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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모두가 풍성한 성탄이기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3. 12. 20.

딸들 집에 와서부터 바쁘다.

덩달아 나도 무지 바빴다.

크리스마스 방학 날 모든 하이스쿨 아이들에게 줄 머핀과 초콜릿을 준비하느라.

별, 하트, 꽃.....

아이들 모두에게 주고 싶단다.

그러시던가......

쿠키 굽겠다는 하은이는 설득해서 초콜릿을 샀다.

오븐은 하나인데 머핀에 쿠키에.....

그리고 선생님들 선물.

여름에 우연찮게 준비하게 된 매실차로 모두 통일.

딸들이 열심히 한 분 한 분 포장을 하는데.....

우리 하은이.

금방 손에 있던 테이프가 안 보인단다.....

이리 찾고, 저리 찾고.....

애들아, 안 되겠다.

좀 쉬자.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테이프가

눈에 띌 거야.

그렇게 차 한잔 마시며 쉬었더니....

30여분 지났나......?

아빠가 찾았다.

의자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그렇게 모든 선물을 포장하고.

밤 1시가 되어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우리 아가들이 성탄이라고 작은 손에 들고 온 선물들.

나도 나중에 이렇게 선물 만들어 드려야지...

꽤 좋은 아이디어다.

딸랑딸랑 방울에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설명까지.

밤에 딸들이랑 엘리자베쓰가 달콤하게 한잔씩.

작은 핸드크림은 냄새가 정말 좋다.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손 씻을 때마다 바르면

좋은 냄새가 화~~~ㄱ 펴질 듯.

여행용 세제도 내일 두바이 갈 때 가져가고,

냄새 좋은 바디용품도 감사하고.

그런데.....

저녁 준비하는데 선물을 보던 하은이 급하게 날 부른다.

엄마~~~ 내가 이거 안 봤으면 엄마 꿀인 줄 알고 음식에 넣었을 거야.

어? 꿀 아니야?

꿀 맞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뒤에 써주셨잖아요.

응? 진짜?

그러고 보니 식용 꿀이 아니구나......

재밌다. 진짜.

이런 선물도 재밌네.....

나도 나중에 뒤에다 저렇게 써서 선물해야지~~~~^ ^

어떤 소스를 만들어야 하나....

그냥 쉬운 것으로..... 

삶으면 어느 정도까지 커지지? 여행 다녀와서 요리하기로.

작은 딸 무지 신났다.

초콜릿 좋아하는 이 녀석.

벌써 상자 하나는 거의 비운 듯....

음...... 일단 열어서 커피 향을 집안 가득 퍼지게 하고....

작은 일인용 커피 내리는 것을 장만해야겠다. 

궁금해진다.

이 커피의 향과 맛이.

하은이가 나에게 전해준다.

친구 메이메이가 엄마 주랬단다

.아~~~~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김치를 주었더니

저리 고운 머리 집게를 나에게 보냈나 보다.

머리 빨리 길러야겠다.

저리 고운 핑크머리 집게를 꽂으려면.

고마워요. 메이메이.

진짜 다음에 김치 담그는 법 보여줄게.

고마워서 잘 익은 김치 조금 하은이 편에 보냈다.
좀 미안해지려고 한다.

일괄적으로 같은 선물을 모두에게 해서.....

그래도 벌써 마셔본 분들이 따뜻한 매실차 좋다고 하셔서 감사하고,

성탄과 새해 마음을 전해야 하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 준비를 못했다.

몸 상태가 안 좋고 어제까지, 아니 오늘까지 너무 바빠서.

열흘 두바이 여행 다녀와서 정신 차리고 인사드려야겠다.

(작은 나무를 사 가시는 두 분. 보기 좋아서 살짝 찍었다.

내년에는 우리도 크리스마스트리를 해야겠다. 저리 작은 것으로...)

 

작은 녀석 기차역에서 기다리는데,

80은 넘어 보이시는 나이 드신 할아버지께서

큰 종이박스 3개 정도를 주워서는
불안 불안하게 이 추위에 걸어가신다.

영하 2도의 추운 날씨에 장갑도 안 끼시고.......

맘이 짠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인다.

저리 천천히 불안하게 어디까지 가시나.....

작은 녀석이 차에 타고 집으로 가는데

 아까 그 할아버지께서 걸어가신다.

무거운 듯 큰 종이박스 3개를 힘주어 쥐고 아주 천천히.

많이 추운데.......

뒤 트렁크에 선물하려 포장해 두었던 매실차를 꺼내서 

길을 건너시는 할아버지를 쫓아 갔다.

볼독 꺼라초니.

할아버지가 쳐다보신다.

얼은 할아버지 손에 매실차를 드리며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과일차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살며시 할아버지 손에 작은 돈을 쥐어 드렸다.

가슴이 콩당콩당.

거절하시면 어쩌나......

할아버지가 헝가리식으로 인사를 하신다.

남자가 여자에게 손등에 입을 맞추며 

께짓 쪼꼴롬. 

하는.

헝가리에 처음 왔을 때는 아파트에 사시는 나이 드신 남자분들이 

항상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늘 80은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하신다.

지금은 분리수거하는 곳에서 종이박스를 줍고, 병을 주우시지만

할아버지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품위가 느껴졌다.

그래서 또 마음이 아렸다.

이런 분이 어쩌다가....

난 그저 볼독 꺼라초니....

작은 소리로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뛰어와 차에 타고 집에 오면서 기도한다.

하나님,

따뜻한 매실차가 할아버지에게 따뜻함을 전달해 주시기를.

노년이 어찌 저리 힘들어 보이실까......

어쩌면 이것이 헝가리의 현실일 수도.

하빈아~~~~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따뜻한 차 매실차가 할아버지에게 힘을 주면 좋겠다. 그렇지?

어째 노년이 저리 힘드실까......

그저 모두가 조금씩 따뜻한, 행복한 성탄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