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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엄마의 일/2012년

어린 왕자 같은 이 녀석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2. 9. 8.

2012 학년이 시작을 했고 벌써 2주가 지났다.

새 학기 시작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이번 주 월요일,

한 녀석이 좀 늦게 우리 반으로 왔다.

꼭 어린 왕자 같이 생긴 녀석이.

눈이 깊고 큰.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기 싫다며 엄마손에 끌려서 들어와서는 울고불고 큰소리로 끊임없이 터키어로

뭐라 말을 하고 화를 내고  엄마한테서 떨어지지를 않아

결국 내일 다시 오겠다며 나갔는데

아마도 엄마랑 무슨 거래를 했는지 가방 들고 들어와서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고 골을 낸다.

내가 경력이 몇년인데 욘석아~~~

골난 어린 왕자 옆에서 나 혼자 그림을 그렸다.

쪼그리고 앉아서.

그랬더니 힐끔힐끔 보더니 자기도 그리고 싶다고.

걸려들었어~~

바닥에서 그리려고 해서 의자를 일단 주었다.

저리 골이 났을 때는 자리 이동이 쉽지 않다.

섣불리 책상에 앉으라 했다가는 도루묵 되기 쉽기에.

한 시간이 좀 지났을까....

책상에서 하라 하니 의심하듯 한번 쳐다보다가 앉는다.

그런데 옆에서만 앉겠다고, 아무래도 정면은 부담스러운가 보다.

그러다가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니까 궁금했나 보다.

그래도 아닌 척 퍼즐을 맞추면서 귀로 듣고 슬쩍슬쩍 보다가 웃기도 하고.

시한폭탄이 따로 없는 어린 왕자.

놀이시간.

터키어와 헝가리어 조금 하는 훈련받지 않은 우리 어린 왕자는 혼자 저리 그네에서

좀 위험한 듯 그리 논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다 먹더니 번개처럼 순간적으로  학교 밖으로 뛰어나가 모두를 놀라게 하고

마침 카페테리아에 계시던 체육선생님이 뛰어가서 잡아 왔다.

한눈을 팔 수가 없다. 번개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원래 그네에서는 모두 앉아서 타게 되어 있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할 수 없이

예외가 적용되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계속 주시해서 보고.

 미술시간. 처음에는 안 가겠다고 또 고집을 부리더니 올라가서는 신나게 만들고

아빠에게  보여준다며 집에 가져가겠단다.

아이들이 만든 집들은 도서관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그래서 또 예외 적용.

어린 왕자만 집에 가져갔다가 다음날 가져오기로.

에휴~~~~

어째 한 시간도 조용히 그냥 시작하는 법이 없는지.

체육시간.

또 안 들어가겠다며 휙! 뛰어 나가 버리고.

체육선생님께는 그냥 수업하시라 하고 달리기도 못하는 내가 뛰어가봤자 더 흥분시켜

신나서 도망갈 테니 그냥 기다리기로 하고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슬금슬금 다시 온다.

내 옆에 앉아서 구경하더니 재미있겠다 싶었던지 뛰어 들어가 함께 논다.

그래도 그 사이 두 번이나 더 뛰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

언제쯤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려는지......

그래도 5분 정도? 수업도 함께 한다.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기에

나랑 또 몸싸움을 한다.

일단 몸싸움이 시작되면 꼭 내가 이겨야만 한다.

안 그러면 튀어나가다 아이가 다치기도 하고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할 수 도 있기에

팔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아이가 약속을 할 때까지 잡고 있어야 하니

집에 오면 온몸의 힘이 다 빠진다.

본인 관심 있는 수업은 함께 하지만 그것도 짧게.

그래도 그것도 감사하지.

돌을 던지고 침을 뱉고, 심술을 부린다.

왜?

친구들이 자기랑 안 놀아 준다고.

재스민이 옆에 가서 헝가리어로 뭐라 말을 하더니 함께 놀자고 간다.

땡큐~~~ 재스민.

 함께 노는 듯하더니 그것도 잠시.

또 혼자가 된 어린 왕자.

아휴~~~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모른다.

어쩌누~~~~

그저 위험하게만 놀지 않아 주면 좋으련만.

결국 또 화를 내고 나무토막을 던져서 나랑 또 씨름하며 5분을 의자에 앉아 있고.

던지면 안 돼.

친구를 다치게 할 수 있거든.

도망가려는 녀석 붙잡고 있느라 나도 힘들고.

다시는 안 던지겠다는 약속을 받고 또 풀어주었다.

 

나랑 함께 만들기 시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로 하고 옆에서 글루건으로 붙이는 것만 도와주었는데

자기가 만든 것이 너무나 맘에 든 어린 왕자.

신이 나서 꽤쇄뇜(땡큐)을 연발한다.

 

예측이 어려운 녀석.

신이 났다가 금방 뛰어나가며 엄마한테 간다 하고,

화를 냈다가 금방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의자에 앉아서 색칠을 하는 녀석.

금요일,

결국 엄마가 오후에 불려 왔다.

엄마에게 딱! 하나 부탁을 했다.

위험한 상황을 안 만드는 것.

즉 학교 건물 안에만 있어주면 어떻게 해볼 텐데 자꾸만 순간적으로 뛰어나가기에

힘들다고.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몰라 화를 내고 자꾸만 돌이나 나무토막... 등을 던지니

위험하다고.

오늘은 한국 공주님 둘이 함께 어린 왕자랑 놀아주어 신이 났었다.

영어야 점차 배울 테고, 읽기나 쓰기 등은 중요한 게 아니다.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훈련되어야 하는데.

일주일 동안 어린 왕자처럼 깊은 눈을 가진 이 녀석과 씨름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다.

엄마 말은 학교를 좋아한다고.

아침에 학교 간다며 가방 챙기고 학교 끝나면 재잘재잘 말도 많다고.

 

그런데 왜 그러냐고요~~~~~

다음 주에는 좀 괜찮겠지?

이쁘기는 왜 그리 또 이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