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를 친정에서 드렸다.
항상 시어머님이 섬기시는 예배당에서 드렸었는데 올해는 그렇게 되었다.
몇 안 되는 성도들.
엄마가 부천에서 개척하여 섬기던 교회를 넘겨주고
지도를 보며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찾아서 개척한 곳이 지금의 화곡동이었다.
어느 날 아침.
오늘 이사한다.
그러니까 이 번호의 버스를 타고 인공폭포 지나 하이웨이 주유소 지나서....
거기서 내려서 이 약도를 보고 찾아오면 우리가 이사 가는 집이니까 거기로 와라.
했었다.
그리고 고3이었던 난. 학교가 끝나고 평상시에는 지하철 타고
구로를 지나 부천에서 내렸어야 했지만 그날은 129번 버스를 타고 엄마가 알려준 대로
약도를 보면서 그렇게 이사를 한 집을 찾아 갔었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지금의 교회터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런데......
결혼 전에는 교인이 100여 명이 넘었었고 성가대도, 청년부도, 중고등부도... 그랬는데
지금은 처음 함께 기도하며 교회를 세웠던 분들 몇 가정만 남아 있다.
그 중심에는 마음이 아픈 아빠가 있다.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하는 약한 아빠가 있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주일학교 꼬마들이었는데 지금은 집사님으로 주님이 세운
교회 기둥이 되어 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말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신앙인가 보다.
죽는 그 순간 나의 믿음이 저울에 달리나 보다.
한순간 은혜받았다고 난 하나님을 위해 평생 살겠다고, 나의 삶 전부를 하나님을 바치겠다고,
내가 하나님의 참 일꾼이라고 말할 수 없음이리라.
하나님 앞에서 간절히 기도드리며 예배드리고
딸들 손잡고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로 갔다.
얼마 전 런닝맨에서 보았던.
무지무지 크니 서로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겨야 한다는 주의도 귀담아듣고.
가뭄으로 메말라 힘들 때 달아 두었던 물주머니 인가 보다.
다행이다. 하룻밤의 비이지만 그래도 비가 와서.
버스에서 내려 지하도로 건너야 한다 해서 지하로 내려갔는데 정신이 혼미해진다.......
동서남북 분간이 어려워지고.... 갑자기 길 잃은 미아가 된 그런 기분.
그래도 다행이다. 딸들이 있어서.....
그랬는데......
딸들도 정신줄 놓았나 보다. 옷과 구두를 보더니....
두 딸이 엄마, 엄마, 여기요~~~ 정신이 없다.
30여분 정신없이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간단한 티셔츠와 니트, 블라우스를 사고....
급히 약속 장소로 이동을 했다.
안내하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들어온 문의 게이트 번호를 기억해야 한단다.
만나기로 한 집사님께 전화로 우리가 들어온 게이트 번호를 알려드리고 먼저 들어가서 도넛을 사고 앉아 있으니 집사님께서 오셨다.
너무나 기쁘고 반갑고.
헝가리에 있을 때 우렁각시처럼 언제나 말없이 날 챙겨 주시고 도와주시고 꼭 친정언니처럼 옆에서 함께 해 주신 집사님.
우리 아이들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집사님. 생각지도 못하게 같은 시간대에 한국에 있어서 만나니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전하다가 함께 타임스퀘어를 돌아보았다.
인디 밴든가? 요란한 드럼 소리와 함께 연주를 하는데......
초? 초 맞지? 그런데 냄새는 어째 비누 냄새? 알고 보니 초도 팔고 비누도 팔고....
아휴~~~ 아이스크림 주문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결국
저기요~~~ 저희가 한국에 들어온 지 며칠 안되어서요.
천천히 설명을 해주실래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어서요.
그러자 천천히 말을 하는데 그제사 이해가 되었다.
헝가리에서는 먼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말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은 뒤에 나중에 계산대에 가면
내가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보고 그냥 가격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컵을 주문하고 다시 내가 원하는 아이스크림 종류를 말해야 하는데
난 아까 이것, 이것저것, 다 말을 했기에 또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도대체 못 알아 들어서......
아휴~~~ 힘들다.....
결국 천천히 하나하나 나에게 말을 해주어서 알았다.
그럼 진작 그렇게 천천히 한국말로 하지.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고.
우 씨~~~~~
와아~~~~
딸들, 저기 봐!!
뤼뷔통 들어가려고 줄 서있는 거야.
하빈이 그동안 모았던 용돈 다 옷 사는데 쓰고 있다.
이번에는 엄마가 사주는 것과 자기들이 자기 용돈으로 사는 것을 구분했기 때문이다.
이제 집에 가자~~~ 다리 아파~~~
그런데 방송을 한다.
애프터 스쿨 사인회를 한다고.
그래~~~~? 보고 가자!!
25분만 기다리면 돼.
CD를 사야 사인을 받을 수 있다 해서 갔더니 다 팔렸단다.
오늘 사인회에는 150장의 CD 만이라고.
우 씨~~~~
그래서 그냥 2층으로 올라가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 명이 150번의 사인을 해야 하니 힘들겠다.
난 한 명이 사인해 주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구나......
다들 눈높이 맞추느라 무릎 꿇고 앉아서 사인받는 사람들.
아마 비스트였으면 우리 하은이 사인 못 받아 울었을지도....
다행이다. 애프터 스쿨이라서.....
8시가 다 되어 딸들 도움을 받아 드디어 길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배가 고프다.
딸들~~~ 우리 떡볶이랑 순대 먹고 가자~~~~
위생은 무슨~~~
우린 어묵도 먹고 떡볶이 1인분에 순대 1인분 주문해서 저녁으로 먹었다.
아~~~ 이젠 어묵을 직접 간장에 담그면 안 되고 솔로 발라야 하는구나.......
엄마가 버스오나 볼게~~~
혼자 길가로 나가 버스 번호 열심히 보고 있는데......
어라~~~?
여기서 미리 다 말해 준다.
기특한 것. 진짜 신기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난 버스 아저씨에게 계속 혼이 난다.
아무래도 버스 아저씨가 날 기억할 것 같이다.
다음에는 같은 시간에는 안 타야지.
3명이요~~
삐~~
아줌마~~~!!
그렇게 빨리 하면 어떻게 해요?
네?
3명이요 하고 기다려야 지요!
아~~~ 네.....
기다려요!! 하세요!!
네
기죽어서....
삐~~~~
그런데 또.
아줌마!!
네?
그렇게 빨리 떼면 어떻게 해요? 기다려야 지요?
네?
기다려요?
네.
이제 됐어요.
네.
삐~~~~
그렇게 어렵게 3명의 차비를 내고.
결국 한 명,한 명,또 한명 그렇게 계산을 했단.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조카 왈.
이모!!
학생 2, 성인 1 해야지!!
그래? 그런 거야? 몰랐잖아~~~~
너무 어렵다.
좀 적응되면 아마 헝가리로 갈 것 같다.
내일은 태백의 예수원에 딸들하고 2박 3일 들어간다.
전화기도 맡겨야 하고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온전히 기도와 말씀만 묵상해야 하는 곳,
딸들이 그곳에서 차분히 자연 속에서 하나님 음성만
귀 기울여 듣는 훈련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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