 세대들은 연휴가 마냥 좋아 우리처럼 놀러가는 것은 아닐까........?

이집은 초를 참 많이 샀다.

나중에 보니 이 수레의 주인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다.

내일은 절대 무덤 가까이로 가면 안된다.

길이 무지 막히기 때문이다.

내일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가려는데 일찍 출발해야 겠다.

언젠가 딸들에게 우리나라 관혼상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이것저것 찾는 중에

상여사진을 보게 되었다.

어려서 보았던 꽃상여는 내 기억에 각인이 되어서는

앞에서 치는 종소리의 여운과 함께 아직도 생생하다.

"딸들~~~~ 이리와봐~~~~

나중에 엄마 죽으면 이렇게 꽃상여에 엄마 태워서

무덤에 묻어줘, 알았어?"

딸들 반응이 뭔소리........ 우리 엄마 또 왜이러시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남편,

요즘 어디서 꽃상여를 구해?

딸들한테 별걸 다 주문해.

한다.

그래도 난 꼭~~~ 꽃상여 탈꺼야. 알았어? 꼭!!

옆에서 듣던 하은이.

전에는 엄마가 화장하라며.........

아!....그랬지.....

뭘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