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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고마워, 딸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6. 12.

어제 recess시간.

1학년의 M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운다.

왜 저리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우는지.....

저 속에서 나오지도 않으면서 모두들에게 들으라고,

나 속상하니 알아 달라고 10여분이 넘게 운다.

이 녀석은 다 알고 우는 것이다.

 자기 앞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는 나와,

다른 방향의 벤치에 앉아 있는 담임선생님

의식하면서 우는 M.
M~~~ 그렇게 울지 말고 선생님한테 가서 말을 해야지~~~

어서 가서 말을 해!

그래도 울기만 한다.
나중에 기다리다가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서 말을 해도

안 나오고 버티는 M.

뭐가 저리 화가 났는지....

한번 울면 좀처럼 안 그치는 M은 

유명하다.

일본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M은

지금은 헝가리에서 헝가리 새아빠와 엄마랑 산다.
어린것이 아마도 엄마, 아빠의 이혼과

필리핀, 일본, 그리고 헝가리를 거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나 보다.  

악을 쓰며 그치지 않고 목이 쉬도록 우는 M을 보면서

어릴 적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도 저렇게 악을 쓰며 마당에 앉아서 한없이 운 적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5학년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농악을 하는 5학년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파란색 조끼와

고깔모자, 그리고 소고를 사서 연습을 하는데

난 운동회를 앞두고도 사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만원 정도의 돈이었던 것 같다.

파란색 나일론으로 만든 조잡한 조끼에 몇 번 쓰면 찢어질 고깔모자.

그리고 소고.  

그 조잡한 작은 봉지를 보고 또 보고.

다들 복장을 갖추고 연습을 하는데

나랑 몇 명만 준비물이 없어 자꾸만 뒤로 뒤로 밀려서는 

나중에는 제일 뒷줄에 섰고,

운동회 며칠 앞두고 선생님은 준비물을 못 갖추면

운동회를 못한다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부터 울었다. 돈 달라고.

돈이 없는 엄마는 없다고, 그냥 학교 가라고....

난 학교 안간다고.

아침 먹고 심방가시는 엄마가 야속해서

마당에 가방 던져 놓고 다리 뻗고 악을 쓰고 울고 또 울었었다.

그냥 운동회가 하고 싶어서.....

심방 다녀오신 엄마는 그때까지 마당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화도 나시고, 속상도 하시고.

결국 옆집에 가서 돈을 빌려서는 나에게 주셨고,

아마 내 기억에 오후반이었는지 문방구에서 사서는 연습을 했다.

운동회도 가고.
언니는 절대로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엄마가 돈이 없다.... 하면

네.... 하고 그냥 학교에 갔다.

그런데 난 하루종일 울고 또 울으니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그때 어린 나는 속상한 엄마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운동회를 못하는 것만 속상하고,

나도 소고 들고 고깔모자 쓰고 친구들 속에서 운동회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실 그때 한 반이 70명이 넘었고,

오전, 오후반 수업을 할 때라서 학생 한두 명 안 보인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쓸 때였다.

그때 언니는 6학년이었으니까 언니도 분명 준비물이 있었을 텐데....

언니는 그냥 안 했나?

다음에 언니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언니는 운동회를 했는지.....
그때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악을 쓰며 그치지 않고 울고 또 우는 어린 M이 꼭 나 같다.

속에 무슨 설움이, 화가 저리도 많아서 그치지 못하는 걸까.....

무슨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저리도 밖을 향해

악을 쓰고 또 악을 쓰는 걸까.....
며칠 전 하이스쿨 J를 보면서도 가슴이 아팠었다.

다 큰 녀석 J의 손을 잡고 아가~~~ 하고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어쩌자고...... 내 맘이 아파..

아가..... 이제 10대인데...  앞으로 펼쳐질 멋진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고

행복한 시간들이.

그 시간들을 기대하자고.
요즘 따라 자꾸만 내시선을 잡는 아가들.

마음이 아픈, 그래서 내 마음도 아픈 아가들.

다 어른들 잘못이다.

오늘 마지막 recess시간에는 또 항상 혼자만의 세계에서 노는 A가

내 시선을 또 잡고,

또래 친구들이 유치하고 그래서 함께 놀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등치 큰 A,

오늘도 징징징 우는 언제나 크려는지 아직도 3살 아기 같은 M.

이제 여름방학 시작이니 어쩌면 여름방학 동안

성장해서는 날 깜짝 놀라게 하며 나타날지도.

강한 여름 햇살 속에서 단단해져서 나타날 것이다.
두 딸들이 오늘도 귀한 선물을 준다.

나와  남편에게.

학기말 전에 교사와 직원들의 비밀투표.

나도 고민하다가 마지막날 적어서 냈었다.

올해는 누가 크리스천 캐릭터 상을 받으려나.... 했는데.

초등학교는 내일 종업식에서 알게 된다.

하이스쿨은 오늘 종업식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두 딸이 받았다.

7. 8. 9학년에서는 하빈이 가,

10. 11. 12학년에서는 하은이가.

사실 하은이는 ICSB 다닐 때도 받았고,

지금 GGIS에서도 4번째이지만

하빈이는 처음이다.

워낙 말이 없고 조용한 녀석이었고,

어려서의 아픔으로 자기표현이 쉽지 않았었는데

작년부터 변하기 시작한 녀석.

그 변화가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었다.

밝아지고 많이 웃고 자기표현도 많아지고.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남편에게 사진 찍어서 보내고,
혼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항상 성실하고 순하고 하나님 말씀 안에서 자라는

귀한 딸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집스럽지 않도록 항상 하나님 앞에서

순종하는 겸손한 딸들이 되도록

은혜 내려 주세요.
고마워~~~

딸들~~~

올해도 열심히 성실히 잘해주어서.

고마워. 지금처럼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도 맑고 건강하게 자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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