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방학이 벌써 10여 일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벌써 지나간 10여일이 아깝다고 징징대는 작은 녀석 꼴이 너무 귀여웠다는.
일한다는 핑계로 시간이 너무 없어 못했던 사람 도리 하느라 바쁘기도 한 열흘이었다.
떠나시는 분 식사도 하고, 한번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데....했던
선교사님들도 초대하고.
항상 전화나 카톡만 하던 분들과도 점심시간에 여유있게 만나고.
너무나 좋은 시간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힐링이 된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자면.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 가나 보다.
피곤하고 힘든 그런 만남 피하고 싶다. 굳이 애써가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회복하고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은....
지금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분들과의 만남만 하고 싶다.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그리고 실망을 해서.
미국에서 온 노에미랑도 만나고.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해야 하지만 능력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만 좋고 일은 못한다면 정말 함께 일하면서 무지 열받는다는.
능력이 있지만 사람이 못됐다면 일하는 내내 맘이 상해 결국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는.
노에미랑은 3년을 일하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사람도 좋고 일도 잘하기에 서로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그렇게 일을 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한 시간.
방학하면서 하은이는 스쿼시를 시작했다.
전부터 배우고 싶다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는데
마침 함께 할 파트너도 생겨서 너무 재밌단다.
일주일에 두 번을 배우는데 더 하고 싶단다.
하빈이도 배울래?
바로 생각하지도 않고 싫단다.
그럼 말을 타볼까? 예전에는 잘 탔었잖아.
싫어. 안 할래.
이 녀석은 어째 다 싫다 하는지.... 귀차니즘 그 자체다.
그래도 저녁에 있는 줌바(에어로빅 같은)는 같이 가서
운동을 하니 감사하다.
이것도 여름방학 끝나면 못하겠지만 방학 동안 만이라도
이렇게 딸들이랑 운동할 수 있어 감사하다.
스페인 문화원에 들러서 하은이 등록을 했는데
학생이 모여지지 않으면 취소될 수도 있단다.
여름이면 다들 놀러 가는 헝가리라서 여름동안에 놀거나
운동은 가능한데 언어 공부나 뭘 배우기에는 참 어려운 헝가리다.
그저 취소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두 달이 넘는 방학 동안 3주 한강좌인데 그것마저 취소되면 어쩌누......
프랑스 문화원에 들러 하빈이 등록을 했는데 돈을 내지 말란다. 아직은.
하빈이가 첫 번째 학생이라서 학생수가 안 모여지면 취소된단다.
이런이런.....
두 달 내내 이리 집에서 놀면 안 되는데....
여름방학에 한강좌 듣고 개학하면 계속해야 하는데.....
정말 여름만 되면 기본이 한 달이고 두 달까지 다들
여행을 하기에 매번 어학강좌는 취소가 된다.
그리고 우리 한국 문화원으로 갔다.
월, 수 여름 특강으로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이쁜 얼굴 만들기 강좌를 수강하러.
난 아니고 딸들이.
난 화장을 전혀 못한다. 마스카라도, 눈화장도.
그래서 딸들은 좀 이쁘게 잘했으면 해서 신청을 했다.
세안도 잘하고 피부관리도 부지런히 좀 하고,
특별한 날 이쁘게 화장도 했으면 해서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머리손질 하는 법도 배우게 하고 싶다.
많이들 함께 배우면 좋으련만....
언제든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헝가리에서 이런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다.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학원에 등록을 시켜줘야지 했었다.
이번주는 기온도 뚝! 떨어져 20~24도. 게다가 바람이 많이 분다.
체리가 지고 나면 바로 살구다.
바람에 떨어진 살구들. 정말 며칠만 관심 없이 집안에 있다 보면
이렇게 과일이 익어서 떨어지는 줄도 모른다.
살구는 참 성질이 급하다. 분명 아직 안 익었는데.... 했는데
기다릴 틈도 안 주고 바로 저리 떨어져 버린다.
그러면 그 달콤함에 내가 뛰어 나가기도 전에 개미들이 먼저 시식을 하신다.
오늘도 살짝 들어 보니 개미 10마리가 벌써 아침 식사 중.
안 익었을 때 따야 하나?
그래도 아직 덜 영글었는데.... 근대.... 또.....
기다릴 동안 떨어져 버리니.... 참.....
가까이 사시는 사모님이 전화로 알려 주신다.
떨어진 살구를 모아서 씨만 발라 잼을 만들면
색도 곱고 맛있다고.
올해는 살구잼도 도전해 봐야겠다.
딸들~~~ 내일은 나가서 떨어진 살구 다 주어 오기.
엄마가 잼 만들어 줄게~~~
두 그루의 자두나무는 올해도 열매가 없다.
큰 한그루의 자두나무는 몇 년 전에 정말 달콤한 자두를
주었었는데 긴 잠에 빠졌나 보다.
내년에는 자두를 먹을 수 있을까...?
이사 왔을 때 잎 몇 장뿐이었던 무화과가 저리 컸다.
14년 사이에. 그리고 올해 처음 열매가 보인다.
가을을 기대해 봐야겠다.
앞마당의 무화과도 풍성한데 올해는 무화과잼을
많이 만들어 선물해야겠다.
몇 년 전에 한번 만들어 선물했더니 맛있다 했었으니까....
호두가 영글어 간다.
작년 호두가 정말 고소해서 여기저기 나누어 드렸는데
올 해도 호두가 맛있었으면 좋겠다.
서울 조카가 호두파이 먹고 싶다.... 연락이.
호두까기 귀찮아 안 했던 호두파이를 조카가 열심히 까는
덕에 참 많이 만들었었는데.
딸들 ~~~~ 호두 좀 까봐. 엄마가 호두파이 만들어 줄게~~~
3그루의 사과나무 중 제일 많은 사과를 주는 고마운 나무.
지금 제일 젊은 사과나무다.
우리 집 사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제일 먼저 체리를 먹고 나면, 살구랑 자두가 영글고.
다음이 이 맛있는 배다.
딱 한그루 있는 이 배나무에서 정말 많은 양의 배가 열린다는.
약간 딱딱할 때 따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맛있게 먹는 고마운 배나무.
이 사과나무가 제일 젊다.
작년에 몇 알의 사과를 먹었었는데 올해는 사과가 많이 열렸다.
제일 젊은, 아니 아직은 어린 이 사과나무는 아주
오랫동안 사과를 우리에게 줄 고마운 나무.
사과가 영글면 제일 먼저 냉장고를 비워야 한다.
모두 따서 냉장고에 보관을 하고 겨울 내내 먹기 때문에.
김치 담글 때도 넣고 애플파이도 만들고.
하지만 아까워서 잼은 안 만든다.
이제 너무 늙어서 작년부터 사과가 거의 없는 제일 나이 든 나무.
14년 전 이 집으로 이사를 와서 첫가을에 이 나무의 사과를
정말 맛있게 먹고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었는데.
미안해서 자르지 않고 그냥 놔두기로 했다.
올해도 내년에도 꽃도 안 피고 열매도 없겠지만 왠지 고맙고 미안해서.
우리 집 마당 안에는 4그루의 호두나무가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애들 방앞의 호두나무가 밤새 부는 바람에 쓰러졌다.
지금은 앞마당의 저 호두나무, 뒷마당으로 가는 골목에 하나,
그리고 뒷마당에 하나.
이렇게 세 그루의 호두나무가 늦가을이면 호두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깰 정도로 많은 호두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앞마당, 내방 앞이 무화과가 너무 자라고 무성해서
남편은 좀 잘라내자 하는데 난 싫다.
그냥 저렇게 무성하게 놔두고 싶다.
초가을에 무화과가 익으면 따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창문을 가릴 정도의 무성한 무화과가 난 참 좋다.
전에는 이 아래층에 있는 3방 중에서 두방을 주저니니(머머, 뻐뻐)가
조카랑 살았었고,
잠시 집을 구하기 전에 머물다 간 가족도 있었다.
여행 온 젊은이들이 머물다 가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생면 부지의
많은 젊은이들이 아래의 방 3개에 머물다 가곤 했었다.
그렇게 머물다 가서 연락을 주는 청년들도 있고,
연락은 없지만 나중에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8명의 청년들이 2주를 머물다 가기도 했었다.
그때는 김치에 딱 한 가지 고기요리를 커다란 솥에 해서는 그대로
올려놓고 먹게 했었다.
워낙 다들 잘 먹어서.
선교사님들도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저 아래층에서
머물다 가시곤 했었는데.
그래서 이 집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 아래층을 그리 사용하라 하시나 보다
하며 언제나 우리 집은 대문이 열려 있었다.
어느 날은 밤 10시 넘어 국경 넘었다 연락을 하시면 남편은 급히 내려가
방을 정리하고 이불을 꺼내서 내려놓고, 난 저녁을 준비하고 밤 12시가
다 되어 피곤하신 선교사님들이 쉬었다 가시기도 했었다.
이젠 헝가리도 좋아졌고, 교육관에 선교사님들 머물다 갈
게스트룸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씩 연락이 오면
아래층에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짐들을 남편은 대강 치운다.
난 치우기 귀찮아 그냥 애들을 내 방에서 재우고
애들 방에서 주무세요... 하기도 한다.
저 무화과 때문에 아래층에 빛이 잘 안 들겠구나....
하지만 저 방은 요즘 잘 안사용하니까.....
(민박 아니에요. 제가 일하기 전에는 누구든
머물 곳 없으면 전화하고 머물다 간 방이랍니다.
코소보 선교사님이 로뎀나무 아래라고 이름도 지어
주셨었지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 넘게들 머물면서
쉬었다간 말 그대로 로뎀나무 아래서 기력을 회복하고
떠난 곳이었지요. 지금은..... 제가 일하는 관계로
또 헝가리 사정이 많이 좋아져서
거의 빈방으로 그냥 놔두고 있답니다. ^ ^)
사진 찍는 나를 향해 애절한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는 태산이.
엄마~~ 문 열어 줘요.... 문 열어 줘요.....
안돼. 네가 뛰면 사진 찍기 힘들고 또 물장난하자 하니까. 안돼.
요즘 이 녀석 빠지는 털에 두 번씩 청소기 돌려도 대책이 안 선다.
이젠 나도 포기. 그냥 태산이 털이랑 동거 동락.
요즘 심각하게 이사를 고민 중인데 마당의 과실수를 보면 맘이 흔들린다.
또 매일 신나게 뛰는 태산이를 보면......
정말 이 녀석이랑 같이 가야 하니 또 고민, 고민.
어쨌든 바람 불다 해가 한 번씩 나와주는 쌀쌀한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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