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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시간은 지나고 항상 옛말 하는 날이 오더라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9. 6. 21.

이제 겨우 50 중반을 살았지만,

하루하루 살다보면 시간은 지나고 항상 옛말 하는 날이 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래서 그때 그랬구나...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래서 지금 이러니 참 감사하다

하고 고백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우리 하겸이가 이때 우리 품에 안겨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한 번씩 두바이에 다녀올 때마다 느낀다.

12년 동안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많이 서운했었다.

좋은 일인데... 왜요.... 거절당할 때마다 절망하고 좌절했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때를 위함이었나 보다.

내가 혼자 가서 아니, 바로 응답을 해주셔서

중학생쯤 된 아들이었다면   어땠을 까?

우리 석현이가 외롭지 않았을까?

녀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신이 나서 소리 지르고

어찌나 재밌게 노는지 그저 두 녀석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

하나님,

당신은하나님, 참으로 완벽하신 분이십니다.

우리 하경이 형아 학교에 가면 혼자서 픽셀을 만든다.

형아 주려고 사온 건데 자기 나름 형을 도와준단다.

그리고 신이나서 형아가 오면 보여준다.

자기가 만든것을, 형아 도와준다면서.

 

뭘 하나 사도 형아가 오기 전에는 안 먹는다.

보는 것 마다 형아랑 같이 먹을 거야.

이거 형아 선물하자,

형아가 이거 주면 좋아할걸?

 

 

뭘 하나 사도 형아가 오기 전에는 안 먹는다.

보는 것 마다 형아랑 같이 먹을 거야.

이거 형아 선물하자,

형아가 이거 주면 좋아할걸?

 

나중에 나중에 우리 하겸이 청년이 되면 사진을 보면서

옛날에 우리 하겸이가 이랬었어....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행복했었다고....

하겠지.

 

우리 하은이 돌 전이구나....

이런 날이 있었다.

우리 하은이 품에 안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다.

지금 공부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좌절하고 자책하는 우리 딸.

하은아,

우리 하은이 존재만으로 엄마, 아빠는 충분하단다.

지금의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엄마랑 이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게 될 거야.

삶이 그런 거거든.

 

우리 하빈이,

어제 갑자기 자기 아기 때 사진을 좀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달란다.

그래서 앨범을 뒤지다 보니 어찌나 새삼스럽던지.

우리 하빈이는 공주 옷을 입혀도 공주 같지 않았던 말괄량이였다.

오히려 하은이가 드레스 입혀 놓으면 공주처럼 얌전히 있었는데.

지금은 하은이는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되어 의지가 되고,

선머슴 같던 하빈이는 공주님 같고.

하빈이는 엄마, 아빠의 기쁨이었지.

건강하게 태어나 준 것 하나 만으로 그저 감사한 딸이지.

 

 

하은이 친구가 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가 처음 한글학교 교사였고,

하은이가 내 첫해 학생이었다.

그때 학생 하나가 하은이랑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 사진을 보내 주었다고.

예비반이 없던 한글학교에 예비반을 만들어서

하은이랑 같이 가르쳤었다.

하빈이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서 노는 깍두기.

그렇게 6년 동안 한글학교 교사를 했었다.

재밌게. 정말 재밌게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했었다.

지금은 다시 하라 해도 못할 것 같다.

그 열정이 아니라서.

 

친구 딸이 결혼을 했다.

친구는 연분홍 한복을 입고 정말 아름다웠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 딸은 웃는 모습이 엄마랑 똑같았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하고 제일 먼저 딸을 낳아 돌잔치를 하더니

제일 먼저 딸이 시집을 갔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딸들도 웨딩드레스 입고 시집을 가겠지....

지금의 시간을 우리 다 같이 앉아서 까르르르 웃으며 말하겠지.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새벽 2시에 도착을 하고,

집에 와 짐 정리하고 새벽 4시에 잠깐 눈 붙이고,

학생들 반찬을 해서 보냈다.

내 생전에 음식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아주 오래전, 중국 동포 아저씨가 나보고 같이 김치 공장 해보자는 말은 했어도,

내가 음식을 할 거라고는 꿈도 안 꿨는데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아래만 기자들이 강가를 향해 카메라 놓고 있어서 위에 올라가서 초를 붙였는데,

아래서 줌으로 찍었는지 신문에 났다면서 여기저기서 보내준 사진들. )

헝가리에서 일어난 너무나 슬픈 사고.

절대로 생기면 안 되는 사고.

이제 좀 조용해졌다.

하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긴 시간이 지나도 쉽지 않은 아픔이다.

자식을, 부모를, 아내를... 먼저 보낸 그 상실감과 아픔이 어떻게 아물겠는가.

그래도 아주아주 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아물었으면 좋겠다.

 

살다 보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다 동의가 되지는 않지만 일부는 맞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난 또 바라본다.

우리 딸들,

두바이 우리 조카들,

우리 하겸이(나중에 우리 하겸이가 가슴 아린 일이 생길 때),

우리 엄마,

아직도 가슴에 찬 바람이 불어 시린 우리 신랑,

다들

시간이 지나서

옛 이야기 하며 그때 그랬었어...

하며 웃는 날이 오기를.

지금의 눈물을 나중에 웃으며 그랬었다니까...

하며 말하게 되기를 바라본다.