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

이런 날 또한 감사한 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4. 10. 31.

2014년 10월 29일 목요일.

정말 미칠것 처럼 정신없던 오후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딸들과 기도하는데 너무나 감사했다.

이런 날은 더 감사하다.

하루가 끝나고 잠을 잘수 있음에. ^ ^

수업이 끝나고 하은이를 기다리는데 포스터를 들고 좀 늦게 나타났다.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평소보다 늦게 와서 서둘러야 했기에.

하은이 내려주고 다시 학교로 와서 하빈이 태우고(오늘은 뮤지컬 연습이 있다해서)

하빈이 내려주고 다시 가서 하은이 태우고,

하은이 스페인 문화원에 내려주고 하빈이 태우러 다시 프랑스 문화원으로 가서

하빈이 태우고 집에 가면 그것이 평상시 수요일 오후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가다가 호박을 사야 한다.

여기까지는 내 머릿속에 이미 저장이 되어 있어 준비하고 있는 일이었는데....

 

하은이가 내리면서 "엄마, 내 락커에 학생회 돈을 놓고 왔는데 필요해요.

금요일 하비스트 파티에 필요한 것을 사러 웨스텐드에 가야 하거든."

뭐시라.....

그러더니 또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사야 한단다.

사실 그 일은 12학년일이니 마이클이나 다른 아이들이 하면 좋으련만 다들 모른다 하고

시간이 없다 한다고.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

이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돌아야 이걸 다 살수 있다나.....

그전날은 메트로에 가서 12학년이 팔 물건을 사가지고 오고,

어제는  12학년 졸업경비 모으는데 다들 모른다, 힘들다, 못한다, 안한다....했다고

하은이가 힘이 빠져 식품점에 가서 컵라면 15개를 사서는 주었다. 팔으라고.

커피를 팔게되면 커피머신도 가져가야 할 지 모른다고....

그래라....

그런데....

오늘 다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째 아닌것 같다.

하은아, 너희 12학년이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해. 정말 원하는지. 안해도 되는지.

그래서 결정을 해야해.

모두가 다 같이 해야 하는 거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어. 지금도 그러니까. 하지만 너 혼자 이렇게 정신 없이 뛰는 것은

잘못된거야. 10가지 중에서 너희가 의논을 해서 2가지할 수 있으면 8가지를 포기하고 두가지만 해.

의논했더니 하나밖에 못한다면 하나만해. 만약 다들 핑계를 대고 못한다 하면

안해야 하는 거야. 하자고 좋다고 하고서는 다들 핑계를 대고 안하고 너 혼자 이렇게 뛰어다녀야

한다면 엄마 생각에는 이것은 잘못된거야. 너희 12학년 담임하고 다시 의논을 해.

이번에는 이미 시작 되었으니까 엄마가 할께.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안되는 거야.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정말 일할 아이들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슈(일본)는 엄마가 전에는 안그랬는데 이젠 손을 놔버린 상태다. 아예 학교에 안나타난다.

빅터(헝가리)는 엄마가 너무나 바빠서 본인도 엄마 보기 힘들다는데.

알렉스랑 다른 중국 아이들은 관심이 없고 부정적이다.

제니는 아빠랑만 있고, 아고따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아무말도 못한다 하고.

메이메이도, 비키도....다들 상황이 그렇다.

대부분 스쿨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고.

그나마 케일럽 엄마(미술선생님)가 많이 도와주신다.

장식하는 것들.

하은이 내려주고 하빈이 태우러 오면서 12학년 졸업반인데....

정말 많은 추억도 만들고 마지막 학년을 잘 보내야 하는데....맘이 좀 답답해 진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을 해서

하빈아, 엄마 언니 락커 열어야 해. 그 안에 학생회 돈이 있데.

하빈이 몇일전에 언니 락커 열다가 포기했던 경험이 있기에 웃으면서

엄마 안 열려요~~~

 한다.

그래도 열어야해.

 

40분을 락커랑 씨름을 했다.

그 사이 배구연습하던 아고따랑 베네사가 올라와서는 도와준다 열어 보았지만 안열리고.

하은이한테 3번을 더 전화하고.

그때 제케일러가 올라 오더니

그 락커가 아니야. 크리스티나 락커는 4번이야

헉!!!!

이런걸 맨붕이라 하나 보다.

하빈이가 설마..... 하고 열어 보니 2번 락커가 아니라 4번 락커다.

세상에..... 지난번에도, 오늘도 계속 2번이라 해서 이리 땀흘리며 했건만.

그런데....

돈지갑이 없다.

정말 등에 식은땀이 나고.

하은이한테 다시 전화를 하니 미술실이랑 영어 교실에 가보란다.

다 가봐도 없다......

그 사이 한시간이 훌쩍 지나고 하빈이 지각이다.

할수 없이 하빈이 태우고 프랑스 문화원이 아니라 하은이 태우러 다시 가는데

하빈이가 언니 가방을 보더니

엄마, 돈지갑 여기 있어요.

한다.

학생회 돈주머니 찾아서 정말 다행인데 한시간을 락커랑 씨름하고 너무 허탈하다.

그러다 생각한다.

하은이가 너무 바쁘다.

왜이렇게 되었지?

학생회에 그 많은 아이들이 있고, 12학년 친구들이 있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건지....

 

하은이 태워서 프랑스 문화원에 하빈이 내려주니 40분이나 지각이다.

하빈아, 엄마가  학생회에 필요하다는 거 사러 웨스텐드 들르고, 또 커피캡슐 사서 내려주고 오면

늦을 꺼야, 그러니까 끝나면 나오지 말고 안에 있어. 추우니까.

그렇게 다시 차돌려서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커피켑슐 사고(불법주차로 난 안에 있어야 했다.)

웨스텐드로 가서 또 택시 정류장에 차 세웠기에 난 차에 있고 하은이만 뛰어가서 사오고,

스페인 문화원에 내려주면서 아빠차 타고오라 이르고.

하빈이 태우러 가니 25분 늦었다.

오늘 정말 등에 식은땀이 난다.

 

 

작은 녀석이 만든 포스터.

목요일 저녁 할로윈 호박 만든다는 안내와 샘플 호박.

우리집 앞에서 저 호박을 1000포린트(4500원)를 주었는데

학교앞에서는 4000포린트(18000원)을 달라고 했단다.

사다줄 수 있느냐 물어서 알았다 했더니

호박 주문이 20개다.  어떻게 다 차에 싣지....

20개.......

계속 늦어져서 문을 닫으면 어쩌나....걱정 또 걱정.

7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했는데.

혹시나 오늘따라 손님없어 조금일찍 문닫고 들어가버리면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하얘진다.

호박 20개를 이밤중에 어디서 사나......

하빈이를 거의 7시에 태웠기에...

그래서 또 조카에게 전화를 해서는 빨리 나가서 야채가게에 가서 전화를 해서 바꾸라 했다.

고속도로 진입하는데 전화가 왔다.

야채가게 아줌마한테 지금 가고 있으니 문을 닫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호박 20개가 필요하다고 부탁을 드리고 정신 없이 속도내어 도착을 했더니

이모 걱정 되었나 추운데 조카가 기다리고 있다.

 

호박 20개를 사는 나한테 묻는다.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하느냐고.

할로윈 장식할 것이라 말하니 웃는다.

하나하나 kg재서는 호박 밑에 가격을 적었다.

내일 아이들이 호박을 고르면 값을 받아야 하기에.

이렇게 많이 아이들이 주문할 줄 몰랐기에 ....

호박 차에 싣고 나니 기운이 다 빠진다.

이제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엉엉

한시간 정도 남았네.....

꽁치캔 뜯어 김치랑 들기름 넣어 지지고, 골뱅이 깡통 뜯어 야채 썰어 무치고.....

식사 끝내고 정리다 하고나니

어제 헝가리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단다.

왜?

인터넷 사용료에 관한 세금을 받는 다고 다들 길거리에 모였는데 진짜 많이 모였데.

그래서 인터넷 켜고 보니.....헐~~~~

세계 최초란다.

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이없음...'''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출처도 밝여야 하나?)

헝가리는 참 조용하다. 사람도 별로 몰리지 않고.

그런데 이날 수만명이 영웅광장, 국회의사당. 엘리자벳 다리...

에 모여서 인터넷 사용 과세 반대 시위를 했다고.

 

(이것도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모두들 핸드폰을 켜고 시위를 한다.

낡은 컴퓨터와 모니터를 던지며 시위를 했다고.

1GB당 150포린트를 개인에게, 사업자에게는 한달에 5000포린트를 내는 수정안을

내놨다는데.....참.....할말이 없다.

나라가 어려우니 이젠 별거 다하네.

절대로 안된다며 28일에 모여서들 시위하고 11월에 다시 모인다고.

그때는 나도 나가볼..까....?

세계 최초라고...음......

 

화요일에 한국에서 언니가 부친 짐이 도착을 했는데 그 안에 먼저 언니가 읽고

좋았다는 책이 있었다.

읽다보니 마치 내가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내용도 좋아서 딸들 잠자기 전에 함께 기도하고는

이 책을 몇페이지씩 읽어 주기로 했다.

오늘은 첫장 앞 몇페이지만

와신상담 까지. ㅎㅎㅎ

와신상담 잊지마 딸들. 이제 자세요.

하고 나오니 11시 30분이 넘었다.

 

(여기까지가 어제 정리해 놓은 글들.

아래부터는 목요일, 우리 꼬마들 낮잠자는 시간에 정리한 내용.

요즘 수필이랑 단편소설 마무리 하느라 컴퓨터 들고 출근을 한다.

아이들 낮잠 잘때 어두워서 책을 읽을 수 없어 글을 마무리 하자 생각을 했고,

한번 떠오른 생각이나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서 요즘은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전에는 메모지에 적었었는데 연결이 잘 안되어서.....)

 

출근길, 신호등에 걸리면 항상 노숙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창문을 열고 50포린트, 아니면 100포린트를 준다.

오늘도 노보텔 호텔앞 신호등에 걸렸는데 노숙자 아저씨가 오신다.

창문 열고 돈을 드리니 오늘은 노숙자 뉴스페이퍼를 주신다.

음..... 읽어봐야 뭔 말인지 알수가 없지만서도....

하나님 믿으라는 말인것 같다. ^ ^

 

 

온통 할로윈 호박이네.....

11월되면 다시 바꿔야지....

 

미스지나 수업하는  동안 앉아있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씨니어들이 내일 팔 스낵 가격표.

밤에 할 텐데 .....

보이기나..할까?

그래서 호박위에 가격을 써서 붙였다.

음....괜찮군. ^ ^

나혼자 흐뭇해서 기분좋아지고.

그러다 맘한켠...발 동동 구르는 하은이 안쓰러워지고.

정말 참 다르다.

졸업반인데.......

부모들의 협조나 관심도 거의 없고,

그래서 하은이한테 말했다.

그냥 졸업여행도 가고싶은 사람끼리 돈내고 가던가....

다같이 할수 있으면 좋은 거지만 안되는거 억지로 해서 될일이 아니야.

뭐든 함께 할수 있는 선에서 해야 하는 거야.

다 준비해 놓으면 그날 가서 내가 팔께..하는 식은 안되는 거야.

의논하고 준비하고 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해야 하는 거거든.

그래서 함께가 어려운 거고 그걸 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어째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