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눈이 하염없이 내리더니 결국 일을 냈다.
헝가리 연휴를 맞아 여행 떠난 차들이 고속도로에 갇혀서 20~24시간
꼼짝 못 하고 대피하고 기름 떨어져 구조를 기다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날.
신랑이 아래층 계단 경사길에 얼은 얼음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냥 부러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뼈가 부러지면서 살을 찢어져 출혈이 많아
너무 놀라 구급차 부르는 번호도 생각이 안 나고.....
겨우 전화하고 구급차 타고 부다페스트 야노쉬 병원 응급실로 가는데
왜 그리 더디게 느껴지는지....
모든 신호 무시하고 달려가는데도 무슨 앰뷸런스가 이리도 느려... 싶고.....
아침 출근길에 빌라모쉬길을 달려가는 구급차를 자주 봤었는데 직접 그 길을
달려 보니 어찌나 덜컹거리던지.... 그때마다 고통에 힘들어하는 신랑.
부러진 뼈에 쇠를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신랑.
야노쉬 병원은 부다페스트 시립병원인데 건물이 오래되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냥 군인만 눕혀놓으면 바로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다고....
그래도 의사들이 믿을만하고 나이 많은 간호사들이 옆집 아줌마 같은 친숙함?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기절을 하신다.
낡은 시설과 무표정한 그분들 때문에.
한국이 너무 시설이 좋고 지나치게 친절해서
이곳과 달라도 너~~ 무 달라서.
화장실을 다닐 수 없기에 소식을 하는 신랑.
헝가리 병원에서는 매일 저렇게 간단한 식사가 제공이 되는데
우린 거의 안 먹고 돌려보낸다.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오지만 4명이 함께 사용하는 병실이라서
행여나 냄새가 날까 봐 쉽지가 않다. 과일, 작은 주먹밥 정도.
그런데 그나마도 잘 안 먹는 신랑.
이참에 확실히 다이어트가 될 듯싶다.
학교에 3일 결근을 하겠다 미리 메일을 보내고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는 병원에서 남편과 보내는 시간.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하다.
미리 읽은 책들을 가지고 가서는 요약하듯이 읽어주면
듣는 신랑.
항상 너무 바쁘고 분주해서 안타까웠었는데....
여보, 하나님 보시기에 당신에게 휴식이 정말 필요했나 봐요.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건강에 큰 위험이 있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쉬니까 너무 좋아.
책도 함께 보고.
책을 읽어주면 듣다가 살짝 잠이 들면
핸드폰에 있는 찬양을 틀어 주고,
다시 책을 읽어 주고.
그렇게 어제, 오늘 4권의 책을 읽었다.
전에 읽었던 책들이라 남편에게는 중간중간
요약처럼 그렇게 읽어 주었다.
이런 시간이 너무 좋다.
하나님,
감사해요. 저와 남편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져서
너무나 좋아요.
요즘은 메모하기 귀찮아 이렇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는
한 번씩 보곤 한다.
성경말씀도 핸드폰으로 찍어서 수시로 읽고
그러다 지우고 다시 찍고.....
내일은 이혜인 수녀님 책과 혜민스님 책을 가지고 가서 읽어 줘야겠다.
더 많은 책을 함께 읽고 싶지만 아마도 내일 깁스를 하고 퇴원을 할 것 같아서
일단 2권만 가지고 가야겠다.
씻지도 못하고 너무나 불편해서 빨리 집에 오고 싶어 하는 신랑.
깁스를 해도 두 달은 해야 할 텐데.....
또 깁스를 풀고는 뼈에 박은 쇠를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 해야 하고.
이 시간 또한 하나님이 주실 은혜를 기대한다.
그 어떤 순간도 의미 없는 시간은 우리에게 주시지 않으실 테니까.
하나님, 감사해요.
항상 앞만 보고 바쁘게 너무나 열심히 사는
남편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셔서요.
같이 같은 책을 보고 싶어 했는데 작은 제 바람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잠든 남편에게 찬양을 들려주며 저도 은혜가 되고 쉼이 되었답니다.
오른발이라서 감사해요.
체중조절도 시켜주셔서 감사하고요.
병원에 무선 인터넷이 안 되는 것도 감사하고요.
항상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 얹고 사는 듯한 남편이었는데
이제 그 짐을 좀 내려놓고 쉴 수 있도록 평안을 주세요.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없는 병원이라서 또 감사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주님과만 단둘이 만나는 시간이 되어 주세요.
혼자 있는 병실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과
단 둘이 함께 있는 공간임에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해요. 하나님.
주시는 은혜가 너무나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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