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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살다 보니 이런 호강도 한다. ^ ^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7. 4. 23.

3월 초에 커튼을 빨려고 창틀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떨어졌었다.

헝가리 의료체계를 알기에, 많이 아팠지만 손가락, 발가락 움직여서

그냥 앰블런스 안 부르고 조심조심하며 지냈었다..

시간이 한달이 넘게 지나면서 왼쪽 무릎도 좋아지고, 심하게 부딪힌 머리도 나았는데

오후가 되면 오른쪽 다리가 저리면서 아프다. 심할 때는 나도 모르게 절게 되어서

오전에 하겸이 친정에 놔두고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며 신경외과로 보내고,

그곳에서 MRI촬영을 권해서 하기로 했다.

결과에 꼬리뼈가 골절이 되었고, 디스크 4,5번에 문제가 있다고,

아직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니

주사를 일단 맞고 헝가리로 가란다.

약도 2개월치를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하겸이 친정에 맡겨두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데

척추 신경주사라 시간이 꽤 걸리고

약이 들어갈 때 통증이 좀 있었는데....

헐~~~~

주사 다 맞은 나를 침대에 눕혀서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이동을 한다

너무 미안하고 황송해서...

"제가 너무 호강을 하네요." 했더니 무슨말이가 싶은 간호사가 "네?" 한다.

헝가리에서는 수술하고 이런 호강 별로 없었거든요. 했더니 웃는다.

부분마취가 안되는 나는 간단한 수술을 마취 없이 하고 내발로 걸어서 퇴원을 하곤 했었다.

차 안에서 한숨 돌리고 직접 운전하고 집에 와 침대에 누워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아픔도 느끼고 서러움에 울기도 했었는데.

젊은 여자 간호사가 내 침대를 밀고 이동을 하니 맘이 편치가 않았다.

"내가 뭐든 잡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했더니 안된다고....

응급실 침대에 눕히더니 1시간을 누워 있으란다. 부분마취를 해서

걷다가 다리 힘풀려 주저앉을 수 있다고....

그런데

난 부분마취가 안된다. 이번에도 그러니 다리에 힘 풀려 주저앉을 일은 없는데....

아이가 있어서 가야해요. 했더니 10분만이라도 누워있으란다.

9분이 되었을 때 옷갈아 입고 수납하고 마을 버스정류장에 버스 기다리다가

나 혼자지만 많이 걷지 말라했으니 택시를 탔다.

내가 나에게 준 호강이다.

택시 타고 오면서 기분이 좋은 이유는 MRI 비용이 비쌌는데

꼬리뼈 골절이 나와서 의료보험이 되어

환불 받았다는....

그래서 기분좋아 집에 와서 이야기하니 친정언니 어이없단다. 

두 번째 호강은....

하루 시간 내서 와준 신랑이 운전하고

하빈이 홍대입구 구경시켜준다며 데려다준 것이다.

내가 보고 싶었던 집사님 구분하고 커피 마시며 수다 떨 동안

신랑은 하빈이 데리고 홍대 앞을 구경 다녔다.

효자 아들 하 겸이는 낮잠을 자주시고.

깨서도 잘 놀아주고 말도 잘하고 잘 걷고

 

아빠가 전화를 해서 엄마가 통화를 하니까

집사님 두 분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쉬~~~ 잇 하면서

엄마를 가리킨다.

엄마 전화하니까 조용히 하라고.

그 모습에 두 분 집사님 까르르르 웃으시고.

우리 하겸이는 행복 바이러스다.

 

세 번째 호강은...

큰 조카가 저녁을 쏘겠다며 논 오리집으로 가면서 예약 전화를 하니 오늘은 안된다고.

그래서 내가 양념 갈비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갔는데 맛집인가 보다.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다녀간 사인이 있는데...

어쨌든 결론은 양념한 돼지갈비가 맛있었다.

부드럽고 간도 맛있고, 사이드 디쉬는..... 간단했는데.... 갈비는 맛있었다는.

그래서 8명이 가서 16인분을 먹었다는.

당연히 가격이 많이 나왔고, 갑자기 쏘겠다던 조카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이모가 반 낼께~~ 했더니

울 이쁜 조카 아니란다.

미안해라~~~~~

하빈이, 하경이 정말 엄청 먹었다.

특히나 우리 하겸이가. ^ ^

그리고

아침에 맞은 주사로 밤이 되어도 허리가 안 아프네.

잠이 안 와서 이렇게 앉아서 오늘 하루 기분 좋은 일들을 기록한다.

 

하빈이랑 내가 한국에 와 있으니 하은이가 혼자 새벽에 일어나

걸어서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 타고 선교사님 교회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새벽에 전화가 왔었다.

무엇을 가르치는 중이었느냐고....

이번 주는 마켓 위주로 지도를 그려서 상점 이름을 써보고 표현하게 하자

했더니

저리 잘했나 보다.

선교사님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난 참 복 많은 에미다.

세상에 이런 딸들이 있을까.... 싶다.

이젠 다 커서 책임감을 가지고 알아서 섬기니.

그것도 토요 영어학교는 하빈이 가 맡아서 하던 것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하은이가 이렇게 성실하게 언제든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섬기니 너무나 감사하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 새벽에 일어나 이르드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가고

기차 타고 노숙자 교회까지 가서 가르치는 저 마음 아시지요?

내일은 피터 전도사님까지 안 계셔서 하은이 혼자 주일학교를 선교사님을 도와야 한다.

전화를 무엇을 할지 물어보더니 자기 아이디어로 하겠다고.

그러라고 했다.

오죽 알아서 준비했을 까.

 

오늘 하루 참 호강한 하루다.

감사한 날이고,

많이 웃고 행복한 하루다.

그래서

또 감사한 날.

이런 날이 허락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