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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 엄마의 일/2013년

마지막 싸움을 하고 있는 어린 왕자.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1. 12.

이쁜 어린 왕자가 마지막 싸움을 하고 있다.

과일과 야채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는 것과

냄새 맡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래서 점심과 간식은 나랑 다른 테이블에서 먹었었는데,

이젠 연습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 1학년에 올라갈 수 있기에.

언제까지 과일을 피해 도망 다닐 수는 없기에.

겨울 방학 마치고 1월 첫날 점심시간.

신나게 도시락 가방을 들고 익숙하게 따로 앉는 녀석을 불러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했다.

강하게 반항하는 어린 왕자. 싫어~~~

따로. 혼자. 안돼.

친구들이랑 함께 앉아야 돼. 싫어.

따로. 혼자. 아니

안돼. 오늘은 2013년 1월이거든. 그래서 함께 앉아야 해. 가만히

날 보는 녀석. 뭔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가 생각 안 나서

 그냥 2013년 1월이니까라고 했다.

그리고 앉아서 밥을 먹는 녀석 옆에서 설명을 했다.

9월에 1학년에 올라가려면 친구들이랑 함께 점심도 먹고

간식도 먹어야 한다고.

1학년 안 가고 예비반에 남겠단다.

다니엘이랑 엘리야도 다 1학년 갈 건데?

........ 침묵..... 아마........ 생각 중인가 보다.

그렇게 점심시간이면 짧은 실랑이를 하고

친구들 옆에 앉는 어린 왕자.

겨울이면 학교 급식 간식이 대부분 오랜지인데 드디어

오랜지가 나왔고욘석 기절을 하려고 한다. 괜찮아.

재스민 오렌지야. 네 것 아니야.

코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이 오렌지를 까자 오렌지 향이 확! 

퍼지고 결국 어린 왕자 눈물이 글썽글썽.

나한테 안겨서는 싫단다. 5분만 참자. 딱 5분.
겨우 5분 참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야 나를 보고 웃는다.

오렌지가 발로 뻥~~ 차? 오렌지가 아프게 꽉! 깨물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아니란다.

사실 나도 오렌지를 손으로 못 깐다.

어쩔 수 없이 오렌지 껍질을 까야할 때는

두 겹씩 위생장갑을 끼고도 참 힘들다.

예전에는 남편이 껍질을 까주면 잘 먹었는데

이젠 냄새가 강해 오렌지를 잘 안 먹는다.

주스로 마시면 마셨지.

나야 이제 곧 나이 50이지만 어린 왕자는 이제 6살인데.....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또 그 흔한 과일을 피해 언제까지 도망 다니나......

조금씩 조금씩 과일 옆에 앉기.

냄새 참기. 과일 먹는 소리 듣고도

못 들은 척 하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잘 참고 견디더니 

오늘 점심시간에 오렌지를 보자마자 카페테리아

밖으로 나가는 녀석.

밖으로 나가면 5분 타임아웃이야~~~ 했더니 고개를했더니

푹 숙이고 들어와서 앉는 녀석.

오늘도 여전히 오렌지가 싫어 힘든 녀석.

그런데 오늘은 그냥 앉아 있다.

인상만 쓰면서. 너무 이쁘다.

도망가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이렇게 하루하루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간식시간에도 항상 따로 앉았었지만 이젠 안된다 했더니

인상 쓰고 간식을 거부했다.

이유는 옆에 앉은 재스민의 간식이 사과라서..... 그래도 앉아.

사과는 네 것이 아니고 재스민 거니까.

너보고 먹으라 안 해요.

그렇게 4일을 지내고 오늘은 재스민 간식이 오이인데

슬쩍 보고는 우이~~~~~ 맛없다고 인상만 쓰고

그냥 앉아서 자기 간식을 먹는다.
앞으로 1월 한 달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 어린 왕자의 마지막 싸움이다.

과일과 야채 피해서 도망 다니지 않기.
그리고 9월이면 1학년이 되겠지.....

자기는 1학년 싫다고 안 간다 하지만 그때 되면

신나서 갈 것이 뻔하다.

바깥놀이 시간에 스키복 입고는 신나게 뛰노는 녀석들.

저리 50분을 놀고 나면 머리도 땀에 젖고

스키복도 다 젖어서 말려야 한다.

그저 안방에서 뒹굴듯이 눈 위에서 뒹구는 아이들.

 

장난감 아니거든요~~~ 내려놓지.

욘석이 지금 날 향해 총을 쏘는가?

매년 어린 왕자 같은 개구쟁이 한 명씩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장갑도 없이 자기처럼 귀엽고 이쁜 눈사람을 만든 재스민.
사진 찍어 엄마한테 보내달란다.
그저 지금처럼 아프지들 말고 이쁜 사랑스러운 개구쟁이로 자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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