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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오늘도 담 타는 하은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1. 11. 19.

일주일에 한 번 하은이는 앞집 할아버지 집 담을 탄다.

이유는 빈 계란 박스와 계란값을 걸어 놓기 위해서다.

 일주일에 한번 앞집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을 저렇게 우리 집 대문에

걸어 놓으신다. 보통 20개씩. 크기도 어찌나 다양한지.....

 그러면 난 빈 계란 박스에 600 포린트(3200원 정도)를 넣어서는

다시 할아버지 집으로 보낸다.

 길건너 앞집 할아버지 집으로는 항상 하은이가 간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그리고는 저렇게 담을 타고는 앞집 할아버지집 담 안으로

돈이 든 계란 박스를 걸어 놓으면 된다.

 그러면 할아버지께서 저 돈이 든 계란 박스를 가져가시고는

다시 토요일 아침이면 우리 집에 계란을 보내주신다.

이번 주에는 저렇게 계란이 10개만 왔다.

가끔 할아버지 집 닭들이 알을 안 낳는단다.

그러면 우리도 계란이 10개만 오거나 아주 가끔은

계란이 안 올 때도 있다.

시골에 사니 이런 재미가 좋다.

앞집 할아버지랑은 계란을 주고받고,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우편물이나 소포를 대신 받아 두셨다가

내가 퇴근을 하면 벨을 누르고 오셔서는 전해주신다.

그리고 가스점검이 나왔는데 전화를 하라든가....

전달사항을 전해주신다.

우리가 이곳에 이사 온 것이 거의 12년이 다 되어가니 어느새

할아버지께서도 연세가 많아지셨다.

허리도 많이 굽으시고......

언제 날이 좋은 날 우리 아이들이랑 사진을 찍어 남겨야겠다.

참 좋은 이웃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당에서 작은 녀석 돌잔치를 할 때는 옆집 할머니께서 잘 가꾸신

꽃화분을 주시면서 돌상에 놓으라셨다.

본인이 보기에도 좀 초라해 보이셨나 보다.....

우리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는 고기를 보내드리면

다시 빈 접시에 쿠키를 담아 보내주신다.

앞집 할아버지는 우리가 이사 오고 다음 해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는 못 가고 화환만 보내드렸었는데 최근에 할머니

한분이 함께 계신 것 같다.

10년을 혼자 보내셨으니 많이 외로우셨을 것이다.

두 분 모두 요즘 들어 더 연로해 보이신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남겨야겠다.

참 좋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