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룹명 가족여행/한국방문

2016년 3월 28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6. 3. 28.

매일 매일 기다림의 연속이다.

수시로 컴퓨터를 켜고 결과를 보느라 애가 탄다.

한국에 와서 이렇게 하루종일 빈둥빈둥 시간 보낸적이 있었던가.

TV 리모콘을 들고 이리저리 무심히 돌리고 또 돌린다.

진짜 재방송이 이리도 많고 또 똑같은 드라마, 쇼프로를

여러 방송에서 하는 것 처음 알았다.

 

언니가 장애인 시설 아이들을 데리고 궁산(뒷산)으로 산책을 간단다.

엄마가 같이 가자며 신을 신으신다.

날도 좋은데 그럽시다......  따라 나섰다.

 

먼저 올라간 장애우들과 언니가 안보인다.

친정에 몇년에 한번씩 와서 머물렀었는데 한번도 안 올라왔었다.

중간중간 운동하는 곳도 있고, 산책길이 아주 잘 되어 있다.

매일 학생들과 이곳을 산책을 한단다.

아니면 한강 강변을 걷는다고.

 

아~~~~  다들 저기 있구나.....

산 중턱에 쉴 곳이 있었다.

간식 시간인가 보다.

 

 

 

 

학생들 중 한명이 나에게 와서 새 운동화를 자랑한다.

아빠가 사 줬어.

진짜?

응, 아빠가 사줬어.

좋겠다. 운동화가 좋아서 그렇게 잘 걸었구나?

운동화 아빠가 사 준거야.

아빠가 정말 좋은 분이다. 난 아빠가 운동화 안 사줬었는데.

..... 아빠가....사 줘.

그러니까, 좋은 아빠네, 내 아빠는 한번도 운동화 사준적 없었어. 이건 100% 진실이야.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언니랑 엄마가 막 웃는다.

아빠가 운동화 사준적 없다는 말이 이해가 안가는지 자꾸 나에게 와서 

운동화를 보여주면서 아빠가 사줬다며 자랑을 한다.

ㅎㅎㅎㅎ

어찌나 귀엽던지.

정말 좋겠다. 난 아빠가 선물을 사주신 적이 없었어, 엄마는 돈이 없었고.

이것도 100% 진실이야.

그러자 나를 또 가만히 쳐다본다.

ㅎㅎㅎ 귀여워라.

옆에서 언니랑 엄마는 그저 재밌어 웃는다.

장애인 시설에 있는 학생들 중 똑똑한 학생인가 보다.

제법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런데.... 

자기가 무지 바쁘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묻는다. 내일 뭐하냐고. 

나도 내일 바빠. 그리고 바쁜게 좋은 거야.

 

다시 조금 걸어 올라가니 넓은 공터가 나오네....

 

 

아이들하고 산을 안 오를 때면 저 아래 한강 강변을 걷는단다.

다음에 한강 걸을 때도 같이 가봐야 겠다.

 

 

 

 

 

말을 못하는 학생인데 언니한테 와서 눈으로 말을 한다.

금방 알아 들은 언니,

없어, 간식 없어, 아까 다 먹었잖아.

계속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무언가를 소리없이 말한다.

안돼. 간식 없어, 집에(시설) 가서 먹자.

안 통하니까 선생님에게 다시 가서 눈빛을 보낸다. 과자 달라고.

ㅎㅎㅎㅎ

옆에서는 흥얼흥얼 찬양을 하는데 제법 잘 한다.

잘생긴 남학생 한명은 산책이 싫었는지 짜증을 온몸으로 표현을 하더니

계속 걷다가 어느새 잊었나 보다.

다들 앉아서 쉬는데 혼자 한바퀴 더 걷는다.

 

나비를 쫒는 것 처럼 두 팔을 벌리고 신나게 혼자 뛰는 여학생.

마치 나잡아 봐라 영화 처럼.

내가 반장이라 별명을 붙인 남학생이 가서 진짜 나잡아 봐라 몇번을 하고서야

손을 잡고 데리고 왔다.

짧은 산책을 하면서 많이 웃었다.

다음에 산책나갈 때도 따라 나가봐야 겠다.

이렇게 기다림의 하루가 지났다.

내일은 기다림이 끝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