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아침 먹고 딸들 손잡고 나갔다.
동대문으로.
딸들 옷을 좀 사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동대문이라는
곳을 가보고 싶어 해서.
집을 나서자 녹십자 차가 있다.
오늘 언니가 운영하는 장애인 단기보호시설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란다.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데리고 내려와서 검진을 받는다.
딸들 뒤로 가서 대장이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니
부지런하신 할머니 벌써 장을 펼치셨다.
야채들인데 오늘 다 팔려야지 안 그러면 시들 텐데.....
옆에는 노숙자 3분이 잠을 자고 있다.
동대문 이곳저곳을 열심히 구경하는 딸들.
밤이면 이곳은 불을 밝히고 손님으로 북적일 테지....
아이들이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피며 돌아보지만 이것저것 사달라 안 한다.
오히려 내가 이거 살까?
저것 어때? 그러다가 두 녀석
원피스랑 하은이 청바지만 사 가지고 왔다.
에미보다 더 절약하고 검소한 딸들.
종로로 가려고 걷다 보니 청계천이다.
우리 아래로 내려가 걸어볼까? 그냥 다리 위에서 보겠단다.
동대문이다. 딸들~~~ 저기 봐~~~!!!
남대문, 숭례문은 불에 타서 다시 짓고 있지?
여기는 동대문이야. 흥인지문이라고 해.
한양에는 4개의 대문이 있었거든. 동대문, 남대문, 서대문,
북대문. 그렇게 4대 문이라고 해. 쉽게.
외워. 흥인지문. 알았단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니
호박엿을 팔고 계시는 할아버지.
호박엿 한 봉지 사드리니 사진을 찍어 도 좋단다.
먹어보는 하은이는 생각보다 너무 달단다.
그러니까 호박엿이지요~~
종로에서 내렸다. 오늘은 딸들이랑 종로를 걷고 싶어서.
엄마가 대학생 때는 미팅을 하거나 디스코텍을 갈 때 이곳으로 갔었어.
그때는 종로에서 놀고 길 건너가서 명동으로 가서 놀고 그랬거든.
저기 저거 보신각 종이야.
12월 31일 0시가 되면 이 종을 치는 거야.
딸들이랑 아무도 관심 없어하는 보신각 앞에서 안내문을 읽었다.
우리 소리 내서 읽어 보자.
엄마만 소리내서 읽고 딸들은 그냥 속으로 읽고.
너무 많이 변했다.
27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
그 많던 500냥 하우스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친구들이랑 미팅하던 레스토랑도 없고,
한복집만 그대로다.
딸들에게 이 자리에는 뭐가 있었고, 저 자리에는 뭐가 있었는데.....
설명해 주고.
점심 대신 먹은 떡볶이와 순대.
그런데 어째 손님이 하나도 없다.
그냥 우리뿐.
그 많던 분식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집 걸러 카페와 술집.
그리고 화장품 가게들.
삼일문, 파고다 공원......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딸들이랑 안경 맞추러 가기 전에 팥빙수랑
아이스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곳.
벽의 인테리어가 단순하면서도 멋지다.
너무 크다. 하나만 주문하길 잘했다.
셋이 먹는데도 배불렀다.
결국 아이스커피는 반만 마시고....
와아~~~~
이것 봐~~~~
여기는 햄버거도 배달해
주나 봐.
진짜 좋겠다.
피자가 아니고 햄버거
배달이라니....
역시나 한국이다.
하은이 안경 하나 맞추고 팔랑귀인 난 안경 맞추러 갔다가
아저씨의 설명에 넘어가서
결국 다초점 안경을 맞추고 말았다. 무지 비싼.......
지금까지는 책을 읽을 때는 안경을 벗고 봤었는데
다 초점 안경을 쓰면 근시, 원시 다 좋다 해서....
우리가 안경 맞추는 동안 여학생들 20여 명이 들어와서는
일명 행사용 렌즈를 사 가지고 간다.
결코 싸지 않는 서클렌즈. 게다가 다들 눈이 충혈되었다
간지럽다. 아프다.....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도 하나씩 사서는
신이 나서 나가는 아이들.
더 놀란 것은 화장이 너무나 진하다는 것이다.
중학생들 같은데......
저 예민하고 이쁜 피부에 웬 두꺼운 화장. 게다가 진한 눈 화장.
저러고들 학교에 가나?
괜찮은 거나?
세월이 변했다지만 이건 좀......
역시 한국이다.
한쪽에 아이스크림, 팝콘, 커피, 티, 과자, 사탕, 간단한 스낵이
준비되어 있다.
안경 맞추고 나오면서 딸들 왈.
엄마, 하나씩만 가져가래. 2개씩 가져가는 사람도 있나 봐.
동대문, 종로, 그리고 집으로 와서 안경 맞추고, 다시
고장 난 카메라를 다 고쳤다는 연락을 받고는
염창동 삼성 서비스 센터까지 가서
카메라 찾아 가지고 집에 도착하니 언니가 기다리고 있다.
전에는 없었던 백화점이 생겼는데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름만 무지 많이 들어 본 애슐리라고........
샐러드바라고 하더구먼.....
그런데 가보니 일반 뷔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많았고 양식만이
아닌 한식도 있어 좋았다.
작년에 위 수술을 한 친정엄마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드셨다.
워낙 옆에서 언니가 꼼꼼하게 잘 챙겨서.
지금은 식사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그저 지금처럼만 오래오래 계셔주셨으면.......
농구하다 깁스를 한 작은 조카.
등치 큰 녀석이 여름에 깁스를 해서 안쓰러웠는데.....
웬걸......
목발 짚고 걷다가 힘들면 또 저렇게 목발 들고 그냥 씩씩하게 걷고,
그러다 발이 아프면 또 목발을 짚고.
그런데 뒤에서 걷는 모습을 보면 무지 웃기다.
절뚝절뚝... 그러다가.... 저벅저벅 그냥 씩씩하게 걷고.
야~~~!!
그러다가 깁스 더 오래 해야 해~~
그런데도 답답하니 저리 걷는다.
한국에서의 둘째 날도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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