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일 오후.
살구를 땄다.
무서워 다리를 덜덜 떨면서 귀신 소리를 으흐흐흐~~~ 내면서 그렇게.
살구를 따다가 내 생전 처음 따는 살구내?
어쩌면 평생 처음일지도?
싶어 살구따다 작은 딸에게 사진 찍어 달라 했다.
하빈아~~
엄마가 이집에 14년 살았어도 처음 살구를 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니 사진으로 남기자.
했더니 작은 녀석 뛰어들어가 사진기 가지고 와서
덜덜 떨며 살구 하나 딸 때마다
귀신 소리내는 엄마를 찍었다.
사다리 너무 무섭다......
자꾸 흔들 거리고....
신랑 보고 따라 할걸.....
바람에 자꾸 떨어지는 살구가 아까워 사다리 탔는데 너무 무섭다.
태산!!
넌 뭐가 그리 재밌냐? 이거 장난 아니걸랑?
멀리 떨어져~~ 사다리 멀리 떨어지라고~~~~
바둥바둥 까치발까지 해도 손이 달락 말락.
땅에 떨어진 살구 중에 행여 괜찮은 게 있을 까.... 봐도
다 개미가 많고 상해서 다시 사다리 오르고.
엄마가 살구를 따니 태산이 지켜보다가 자기는 배를 딴다.
펄쩍펄쩍 뛰면서 배가지를 공격한다.
몇 번 배를 딴다고 뛰더니 결국 배 하나 따서는 드시네....
음.... 아무래도 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빨리 따서 냉장고에 넣어둬야겠다.
저러다 태산이가 다 먹겠네...
어느새 자두도 영글어 가고 있네.
하나 따서 먹어 보니 정말 달다.
올해는 꼭 자두를 미리미리 따야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벌써 땅에 십여 개가 뒹굴고 있다.
태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
어? 너까지 사다리 오르려 하지 마.
흔들리잖아. 하빈아~~~~ 태산이 불러.
엄마가 살구 따는 동안 태산이 궁금한가 보다.
슬쩍슬쩍 비닐봉지 속 살구를 냄새 맡고...
위쪽 살구는 진짜 신랑 보고 따라 해야겠다.
저러다 진짜 모두 그냥 떨어져 버리면 아까워서....
그런데,
우리 집은 나만 먹는 거 같다.
딸들은 사과나 배는 먹지만 살구는.... 안 먹는다....
그래서 내 먹을 양만 남기고 모두 잼을 만들기로.
황사모님이 알려 주신데로.
처음 살구잼을 만들어 봤다.
시큼하면서 달콤하네.
살구가 워낙 달아서 설탕을 적게 넣어도 달다.
올해는 체리잼에 살구잼까지.
그리고 가을에는 무화과잼도 만들 거니까.
일 년은 충분히 먹겠다.
고맙다, 나무들아~~~~
잘 먹을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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