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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하루가 새벽 4:30에 시작 밤 12시에 끝난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4. 6. 9.

남의 일만 같았던 토플, SAT시험이 나의 일이었다.

3월에 토플 시험 볼때는 한 번만 보자 하은아~~ 했었다.

뭔 토플 시험이 그리도 비싼지. 230달러나 한다.

어찌 2,3번 보겠나. 그리 비싸서.

다행히 점수가 그정도면 됐다... 싶게 나와서 한 번으로 끝내자 했다.

그러다 하은이는 좀 아쉬운가...? 싶어

하은아~~ 아쉬우면 한번 더 볼래?

물어보니 싫단다. 그냥 그 점수로 한다고.

O.K

그리고 바로 SAT 준비에 들어갔는데.....

5월 11일 .

저녁에 하은이 사색이 되어서는 비명이다.

5월 9일로 시험접수가 마감이라고.

........?

6월 7일 시험 보고 싶은 사람은 5월 9일까지 접수를 했어야 했단다.

몰랐었어?

알았는데 잊었어.

헉!!

그리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매일 저녁마다 나랑 기도하는 하은이.

누군가가 혹시 아직 준비가 안되어 다음으로 시험을 미룬다면

기회를 주세요~~~~ 하고. 

아휴~~~ 어쩌누.... 내 새끼....

그러더니 어제는 내가 가방을 깜박 잊고 학교에 놓고 왔고,

P. 그레함에게 부탁을 했는데 P. 그레함도 잊고 와서 가방은 학교에 있는데

그 가방 안에 시험에 필요한 계산기가 있다는 것을 밤 10시 넘어 말을 해서

또 아빠랑 계산기 빌리러 혜린이네로 뛰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서둘러 시험 보는 곳으로 갔다.

도착을 하니 5시 28분.

시험은 7시 45분이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일찍 온 사람 순서대로 기회가 주어진다 해서 두 시간 전에 와서 기다린 것이다.

혹시 기회가 안 주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하은이는 안다.

본인의 실수였기에.

며칠 전에 분명히 나한테 말하는 하은이.

엄마 이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나의 실수지.

내가 기억해서 접수를 해야 하는데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내 실수야.

그리고 누군가가 혹시 부득이 시험을 못 보게 된다면 내가 그 기회를

갖기 위해서 진짜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해. 무조건 제일 먼저 시험장 앞에서

기다려야 해.

그 말이 날 기쁘게 했다.

왜? 왜 잊었지? 하나님이 왜 날 안도와 주셨지?....

그따위 변명이나 불평을 하지 않아서 너무나 이쁜 내 새끼.

아침 5시 28분에 도착을 해서 하은이 문도 안 열린 건물 앞에 세워두고

맥도널드로 가니 토요일은 8시 영업시작이란다.

청소하고 있길래 바로 영업하는 줄 알고 열심히 뛰었는데.....

8시 영업인데 뭐 그리 새벽부터 청소는 해서 사람 뛰게 하고 그래?

새벽 5시 30분에 문을 연 곳이 있으려나.....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열심히 걸으니

마침 막 문을 연 빵집이 있어서 빵과 우유를 사다가 먹이고 함께 기다리니

6시 30분쯤 되니 헝가리 여학생이 하나 오고,

6시 50분쯤 되니 과테말라에서 온 교환학생이라는 크리스티나라는 이쁜

여학생이 온다. 모두가 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

그때부터 하은이 얼굴이 환해진다.

3명이 서로 어떻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는지,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어떻게 SAT를 준비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푼다.

7시가 넘으니 문을 열고 7시 10분.

여직원이 오더니 5명의 대기명단에 있는 학생 모두 오늘 시험 볼 수 있단다.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게 하은이 시험장에 남겨두고 30여분 더 차 안에서 혹시나

엄마를 찾으면 뛰어가려 기다리다가 시험 시작하고 집으로 왔다.

내 새끼....

어째 엄마를 이리도 긴장시키고 바쁘게 만드는지.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저 녀석은 멀리 다른 나라로 유학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너무 자주  놓고 다니고 흘리고 다니고.....

우리 하은이 덕분에 새벽 구경을 다하네.

역시나 사람 사는 곳은 토요일 주말이지만 근로자들과 청소하는 분들이

제일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30여분 기다렸다가 집에 가서 청소하고 집안일 좀 하다가 12시 30분쯤 다시 왔다.

기다리니 하은이가 나오는데 표정이 어둡지 않아 다행.

그냥 그렇게 봤다 한다.

그래도 감사 또 감사.

됐어 하은아.

의대 갈 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자주 법이 바뀌고 또 혹시나 해서

본 SAT 시험이니까 한 번이면 족하지.

수고했어, 고생했다 내 딸.

오후 1시에 졸업식인데 하은이가 시험 보고 1시 15분에 나와서 늦게 도착한 졸업식.

마침 안나도 하은이랑 같이  SAT시험을 봤길래 같이 왔다.

내년에는 하은이가 저 자리에 서 있겠지......

미리 집 앞 꽃집에서 장미꽃을 사서 왔길래 다행.

하은이 손에 쥐어주며 졸업생들에게 주라 전달하고,

집에 가자~~~ 하는데 자기 반 친구들과  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단다.

왜? 남의 졸업식에 주니어인 너희들이.....?

내년에 졸업이기에 내년을 위해 사진을 찍고 싶다나? 내 참....

그래서 찍은 11학년 하은이 반.

싸야, 빅터, 부엘, 그리고...... 또 한 녀석이 없다.....

내년에는 저 자리에 졸업생으로 서있을 녀석들.

집에 가서 잠깐 숨 돌리고 다시 저녁 약속 장소로.

너무나  오랜만에 가보는 레미즈.

처음 헝가리에 왔을 때는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어 이곳에서 참 많이 식사를 했었다.

정말 몇 년 만에 와보는 곳인지......

헝가리에서는 제법 유명한? 식당이다.

난 그리 유명하다 생각은 안 했지만....

어쨌든 나도 오래전에는 정말 자주 왔었던 곳이니까...

깜짝 놀란 것은 전에는 없었던 한국말, 중국말, 일본어등 다양한 언어로

음식을 소개하는 메뉴가 있었다는.

너무 신기했다.

시간이 이리도 많이 지났구나.....

이곳의 바비큐가 유명해서 자주 왔었다.

음식도 좋았지만

함께한 분들과의 대화가 편안하고 재밌고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하루의 피로가 싸~~~~ 악 풀리는 그런 식사였다.

그래서 또 감사.

레미즈가 종점이라는 뜻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전에는 59번 종점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전에도 분명 보았을 텐데 하은이가

엄마, 이거 빌라모쉬 모양이다.

해서 어? 하고 보니 정말이네. 

이곳에서의 식사를 함께 했던 분들은 지금은 어디에 계시려나.....

하다 보니 마지막 송별 식사를 했던 모 집사님 부부는 지금 현재

다시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헝가리에 함께 계시네? 새삼스럽다.

다시는 못 보려니.... 아쉬워하며 식사를 이곳에서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법인장으로 다시 헝가리로 오셔서 만나니 말이다.

 

하루가 참 길었지만 감사한 날.

특히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귀한 분에게 감사.

귀한 소금, 진짜 귀한 소금도 선물로 받아 감사.

다음에 우리 집에 오시면 맛있는 바비큐 해드릴게요~~~~ ^ ^

 

시간이 지나면서 또 느낀다.

사람이 귀하다는.

돈보다 명예보다 그 무엇보다  사람이 귀하다는.

선하고 순한 사람.

오늘이 그런 날.

솔직하고 맑고 밝은 분들과의 만남.

 

그런 만남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피곤이 풀린다.

 

맑고 투명하며 향기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

내 남은 시간 동안에는 정말 그러고 싶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