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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엄마, 괜찮아.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4. 1. 28.

애들 귀가조치 끝내고

카톡에 있는 보이스톡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느리고 익숙한 엄마 목소리.

잤어?

아니.

엄마 자는데 깨웠나 싶어서.....

아니다.

엄마 목소리만 들리면 눈물이 난다.

엄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 돼.

그럼~~~ 난 아무 걱정 마라.....

하시며 

엄마가 그러신다.

언니가 너도 애들 빨리 키우고 들어 와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하는구나.

하신다.

울컥!! 눈물이 난다.

응... 애들 대학 보내면 들어가야지....
나 들어갈 때까지 엄마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하는데.....
보이스톡 끊고 성경을 듣고(머리가 아플 때면 그냥 성경을 듣는다.) 있는데 

카톡이 왔다.

엄마한테서..... 한테서.....
엄마 카톡 보면서 눈물이 또 난다.

에휴~~~~ 딸들 연습하느라 옆에 없어서 다행이다.

딸들한테 엄마 우는 거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괜히 전화했나 보다....

잠도 못 주무시고.

엄마는 항상 말씀하신다.

그저 말하지 말고 살아라.....

그냥 입 다물고 침묵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 해결된다. 

하나님이 보시니까....

근데 이번에는 내가 그러지 못했다.

20년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 더 하겠지만.

엄마가 있어 참 좋다.
괜찮아, 엄마.

나 괜찮아. 20년을 살았는데.....

억울한 일도, 화나는 일도, 그저 속상해 목이 메어 숨쉬기 힘든

그런 날들도 살았는데.

어떤 날은 그저 어이없어 웃음밖에 안 나와 허허롭게

하늘 보고 웃고도 살았는데, 어쩌다 글로 쓸까.......

그 많은 일들을..... 그래도 이젠 괜찮아.

엄마. 애들이 크니 큰 위로가 되네요.

정말 애들 크면 빨리 한국 가 엄마랑, 언니랑 같이 살면 좋겠다.

봄이면 쑥캐서 쑥개떡도 만들어 먹고, 언제나처럼 언니가 요리하면

난 맛있게 먹고 설거지는 내가 하고.

애들 결혼하면 손주, 손녀 봐주며 그리 살면 참 좋겠다.

그런 날이 나에게 허락된다면......
오늘 하루가 지나고, 또 내일도 하루가 지나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되겠지.
이런 날이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가 절로 나온다.

내일을 준비하고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또 눈물이 난다.

주문한 프린트 잉크를 보내면서 언니가 보내온 반찬과 
김을 꺼내 저녁을 준비하면서 또 눈물이 난다.

고마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20년을 한결같이 우체국 드나들면서 짐을 부쳐준 엄마랑, 언니, 형부한테.
난 진짜 괜찮아. 엄마. 걱정하지 마.

엄마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나 애들 키우고 갈 때까지 있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