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었지만 임신 초기에 감기 증상으로 3일째 결근인 미스 펑커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겨우 토요일 아침 떡국과 잡채로 아침을 먹고는
삼겹살, 잡채, 과일을 사서 Pecs로 출발을 했다.
사촌 동생이 피츠 의대생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교회를 섬기기 위해
헝가리에 올 때는 한 달에 한 번은 갈 수 있으려니.... 했었는데.
어쩌다 일 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일 년 만에 처음으로 딸들이랑 신랑이랑 다 같이
설날이라 내려가기로 했기에.
참으로 미안하다.
한국사람이라고는 유학 온 의대생들 뿐인 곳에서
달랑 가족만 일 년을 살게 했으니.
가끔 부다페스트에 올라오면 만나고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일 년 만에 처음 가니 정말 할 말이 없다.
우리 집에서 피츠까지는 대략 220km 떨어져 있다.
신랑 뻥~~ 뚫린 고속도로 신나게 밟아 1시간 30여 분 만에 도착을 했다.
고속도로에서 본 야생 사슴 무리들.
피츠 누가 교회는 토요일 자체 수련회를 하고
4시에 바쁜 학생들 몇은 돌아가고 11명의 유학생들이
목사님 집으로 와서 신랑이 준비해 간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던 유학생 한 명이 그런다.
목사님, 사모님께서 시험 때면 김밥을 싸가지고 의대에 오셔서
저희들에게 먹고 공부하라시면서 나눠주시곤 하셨어요.
부다페스트와는 달리 뭐 하나 사 먹을 곳이 없는 곳이다.
피자와 빵, 스파게티 그런 종류 외에는....
시험 때면 일분일초가 아깝고 먹어야 하지만 제대로 뭐하나
챙겨 먹지 못하며 공부하는 의대생들이다.
삼겹살 굽는 중에 카톡이 왔다.
두바이에 있는 동생한테서.
우린 삼겹살 먹어. 했더니 저희도 삼겹살이요. 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 바로 사진을 서로 주고받으니 말이다.
헝가리, 두바이, 한국이 함께 말이다.
학생들 어려운 시험 어제 끝나고 이제 한숨 돌린다고.
비가 오면서 얼어서 더 늦기 전에들 남편이랑 동생 목사님이
학생들 데려다주고.
귀염둥이 민준이가 세배를 한다며 한복까지 저리 차려입고는
신랑한테 세배를 한다.
이젠 숙녀티가 나는 민서는 얌전하게.
딸들도 외삼촌, 외숙모한테 세배를 하고.
다음에 한국에 가면 딸들 한복을 맞춰줘야겠다..... 생각을 해본다.
언덕 위에 있는 집인 데다가 보일러를 2층까지 다 틀어 난방할 수 없어
저리 벽난로로 겨울을 난다고.
헝가리에서 처음 맞는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아침에 눈을 뜨니
헉!!! 완전 빙판이다.
전날 밤에 청년들 데려다주고 차가 못 올라와서 아래에 있기에
다들 빙판 길을 조심조심 걸어서 내려가야 했다.
게다가 오늘 점심인 김치찌개까지 다 들고서.
다 내려와서는 다들 한 번씩 미끄러지고, 아예 주저앉아서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면서 길을 건너 차로 갔는데
딸들 너무 재밌단다. 제일 재밌다고.
재밌다니 나도 좋다.
예배당에 오니 벌써 찬양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이 쌀을 씻는다.
우리 민서, 민준이는 그동안 모은 십일조를 준비하고.
우리 딸들, 귀한 예배를 드리게 되었네.
피츠 누가 교회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는 우리 딸들이
다들 부모 떠나와서 혼자 유학 생활하며 주일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니 말이다.
이렇게 주보도 있다.
5개의 목장도 있고, 매주 금요일에 성경공부도 있단다.
어려운 의대 공부하면서 하나님 말씀도 열심히 배우고
예배하는 귀한 청년들.
아직은 내 품 안에 있지만 대학을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혼자서 생활할 수도 있을 내 딸들.
딸들, 너희들도 나중에 혹시 엄마, 아빠 떠나 혼자 공부하며 살게 되어도
주일에는 꼭 하나님을 예배해야 해. 알았지?
보통 40여 명의 유학생들이 예배를 드린다고,
피츠에는 80여 명의 한국 의대생들이 있는데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란다.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다들 공부 잘 마치고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되면 좋겠다.
예배 끝나고 남편은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식은 잡채를 다시 볶는다.
전날 늦은 밤에 언제 김치찌개는 다 끓여 놨는지......
이렇게 예배드리고 점심을 먹는 줄 알았다면 불고기도 하고,
묵도 좀 만들어 올 것을...
그래서 부활절에 음식을 좀 많이 준비해서 오기로 했다.
그때는 정말 이것저것 좀 준비를 많이 해야지.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길에 본 야생 사슴들.
가족인가?
겨울의 흑백 풍경.
여름에는 이렇게 파랑, 초록, 빨강인데......
작년 여름 엄마 왔을 때 내려가다 찍은 사진.
어려서는 저리 이쁘게 두 손을 모으고 감사합니다~~~
소리 내어 기도하던 딸들.
이젠 조용히 머리 숙여 속으로 기도하기에 어떤 기도를 하는지
하나님만 아실터.
너희 삶이 거룩한 예배여야 한단다.
오늘 외삼촌 목사님 설교 말씀처럼 자비로운 거룩한 삶의 예배를
드리는 딸들이길 기도해.
하나님은 너희들 옆에서 항상 함께 하신단다.
'하은,하빈이네 믿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2일, 3일 묵상 (0) | 2014.05.03 |
---|---|
온유하신 그 얼굴을 뵈올 때 (찬양:주가 맡긴 모든 역사) (0) | 2014.02.19 |
예배의 기쁨이, 환희가 진정으로 있는지.... (0) | 2014.01.07 |
ACSI 크리스찬 리더쉽 컨퍼런스를 다녀온 하은이. (0) | 2013.10.02 |
두려움을 떠나 사랑의 집으로 (0) | 2013.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