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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빈이 이야기

기사로 따라 간 작은 녀석 배구 시합.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5. 19.

긴장되니 따라오지 말라던 작은 녀석 때문에 가보고 싶어도 참았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 줄 수 있느냐 물어와서

얼씨구나 하고 따라갔다.

학교 밴은 릴리 엄마가, 난 내 차로 아이들을 나눠 태우고

아침 7시 10분 학교에서 출발을 했다.

 

하루 종일 빵으로 먹어야 하기에 서둘러 계란찜에

참치캔 하나 뜯어 밥을 먹이고 서둘러 출발하려 시동을 거는데

어...... 퓨즈가..... 머릿속이 하얘지고.

잠자는 남편 깨워서 아픈 다리 무릎 꿇고 앉아 고쳐주자마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출발했는데 10분을 늦게 학교에 도착.

언제나 급한 날 이러더라......

날씨가 너무 좋고, 주유소에서 AISB배구팀도 만나고....

10시 40분쯤 드디어 비엔나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스쿨에 도착을 했다.

일단 몸부터 풀고, 미스 룻과 조이의 코치 아래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

하빈이 와 엘리자베쓰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이제 겨우

2달 그것도 실내 체육관이 없는 우리 학교에서는 비가 와도 못하고,

바람이 심해도 못하고,.... 그렇게 겨우 공만 만져본 우리 아이들.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지난번에 저 팀을 완전히 이겼었는데....

그 사이 실력이 부쩍 늘었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몸이 안 풀렸는지.....

에고~~~ 그냥 점수를 내줘버리네.

그리고 졌다~~~~

미들스쿨 팀 캡틴인 하빈이가 나가서 동전 던지기로

우선을 정하고 주의 사항을 듣는다.

 AISB B팀이랑 하는 경기.

이 길듯... 이 길듯.... 하더니 한순간 와르르르 무너져 내린다.

아직 어려서 몇 번의 실수로

자기 통제가 잘 안 되는 완전 초보 우리 아가들.

그래서 더 이쁘고 귀엽다. 이러면서 자라는 것이지.

 

잠시 쉬는 틈을 타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상쾌하다.

실내 체육관 안이 너무 덥고 습해서 아이들이 빨리 지쳤다.

열심히 햄버거를 만드시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땅콩잼 파이를 3팩을 샀다.

경기 끝나면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아무래도 단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욘석들 때문에 우리끼리 이야기를 만들고,

둘이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드디어 상봉한 두 녀석.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ICSB팀도 만나고,

선수로 뛰고 있는 혜린을 만나니 하빈이랑 두 녀석 끌어안고 반가워한다.

우리가 도착을 했을 때 벌써 시합 중이었는데

나중에 우리가 관람한 두 게임 중 하나는 지고,

(우리도 그 팀에게 졌었다.) 한 게임은 무승부.

 

3번째 게임은 우리가 이겼다.

연습한 지 한 달도 안 된 우리 현진이도 열심히 공보며

따라가고, 서브도 넣고.

아빠가 집에서 특별 레슨을 해주셨단다.

좋겠다~~~~ 현진이는.

자상하고 멋진 아빠가 함께 놀아줘서.

릴리 엄마가 나보고 천장을 보란다......

어... 어~~~~~ㅋㅋㅋㅋ

설마 저 공들이 게임하는 우리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릴리 엄마가 게임에서 이겼다고 아이들 가슴에 붙여준 이쁜 컵케잌 스티커.

게임의 승패에 마음을 안 뺏기고 즐기면서 항상 웃으면서 게임을 하는 

이쁜 하빈이와 엘리자베쓰.

참 많이 컸다.

둘 다. 이쁘다.

실수를 많이 하는 동생들에게 짜증이나 굳은 표정이 아니라

항상 밝게 웃으며 격려하며 하는 두 녀석.

특히 두 녀석의 호흡이 환상이다.

엘리자베쓰가 받아 하빈이에게 넘겨주면

하빈이가 올려준 공을 엘리자베쓰가 넘긴다.

아~~~~ 이런 맛에 배구를 하나 보구나.....

스포츠를 안 좋아하는데.... 배구도....

그런데 딸들 덕분에 나도 배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많이 지친 하빈이.

하루에 5게임을 뛰어야 했는데 체육관 안이 너무너무 더웠었다.

마지막 게임 중에는 아이들의 실수가 어찌나 많던지.....

게다가 달랑 7명의 선수다 보니 지쳐도 선수 교대로 앉아서 쉴 수가 없는 것이라.

잘했어요~~~~

이쁘다, 우리 아가들.

내년에는 하빈이랑 엘리자베쓰는 하이스쿨로 올라간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배구를 하면 좋을 텐데.....

결승전이 시작된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많은 학교들이 시합이 끝나자마자 서둘러서들 돌아갔다.

워낙 먼 거리에서 들 왔기에..... 하

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시상식까지 보고 출발하기로 했기에.....

마지막 게임을 보는 우리 아이들.

마지막 결승 게임이 오후 5시에 시작을 했는데... 세상에....

역시나 운동은 체력이구나.

펄펄 난다.

서브가 어찌나 세었는지 소리가 펑펑 나고

공이 땅에 떨어지지를 않는다.

우리 아이들 두 학교의 A팀끼리의 경기를 숨을 죽이고 본다.

진짜 진짜~~!!

잘하는구나~~~~

저렇게 잘하는 녀석들과 배운 지 2달 된 우리 아가들하고 붙었으니....

 

시상식을 보러 모두들 모였다.

큰 학교에는 보통 2~3개의 배구팀이 있다.

그중 제일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 놓은 varsity는 정말 실력이 대단하다.

근데..... 어째 varsity에는 동양 아이들이 없다. 

 

여자 배구, 남자 배구팀의 시상식과 작은 학교에서 소수의 학생으로

참여해서 열심해 준 두 학교에 스포츠맨십 상을 시상했다.

6시쯤 되어 드디어 집으로 출발~~~~~

 

부다페스트까지 95km 정도 남은 지점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잠시 멈췄다.

안 쉬고 150여 km를 달렸기에. 잠시 쉬기로.

 

차 안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사진 찍으며 노는 이쁜 아이들.

릴리 엄마가 잘했다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잘했어요.

4게임 중 3게임은 지고 한게임은 이겼다.

그리고 한게임은 부다페스트에 있는 AISB의

B팀 하고 함께 즐기는 게임을 했다.

너무 늦어 아이들  집 앞에 내려주고

우리 집에 도착을 하니 10시 45분.

씻겠다던 작은 녀석은 너무 피곤해 설핏 잠들었다가는

그냥 이만 닦고 자고 싶다고.....

다리가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녀석.

다음 시즌 때는 인삼이라도 꿀에 절여서 먹이면서

데리고 다녀야 하려나 보다.
딸이 있어 참 좋다. 이렇게 함께 경기 구경도 하고.

하빈이에게 엘리자베쓰 같은 좋은 친구가 있어 또 감사하다.

장거리 운전, 특히 밤 운전이 너무 힘들었는데

무사히 와서 감사하다.
아가들~~~~
다음 시즌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