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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하겸이 유치원 적응 일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6. 12. 2.

아침이면 누나들 학교로, 아빠 회사로 가면,

하겸이는 하루 종일 묻는다.

누나는 뭐해? 공부해?

하겸이도 학교 공부해.

현진이 누나 뭐해? 자스민 뭐해? 플로 뭐해?

하루 종일 묻고 또 묻다가

엄마 놀이터 가자, 다른 놀이터 가자,

친구들은 뭐해?

 

그래서 기다리던 공립 유치원 포기하고 

사립 유치원을 찾았다.

이르드에는 없고 디오쉬드에 있는.

12월까지는 자리가 없어 일주일에 삼일만 가기로 했다.

1월부터는 3명이 유치원(오보다)로 옮겨가 가니까 일주일에 5일 와도 좋단다.

그래서 시작했다.

유치원 적응기. 

 

첫날

2살~3살 아이들이 있는 뵐최되.

10시부터 11시까지 엄마랑 함께 있는 날이다.

 

스마일 보이 마틴. 어찌나 귀여운지.

 

 

 

집에 가자 하니 싫다고 어찌나 울어 대던지.

이날은 한 시간만 엄마랑 함께 지켜보는 날이다.

첫날이니까.

당연히 유치원이 너무나 좋은 우리 아들.

안 간다고 집에 안간다고 어찌나 울던지.

내일 또 올 거야.

 

둘째 날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엄마랑 함께 있는 날이다.

친구들이 모두 한방에 있으니 이상한가 보다. 하겸이는.

빠방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노래만 부르신다.

 

 

 

하겸이는 2층에 있는 딸기반이다.

계단은 워낙 잘 오르내리니까 걱정은 없는데

헝가리 말을 못 해서 걱정이다.

 

 

 

 

자동차가 너무 많으니 신이 났다.

기찻길 만들어 주니 저 많은 기차를 연결해서 논다.

크리스타 니니가 하겸이 기차를 망치려? 는 마틴을 달래면서 다른 자동차를 준다.

 

머르찌랑 빠방도 타고

 

초크로 그림도 그리고

 

 

 

계속 옆에 있는 엄마 찾으면서 혼자 밥도 잘 먹었다.

닭고기가 적었는지....

엄마 닭고기 더 줘 (내 귀에 대고 살짝 말하는 우리 아들.)

그랬는데....

 

셋째 날

엄마는 밖에 있고 하겸이만 혼자 놀아야 하는 날,

신발 갈아 신기고 설명을 하는데 선생님이 오셔서 하겸이를 안고 들어 가셨다.

놀래서 우는 하겸이.

우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아래서도 다 들린다.

엄마~~~ 엄마~~~

에휴.....

속이 탄다.

30여분 지나자 우는 소리가 안 나고 선생님이 

내려오셔서는 잘 놀고 간식도 먹었다고.

그런데 차에 가서 기다리란다.

차에서 기다리며 책을 보고 있는데 스키복 입고 나오는 우리 아들.

엄마 차를 보고는 또 어찌나 악을 쓰고 우는지.

엄마~~~ 하겸이, 엄마~~ 하겸이.

하겸이 데려가, 엄마 하겸이 데려가.

크리스타 니니가 하겸이 안고 다른 곳으로 가자

티미 니니가 나오셔서는 차를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하란다.

아래쪽에 주차하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데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환청까지...

유치원에 보내지 말걸 그랬나? 갈등도 생기고.

하겸이 선생님이 뛰어 오시더니 울음 그치고 잘 논다며 사진을 보여주신다.

11시 30분에 유치원안에서 기다리라고.

점심 먹고 선생님 품에 안겨 내려온 우리 아들.

엄마 보자마자 서러움에 눈물이.

우는 녀석 품에 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옆에서 어제 처음 딸을 보낸 젊은 헝가리 엄마가 날 보고 이사와 하겠지만

나오는 눈물을 어쩌겠나....

안쓰러워서 하겸이 태우고 맘모트로 가서 실내 놀이방에서 엄마랑 같이 놀았다.

 

넷째 날

그래도 유치원에 가겠다는 아들 대견해라.

유치원에 도착하자 내 손을 잡고 

엄마 놀자~~ 엄마 하겸이랑 같이 놀자~~~

엄마는 여기에 있어야 해. 마틴 엄마 없지? 머르찌도 엄마 없지?

응.

그때 선생님이 나오셔서 하겸이를 안고 들어가자 또 우는 아들.

유치원 가까이에 있지 말고 멀리 갔다가 11시 30분에 오란다.

그래서 

멀리 이르드 테스코에 가서 장을 보고 커피 사서

유치원에 와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더니

다른 선생님이 나오셔서는 잘 논다고.

밥도 잘 먹고 있다고.

크리스타 니니 품에 안겨 나온 하겸이

다행히 안 운다.

엄마 보자마자 

엄마~~~~ 친구들이랑 맘마 먹었어.

이쁜 내 새끼.

안 울고 품에 안기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친구랑 놀았어.

마틴, 머르찌, 보이스... 같이 놀았어.

재잘재잘 말도 많다.

그런데....

헝가리 말을 못 하니 그렇게 알려줬는데도 선생님한테 말을 못 하고

쉬를 두 번이나 바지에 했다.

자랑스럽게 자기 오줌 싼 바지 들고 차를 타는 아들.

내일 여벌의 옷과 속옷을 더 가져오란다.

팬티 기저귀를 입혀 보낼까?

그냥 바지에 실수하면서 헝가리 말을 배우게 할까...

이런 사소한 것까지 고민이 된다.

 

다음 주부터는 일주일에 삼일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낼 수 있단다.

낮잠 잘 때 울까 걱정인데....

아니면 오전 11시 30분에 데려가야 하니 그것도 고민이다.

일단 하루 재워보고 괜찮은가 보고.

 

내년 9월에는 꼭 오보다(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니는 유치원)를 가야만 한다.

헝가리 법이다.

그러니 우리 하겸이 헝가리 말을 좀 알아야 하기에

또 친구랑 노는 법도 배우고,

그래서 보내기로 했는데

안 울고 잘 놀고 잘 먹고 그래야 할 텐데.

 

다음 주면 안 울고 들어가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