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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상처는 받은 자들의 몫이다. 온전히.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6. 6. 4.

얼마전 어떤 분이 내 블러그 포스팅중 벌러톤 내용에 댓글을 달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을....

그런데 바로 위에 몇년전에 헝가리로 발령받았다며 아이들 학교랑 헝가리 생활에 대해 물어본 다른 분의 질문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 안에 가라앉아 있던 아픔과 분노가 다시 솟구쳐 올라 왔다.

그리고 이틀동안 내 머릿속은 그 나쁜 개자식 생각이 떠나지를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욕이 나왔다.

난 살면서 누군가를 향해 욕을 해본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없다.

속으로도 정치인들이나 연쇄살인범 아니면 욕을 한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욕을 한다. 마음속으로 미친 개자식이라고.

아는 욕이 딱 그거하나라서....

 

상처는 받은자의 몫이다.

상처준 자는 다 잊고 아니 정말 잊었을까? 더 오버하면서 당당하게 사는데.

상처 받은 자는 아픔 부여잡고 신음하며 이를 악문다.

가해자가 더 당당한 사회다.

시간이 지나면 더하다. 언젯적 일인데....하며 오히려 비웃는다.

요즘 묻지마 범죄가 그런 원인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나혼자 생각.

 

미래가 절망이라 자살하는 공무원 시험준비중인 학생으로 인해 만삭의 아내를 둔 가장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가 두 죽음앞에 안타까워 하는데

어린 자녀와 아빠 얼굴도 못보고 태어날 아기를 둔 피해자 가정에서 

그저 진심어린 사과면 좋겠다 했다고. 그리고 용서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대부분 다들 진심어린 사과라도 받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난 이말을 백번 이해하고 동감한다.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더 심하게 그리고 유치하게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은이랑 내가 그랬다.

하은이는 졸업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졸업하고도 학교에 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은이만 괴롭힌 것이 아니다. 하은이를 위로하고 함께하는 친구까지 

밀쳐서 벽에 부딪치게 하고 가방 발로 차고 다니고.

정말 나중에 하은이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했단다.

 

그 부모는 모를 것이다.

내앞에서 자기 엄마앞에서 웃으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이가 뭔들 못하겠나.

시험볼때면 뒤에서 볼펜으로 찌르면서 답 알려달라고 말하라고 괴롭힌 것을.

자기는 축구하러 가야 한다면서 숙제 빨리해서 내놓으라 팔뚝을 치고 또 쳐서 

하은이가 아프다고 몇번을 말해도 그러니까 빨리 해서 달라고 했다는 것을.

그런데 내새끼지만 그런 하은이가 나도 나중에 알고 답답했었다.

그런데 또 이해가 간다.

한국 사람에 같은 교회를 다니고 그런 사이가 되기 전에는 남편이 자주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남편이 웬만하면 도와주라고 하은이에게 말을 했었다는 것을 알기에.

하은이 성격상 참고 또 참다가 터진것이다.

그런데 계속 거짓말만 했다. 아니라고 , 자기는 몰랐다고, 같이 논것이라고.....

하은이의 외모로 놀리는 것이 하루  일상의 시작이었단다.

그 부분이 제일 맘이 아파서 지금도 난 눈물이 난다.

그래서 욕이 나온다.

 

개자식이라고.

 

사과?

그런거 받아 본적이 없다.

단 한마디라도 사과를 했다면.

하은이한테 

그러면 나도 하은이도 이렇게 상처가 크고 오랫동안 아프지는 않을 텐데....

 

사과는 커녕,

매일 나를 노려보는 것이 그 아이의 생활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중에 내가 아이들하고 미술실을 올라가면 아예 자리를 고쳐앉아서 나를 노려본다.

계단에서, 운동장에서, 주차장에서 ....

우연히 마주치면 자세를 나를 향해 고쳐잡고 노려 본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어이없고 웃음이 나왔다.

저러다 저 자식 눈알 빠지지.

눈알 빠지면 내가 주어서 껴줘야 하나? 그런 생각하다 웃은 적이 있으니까.

 

남편에게 말했었다.

몇일만 졸업이 늦었으면 그 자식 눈알이 빠졌을 거라고.

나를 노려보다가...ㅎㅎㅎ

 

얼마나 눈에서 불나오게 노려보는지...어느날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 하나님, 저아이가 하는 모든 머릿속 말들이 아마도 저주겠지요? 

그 말들이 내가 받아 마땅하면 저에게 다 주세요. 하지만 아니라면

저 아이에게 그대로 다 돌려 주세요. 하은이라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잖아요.

왜 저 아이는 분노로 저를 노려 볼까요? 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사과하는 용기는 없을까요?

용기가 없으니 몰랐다 거짓말을 하고 6개월전에 헝가리 이미 떠난 아이까지 들먹이며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냈겠지만요."

그렇게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교장을 만나 다음에 혹시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부모랑 우리 부부를 같이 학교에서 불러 달라 부탁을 했었다.

내 돈을 들여 학교 내에 CC TV를 설치할까도 생각했었다. 너무 거짓말을 해서 증거가 필요했다.

 

부모가 크리스찬이라고 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졸업하고 하은이 대학생활 잘하고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틀전 블러그 댓글에서 몇년전 헝가리 오기전에 내 블러그에 들어와서 했던 질문들이 눈에 띄면서 

다시 내 속에 깊숙히 눌려 있던 분노가 다시 올라와 버렸다.

상처가 아문것이 아니었다. 그냥 눈에 안보이니까..... 매일 뒤짚어 지던 속이 안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던 것이다.

 

상처는 온전히 받은 자들의 몫이다.

상처를 준 자들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잘 산다.

오히려 더 당당히 떳떳하게.

그래서 상처를 안받게 살아야 하는데.

 

그나마 미안하다 사과를 해준다면 정말 상처가 빨리 아물것이다.

반창고 같은 거. 대일 밴드 같은 것이다.

사과는. 

진심어린 정말 진심으로 하는 사과는 마데카솔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는 친절이다.

그래서 상처가 정말 빨리 아물겠지.

그런데 

그 개자식은 매일 하은이를 더 괴롭혔다.

그리고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노려봤다.

졸업할 때까지.

 

어느날 갑자기 내 스스로가 무서워진적이 있었다.

여보, 어느날 내가 계속 나를 노려보는 그 개자식 눈알을 뽑아 버릴지도 모를 것 같애.

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건 그냥 말이었다.

매일 마주치는 것이 맘이 상해서.

 

" 애들끼리 얘기하면 바로 풀릴것을 왜 엄마가 나서서 더 복잡하게 만드느냐" 는 

그 아이 엄마 말에 더이상 관계는 유지되지 못했다.

하은이의 억울함도 그 엄마는 들어주지 않았다.

당연히 자기 아들 이야기를 듣겠지. 거짓말을.

하은이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면서 나는 이를 악물었었다.

내새끼가 아파해서.

하은이 숙제를 카피해서 두번씩이나 영점을 맞은 것은 괜찮았다.

시험 볼때 뒤에서 볼펜으로 찔렀다는 것 속상했다.

숙제 사진찍어 보내라 하고 빨리 해서 내놓으라 같은 부위만 계속 쳐서 하은이가 아프다

아프다고 울먹였던 것은 너무나 화가 난다.

하은이 얼굴을,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을, 계속 놀렸다는 것이 너무나 아팠다.

 

그런데 내 앞에서 웃으면서  몰랐어요. 그냥 같이 논건대요. 숙제 받은 적 없는대요...할 때는 

절망했다.

말이 안나왔다.

그리고 참 많이 울었다.

내가 바보같고 어이없어서. 그냥 바로 가서 뺨을 때려 줄것을 .

그런데 한국사람이고 같은 교회에 있으니.

그냥 내가 피하는 것이 지금은 상책이다.

 

하은이는 아직도 학교 건물에 오는 것이 싫다고 한다.

모든 공간에 괴롭힘을 당한 기억들이 있어서.

 

요즘 내 블러그에 학교나 헝가리에 오기전에 궁금한 점을 묻는 분들이 계신다.

언제나 처럼 내가 아는 선에서 대답을 해드린다.

그리고 도움을 드릴수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해드리겠지만 요즘은 좀 겁이 난다.

 

남편이랑 내가 도와주라고 하은이, 하빈이에게 말했던 것이 두 딸들에게 상처가 되어

이젠 좀 두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