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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엄마, 누나가 내 껌 먹었어.ㅠ ㅠ;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7. 1. 3.

장애인 시설 선생님들 회식을 한다 해서 

엄마랑, 나랑 조카, 그리고 조카 친구가 함께 올라갔다.

두 시간만 함께 있기로 하고,

 

열 분이 계시고,

그중 두 분이 7시 30분, 8시에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까지 듣고,

걱정 마셔요~~~ 했다.

 

엄마는 함께 찬양도 부르고 손놀이도 하시고,

 

분명 10명이라 했는데.... 한 명이....

방안에 계셨구나....

 

절대 화장실에 혼자 보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바람처럼 사라졌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깜짝 놀랐었다. 혼자 가면 치약을 먹는다고.

그런데 다행히 치약은 안 먹고 대변을 시원하게....

 

형아가 흘리면서 먹으니까 우리 아들 열심히 바닥을 닦는다.

이쁜 아들. 

잘했어요~~~~

 

지갑 든 이 누나가 이상하다.

며칠 전에 시설에 처음 들어왔는데 들어오던 날  싫다며 

언니 얼굴을 엉망으로 할퀴어서 피투성이였다고.

지금도 언니는 피부과에 치료받으러 다닌다.

계속 하겸이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고 뺏으려 해서 긴장하고 지켜보는데 드디어 일을 냈다.

하겸이 먹으라고 준 껌을 이 누나가 순식간에 뺏어서 먹은 것이다.

너무 순식간이라 아들 멍하니 자기 껌을 씹는 누나 얼굴 쳐다보다가

엄마~~~ 누나가 내 껌을 먹었어.....

한다.

그러더니 하겸이 장난감을 뺏어 갔다.

껌도 뺏겼는데 장난감까지.

헐~~~~

우리 아들 다시 뺏어 오네?

그러자 친절하지 않은 누나가 다시 뺏어 가려 하자 하겸이 힘주어 잡고 안 놓는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누나가 힘이 더 세다.

뺏기자 우리 하겸이 이번에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힘을 주어 다시 뺏더니 

어라?

눈에 불을 켜고 친절하지 않은 누나를 노려본다.

옆에서 보던 엄마가 

빨리 사무실로 들어가란다.

저러다가 하겸이 얼굴 할퀼까 봐서.

그래서 장난감 그냥 테이블에 놓고 사무실로 피했다.

우리 아들 얼굴은 소중하니까...

아니 피부과 다닐 시간이 없어서.

 

사무실에 들어와 이모 의자에 앉아서 빙글빙글.

그런데 좀 이상했나.....

엄마, 누나가 하겸이 껌 먹었어.

자꾸만 말한다.

지금까지 하겸이가 아는 누나들은 다 하겸이한테 주고 이뻐하고

친절했는데. 

 

 

 

하겸이 작은 담요를 뜨고 있다.

하은이는 자기 메모리 박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가 보다.

엄마, 하겸이도 손도장 찍어 줘.

엄마, 하겸이 발도장 안 찍을 거야?

엄마, 하겸이 앨범 만들어 주자.....

에휴~~~

그래서 딸들한테 없는 것이 뭔가 생각하다가 발견했다.

블랭킷.

이건 딸들한테는 없는 거다.

딸들 처음 처음 신은 구두, 세례 받을 때 입은 드레스,

이모가 떠준 원피스.....

우리 하겸이 한테는

엄마가 한 땀 한 땀 뜬 담요를 만들어 줘야겠다.

실을 사는데 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

100% 울로 하려니까.

옆에서 형부가 그냥 사줘~~ 한다. ㅎㅎㅎ

하나하나 떠서 연결하는 것을 보던 하겸이

기차다~~~ 기차다~~~ 하며 좋아라 한다.

다 뜨면 유치원에 가서 덮고 자고 

더 크면 무릎 덮게 하고 

더 크면 유치하다 한쪽에 치워놓겠지만

그때는 내가 메모리 박스에 넣어 줘야지.

 

이거 뭐야? 꽃게,

이거 뭐야? 오징어

이거 뭐야? 조개....

 

갑자기 손가락을 입술에 대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쉿~~~ 엄마.... 다 코~~ 자.

 

언니랑 어찌나 웃었던지.

아무도 안 움직이니까 잠잔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게 다 코잔다.

하겸이도 집에 가서 코`~ 자자.

우리 하겸이 말이 엄청 늘었다.

사촌 형아들이랑 놀면서.

형아들 집에 갈 때면

하겸이 더 놀고 싶은데.. 더 놀고 싶은데...

하겸이 사이좋게 놀아.

헝가리에 오니 누나들이 있다.

그런데 형아들하고도 놀고 싶다.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